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직스부터 충실하게

▲ 한 사람이 법규를 안 지키면 다른 사람도 그 위반자를 따라 안 지키는 사람이 늘어나기 쉽다. <사진=이코노미톡뉴스DB>

[이코노미톡뉴스=전성자 논객] 기발한 아이디어
“유혹운전 하지 맙시다!” - 일본 어느 중소 도시에서 만난 교통표어다. 설명을 들어 보니 그 속뜻의 기발함에 공감이 간다. 한 사람이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으면 다른 사람도 따라 교통 위반을 하게 되니 그런 심리를 촉진하지 않도록 조심 하자는 말이란다.
한 사람이 교통신호를 안 지키면 다른 사람도 그 위반자를 따라 안 지키는 사람이 늘어나기 쉽다는 것이다. 위반 심리를 자극하지 말아 달라는 말이란다. 한 사람이 불법 주정차를 하게 되면 그 사람으로 인해 많은 운전자들이 그 위반 차량 곁에 불법 주정차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 운전자가 규정 속도를 어기면 함께 달리던 차들이 다 규정 속도를 위반하는 경쟁운전을 하게 되는 것이 운전자 심리라는 것이다. 그러니 먼저 그런 유발자가 되지 말자는 표어라는 것이다.
그런 속뜻을 설명해 주던 분은 더 의미심장한 말을 잇는다. 이 지역은 교통위반 청정지역이라는 상정 아래 시작된 캠페인이란다. 잘 지켜지고 있는 교통질서를 먼저 파괴하는 자가 되지 말라는 말이 되는 것이란다.
서울의 거리가 떠올랐다. 줄줄이 늘어 선 승용차들, 삐틀삐틀 코 박고 서 있는 무질서한 주차행렬, 티켓 수첩을 들고 단속 나선 단속원들, 그들에게 삿대질하며 차를 어디에 대라는 말이냐고 욕설을 하며 따지고 나서는 막나니(?)들… 얼른 피해 도망갔다가 다시 오물에 파리 떼 몰려들 듯 다시 파고드는 위반 차량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노상(路上) 생존법칙…
“깨진 유리창 이론”의 좋은 예화(例話) 깜이다. 경미한 위반을 방치하면 그 위반이 보다 크고 많은 위반과 범죄를 유인해 내게 된다는 이론 말이다.

다시 그려야 할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무대

범죄심리학자들이 사회질서를 세워나가기 위한 기본 틀로 주창한 이론이다. 질서 사회를 유지하려면 기본부터 충실하게 유지하라는 말이다. 한 거리에 깨진 유리창 하나를 내버려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늘어나다가 마침내는 무질서 거리가 되고 만다는 것이다.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 전제는 이미 범죄학자들이 실험을 통해 체계화해 낸 실증적 이론이기도하다.
실제적으로 죽어버렸던 오명 높던 도시 뉴욕을 다시 살려 내는데 바탕이 된 전제이기도 하다. 1990년대까지 뉴욕의 일부는 사람 사는 사회가 되지 못 할 슬럼가로 유명했었다. 1994년 새 시장으로 올라 선 R. 쥴리아니가 사회를 정화해 내고 범죄를 줄이고 도시를 살려내는데 이 이론에서부터 출발했단다.
며칠 전 뉴욕을 방문하고 돌아온 분의 방문기를 듣고 또 한 번 감동을 먹었다. 몇 분의 친지와 함께 악명 높게 들어오던 할렘가의 한 스테이크 집에서 점심을 하고 왔단다. 그는 깔끔하게 정돈된 주위환경과 바로잡힌 질서를 보고 깜짝 놀라고 왔다는 것이다. 전엔 범죄, 소란, 무질서와 위험 때문에 기피하며 가지 않던 지역이어서 조마조마한 맘으로 갔었단다. 초청한 친지분이 그동안 천양지차로 바뀐 도시 변화에 대한 설명을 듣고야 보는 눈이 열리더란다.
초대한 분의 설명에 의하면 이 시장은 보기 흉하고 무질서한 지하철의 낙서 지우기부터 시작했다는 것이다. 90일이 지나면서부터는 지하철 내 범죄가 줄어들더니 1년 후에는 30~40%, 2년 후에는 절반으로 3년 후에는 무려 80% 이상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뉴욕 지하철 낙서는 세계적으로 오명 높던 무질서한 볼거리였었음을 대부분 사람들은 다 잘 아는 사실이다. 그렇게 시작한 시 정화작업이 슬럼가의 대명사였던 할렘마저도 새 명품도시로 바꿔 냈다는 설명을 듣고 왔단다. 이쯤 되면 유명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무대가 다시 그려져야 할 듯하다.

