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너무 요란 걱정

▲ 2003년 참여정부 시절 수석회의 후 기념사진. <사진=대통령기록관>

[이코노미톡뉴스=김동길 논객] 노 전대통령에게 미안한 말
한 평생 유일무이한 욕망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는 것이던 문재인 후보가 재수하여 마침내 19대 대통령이 됐다. 그는 노무현 비서실장을 지냈으며 입버릇처럼 노무현 유산의 계승을 공언했다.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내 입으로 단 한 번도 노무현 대통령이라 불러본 적이 없었다. “대통령이 된 사람을 대통령으로 불러야 옳지 않는가”라며 내 마음을 돌이키려는 이들이 있었지만 내가 고집불통이라 그럴 수 없었다. 그렇게 5년을 살면서 “노무현이란 이름 뒤에 대통령이란 말이 나오지 않는데 나더러 어쩌라는 것인가”라고 내가 반문하기도 했다.
노무현이 임기를 마치고 고향에 내려가 집 짓고 살다가 검찰소환에 다녀온 후 자살했다. 그렇게 끝난 노무현에게 나는 항상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 내가 그를 그렇게 대하는 줄 알면서도 노무현 대통령은 나에게 나쁜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예컨대 “저 늙은이가 제정신인가”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 직무를 시작하자마자 ‘문재인 대통령’이라 부르며 한 가지 당부하는 말이 있다. “임기가 끝나도 자살하지 마시오”라는 부탁이다. 앞으로 죽고 싶은 고비가 많을 것이다. 그래도 문 대통령, “포기하지 마세요. 임기가 끝나도 자살하지 마시오”라고 당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바란다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100일을 어떻게 하느냐가 매우 중요한 과제로 지적되어 왔다. 앞으로 4년 또는 8년간 미국이 나아갈 방향을 이 석달 열흘간에 설정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22대와 24대 대통령은 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도합 44명이 미국 대통령에 취임했지만 트럼프처럼 ‘요란한 백일’(Turbulent 100 dyas)을 보낸 대통령은 없었을 것이다. 트럼프의 100일은 ‘요란하다’는 말도 부족할 만큼 ‘소란한 100일’로 “어쩌다 저런 분이 미국 대통령이 됐을까”라고 걱정하는 시민도 있고 노골적으로 “저 양반 제정신 아니냐”라고 등을 돌리기도 한다.
트럼프는 회교 7개국에게 정식 미국 비자를 받아 가지고도 입국이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그 중 한 나라는 리스트에서 빼 주었지만 지방법원들은 트럼프의 ‘여행금지령’(Travel Ban)이 불법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그냥 밀어붙이면서 “두고 보면 알거야”라고 되풀이 했다.
지난해 미국 대선 때 러시아의 푸틴이 끼어들어 힐러리의 낙선에 기여한 것은 주지의 사실인데, 막강한 힘을 가진 FBI의 코미 국장이 이 사건을 면밀히 조사할 뜻을 밝히자 트럼프는 즉시 코미를 해임하여 지금 미국 상하원이 뒤숭숭하다.
미국 독립선언서나 헌법과는 거리가 먼 곳에서 미국 45대 대통령이 제멋대로 나가고 있는 것 같으니 큰일이다. 아마 신경안정제라도 복용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고 싶지 않다면 사임하고 부통령 펜스를 46대 대통령으로 세워야 하지 않을까. 사실은 잘 모르겠네요.

▲ 최순실 씨는 최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삼성 430억원대 뇌물’ 8회공판에 출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속기소되었다. <사진·편집=이코노미톡뉴스>

56년 전의 5.16

박정희 장군을 주축으로 한 국군장교 몇 사람이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그 모험이 뜻밖에도 성공하여 대한민국은 거듭났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이 1961년 5월 16일의 일이다.
그날 새벽, 내 연구실에서 조교로 일하던 영문과 학생 최영순이 시내서 전화를 통해 “선생님, 지금 시내엔 총성이 요란하고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곧이어 총소리가 신촌에 살던 내 귀에까지 들려왔다.
KBS 방송국을 점령한 혁명주체 세력은 박종세 아나운서에게 총을 겨누고 혁명공약을 낭독토록 했다. 혁명공약은 “반공을 국시의 제1의로 삼고…”로 시작되어 “혁명과업이 완수되면 군으로 복귀한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뒤 박정희는 ‘2.27 선서’ 1주일 만에 이를 폐기하고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면서 혁명공약의 마지막 대목은 사라지고 말았다.
그날이 벌써 56년 전의 옛 일이니 세월이 쏜살같다는 말이 실감난다. 박정희는 김재규의 총에 맞아 세상을 떠나고 그의 따님은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됐으나 최순실 비선이 터지면서 헌법재판소의 탄핵의결로 지금은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어 재판을 받고 있고 엉뚱한 사람 문재인이 19대 대통령이 되어 청와대 주인으로 그 안방에 앉아 있으니 알다가도 모르는 게 인생인가 하노라.

누구를 보수라고 하는가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는 사람들이 보수인가. 국경일에 태극기를 문 밖에 게양하는 사람들이 보수인가.
주말마다 태극기 들고 서울역, 광화문 네거리로 몰려다닌 분들이 모두 이 나라의 보수주의자인가.
몰라서 묻는 것이 아니다. 태극기를 흔들면서 “박근혜는 무죄다”, “헌재 판결은 무효다”라고 시위하는 그분들이 다 보수라면 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 상정됐을 때 그 법안의 통과를 막지 못했을까 이해하기 곤란하다.
지난해 총선에서 참패한 새누리당이 친박과 비박으로 갈라져 상당수의 비박이 당을 떠나 바른정당을 창당하여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도록 힘을 보탰다. 당시 박근혜와 친박들은 왜 그걸 막지 못했을까.
입이 백 개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대통령이 법에 따라 파면되는 것을 누구도 막지 않았다. 이제 와서 “박근혜는 무죄다”라고 울부짖는다고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나 복귀할 수 있는가. 그 사람들이 보수라면 보수는 한국의 이 참담한 정치판에서 할 말이 없어야 마땅하다. 이번 대선에서 보수가 승리하기란 복권당첨 보다도 어려운 일이었다.

이 나라의 진보는 누구인가

이 나라에 “내가 보수다”라고 떠드는 사람은 많지만 진정한 의미의 보수는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진정한 의미의 진보는 이 나라에 있는가.
그 답을 분명히 하기 위해 뭘 하는 사람들을 진보세력이라고 하는가를 따져보라.
1789년 프랑스 대혁명으로 신분사회가 무너지고 새로운 시민사회가 등장했다. 그 혁명이 추구한 가치가 ‘자유’, ‘평등’, ‘박애’ 등 3가지다. 그 해에 국민의회는 인권선언을 발표했는데 정확히 말하면 ‘인권, 공민권 선언’이다. 다만 인권은 자유와 평등을 전제하지 않고는 성립될 수 없기 때문에 이 두 가지의 가치실현이 혁명의 과제였다. 거기에 박애정신이 끼어든 이유는 잘 모른다.
자유와 평등이라는 두 가치가 공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동지들의 사랑이나 동지애를 첨부하지 않았을까. 어떻건 그 혁명을 통해서 사랑의 가치가 극명하게 드러나지는 않았고 오히려 피비린내 나는 ‘공포정치’가 등장했다.
자유의 고지가 확실하게 지켜지면 평등을 위해 헌신하는 용사들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그들이 바로 ‘진보’이다. 남북이 자유민주주의로 통일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평등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는 어렵다. 사이비 보수들이 이 땅에서 계속 집권한 까닭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가 사모하는 보수도, 진보도 아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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