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스티븐스 감독, 1953년 미국 작품
앨런 래드, 진 아서, 반 헤프린, 잭 팰런스

▲ 영화 '셰인(Shane, 조지 스티븐스 감독, 1953년 미국 작품)'.

[이코노미톡뉴스=박윤행 칼럼] [DVD로 만나는 명작 영화(33)] "셰인(Shane, 1953년)". 조지 스티븐스 감독, 1953년 미국 작품, 앨런 래드·진 아서·반 헤프린·잭 팰런스.

어느 사회, 어느 조직이나 권력을 가진 강자는 더 많은 권력의 향유를 위해 약자를 탄압하고, 약자는 이에 대항하려면 단결하는 수밖에 없는데, 이를 잘 아는 강자는 회유와 강압으로 각개격파를 통해 저항을 분쇄하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한다.
이러한 양자사이의 대립관계, 즉 선과 악의 대립과 갈등은 드라마의 기본요소이다. 그리고 관객은 크라이맥스에서 궁극적으로 권선징악 즉, 악이 응징되고, 선이 승리하기를 바란다. 그것을 시적정의라고 부르는데, 이러한 인간심리 때문에 악이 승리하는 일은 거의 없다.
<셰인> 역시 이와 같은 도식을 따르는데, 통쾌한 승리 후에 그가 다시 총잡이로 돌아 가야한다는 결말은 연민과 함께 짙은 서정성을 부른다.

▲ 격철소리에 번개같이. (우측)▲“난 그의 친구요”. <사진=필자갈무리>

잔설이 남아있는 로키 마운틴을 한 사나이가 말을 타고 내려가 와이오밍 평원에 들어서며 한 농가를 지난다.
사슴가죽으로 만든 사냥꾼 옷을 입고 있는 잘생긴 그는 물을 한잔 얻어 마시려다가, 소년의 격철 소리에 번개처럼 몸을 돌려 총을 뽑으려다가 멈춘다.
그때 이 일대를 장악하고 있는 라이커일당이 나타나 집주인에게 이 땅에서 떠나라고 경고하지만, 뒤에서 듣고 있던 사내가 주인친구라고 거들자 떠난다.
그 땅을 개척한 정착민 조 스타렛은 아내의 권유로 사내를 저녁식사에 초대하고, 사내는 셰인이라고 이름을 밝힌다. 어디 가느냐고 묻자 정처 없이 떠돈다는 셰인을 조는 자신의 농장에서 일하게 한다.
이웃농장의 어니가 와서 간밤에도 라이커일당이 행패를 부렸다며 이젠 질려서 떠나겠다고 하고, 조는 밤에 모여서 대책을 세워보자고 달랜다.
조의 심부름으로 읍내 잡화점에 갔던 셰인은 작은 체구를 얕잡아본 라이커의 부하 크리스가 모욕을 주며 시비를 걸지만 응대를 안 하고 나온다. 대책회의를 위해 모인 정착민들은 잡화점 사건을 들먹이며 셰인이 겁쟁이라서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하자, 셰인은 방을 나온다.
빗속에 서있는 셰인을 보고 조의 아내 매리안이 창문을 열고 “감기 들겠어요. 어서 들어가요”하고 말한다.
열린 창문으로 두 사람은 마주 바라보지만, 둘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창문틀이 엄연히 존재한다.
매리안은 아들 조이에게 “셰인 아저씨를 너무 좋아 하지마. 언젠가는 떠날 텐데 너무 좋아하면 마음이 많이 아플 거야”
자신에게 말하는 듯 말한다.
정착민들이 떼를 지어 읍내에 물건을 사러 갔을 때, 셰인은 크리스에게 도전, 많이 해본 싸움 솜씨로 그를 때려눕히자, 라이커 일당이 떼로 셰인을 공격하고, 그가 몰매를 맞게 되자 조가 합세하여 함께 난투극을 벌인다.
매리안에게 상처치료를 받던 셰인은 “나도 셰인 아저씨가 좋단다”조이에게 하는 매리안의 말을 듣고 슬며시 자리를 뜨고, 돌아온 매리안은 창 너머로 사라지는 셰인을 바라보다가 남편에게 “조 안아 주세요”하고 말한다. 셰인에 대한 감정을 애써 지우기라도 하려는 듯이..