발견된 깨진 유리창들

그동안 우리의 많은 유혹운전들이 우리 사회에 촉발한 결과를 보고 있다. 경찰이 조사하고, 매스컴이 파고들었고, 검찰이 헤집고 들여다봤고, 청문회에서 까발렸고, 특검이 수사하고 검찰이 기소하고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확인 한건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파렴치를 보았다. 많은 거짓말을 했음을 알게 되었다.
청문회가 소용이 닿질 않았다. 청문회란 그 앞에 나와서 하는 증언은 모두가 진실을 말 한다는 신뢰 속에서만 의미가 있는 것이다. 거짓말이 통하는 파렴치 사회에는 미래가 없다. 우선 그들이 저지른 일들은 다 부정부패였다. 못 된 짓이다. 그러나 그 못된 짓 보다 우리를 더 슬프게 한 것은 사회 신뢰가 무너졌다는 사실이다.
쉽게 쉽게 거짓말들을 쏟아 냈다. 국민 앞에서 손들어 선서하고 나선 청문회에서 증언한 말들이 못 미더웠다. 기업의 총수들이 거짓말 했다. 요직을 담당했던 공무원들이 위증을 했다. 사법부 엘리트들이 사실을 뒤틀었다. 거짓 증거 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 필요하면 쉽게 거짓 증거를 말할 수 있는 나라라는 점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자기가 살기 위해서 셀럽들이 거짓부렁을 말할 수 있는 사회임이 폭로된 것이다. 진리와 명예의 전당인 대학의 교수, 학장 총장 같은 학계도 거짓말 할 수 있는 사회임이 나타났다. 프레지덴트들이 거짓을 말하는 사회… 대통령도 총장도 사장도 프레지덴트다.
많은 사회적 손실과 기회비용은 세월이 지나면서 회복되고 만회되어 갈 것이다. 그러나 회복 될 수 없는 불명예인 파렴치는 그대로 유전될 것이다. 대물림하면서 이어갈 것이다. 분명 그들의 거짓부렁은 이 사회에 끼친 유혹운전이었다. 민망하다.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 전성자 한국소비자교육원장

우리는 지금 아프다. 부끄럽다. 수치심이 앞선다. 근간 8개월여 동안에 엄청난 탈각의 진통을 앓고 있다. 사회의 비밀스럽고 은밀하고 부끄러운 일들이 깊은 곳까지 샅샅이 파헤쳐졌다. 사회적 심판이 있었고, 새로운 땜질 수선이 진행되었다.
“어려운 나라에 살게 하시려거든, 지도자라도 올바른 사람을 주셔 맘고생이라도 하지 않게 해주시지…” 신을 원망하면서 또 시작해야 한다. 나라의 새 수장을 뽑고 다시 출발한다. 분명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어야 한다. 우리의 간절한 기도다.
지금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깨진 유리창은 파렴치다. 뉴욕시가 시 살리기 노력을 하면서, 그 부지기수한 지하철의 낙서 지우기를 시작했듯이, 우리는 파렴치 닦아 내기부터 시작해야 하겠다. 서해안 기름유출 때 돌멩이 하나하나 검은 기름을 닦아 냈듯이 말이다. 베이직스부터 다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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