▲ “어디로 가려오?”. (우측)▲“감기 들겠어요” <사진=필자갈무리>

셰인의 존재에 위협을 느낀 라이커는 프로 총잡이 윌슨을 불러들이고, 그가 바에 들어서자 바닥에 엎드려있던 개가 슬그머니 일어나 자리를 피한다. 그에게서 풍기는 살기를 냄새 맡은 듯. 그가 얼마나 무서운 자인가를 상징한다.
그는 프로답게 술도 안마시고 커피를 찾는다.
라이언 일당의 행패는 날로 더해가고, 셰인은 조이에게 총 쏘는 시범을 보인다. 전광석화처럼 뽑아든 권총으로 목표물을 쏘아 맞히는 셰인의 총 솜씨가 일품이지만, 매리안은 못 마땅해 한다. “총도 삽이나 도끼처럼 도구입니다. 어떤 사람이 사용하는가에 달렸죠” 셰인의 말이다.
독립기념일 축제에서 조는 아내 매리안이 셰인과 춤추는 것을 지켜본다. 읍내에 갔던 토리는 라이커가 총잡이를 새로 고용한 것 같다고 사람들에게 말하자, 셰인은 그가 윌슨일 것이라며 그를 조심해야한다고 한다.
축제가 끝나고 밤늦게 농장으로 돌아오자 라이커가 윌슨을 데리고 기다리고 있었다. 라이커는 조에게 자신의 밑에서 일하면 보수를 두둑이 주겠다고 제안하지만, 조는 거절하고, 윌슨은 천천히 말에서 내려 물을 떠 마신다. 느릿느릿 슬로비디오를 보는듯한 그의 느린동작은 결코 곁을 주지 않는 치밀함을 보인다. 말도 뒷걸음질로 물러나게 한 뒤 등을 보이지 않고 떠난다.
읍내에 온 토리는 윌슨의 상대가 못되었다.
천천히 검은 가죽장갑을 손에 낀 윌슨은 토리를 쓰레기라고 부르고, 토리가 마주 “넌 양키 거짓말쟁이 겁쟁이야”라고 대꾸하자 “증명해봐” 토리가 총을 반도 못 뽑았을 때 윌슨의 총구는 불을 뿜고 토리는 진창길에 나가떨어져 죽는다.
밝게 웃는 윌슨. “한 놈 줄었군”
토리의 장례식이 끝나고 모두들 겁에 질려 떠나려 할 때 셰인이 말한다. “여러분은 모두 여기서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포기하지만 않는다면요” 모두들 다시 남기로 하지만 해결이 된 건 없다. 조를 없애야겠다고 마음먹은 라이커는 대화를 하자며 읍내로 불러들이고, 조 역시 그를 제거해야 해결될 수밖에 없기에 총을 준비하고 가려고 한다. 조는 윌슨을 당해내지 못한다며 총을 차고 온 셰인은 자신이 읍내에 가겠다고 말하고, 우리 일에 끼어들지 말라며 조는 셰인과 싸움을 벌인다.
목숨을 걸 일에 서로 나서겠다며 주먹다짐을 벌이는 두 사람. 길길이 날뛰는 말들과 소의 영상이 싸움의 격렬함을 상징한다. 완강한 조를 못 당하게 되자 셰인은 총을 꺼내 개머리로 조의 머리를 때려 실신시키고 떠나려한다.
“셰인, 총은 안 쓴다면서요?” 묻는 매리안에게 “마음이 바뀌었어요”“영원히 못 보게 되나요?” “영원은 긴 시간이죠” 매리안은 손을 내밀며 말한다. “제발 조심하세요”
읍내 바에 들어선 셰인은 윌슨과 수작을 붙인다. “너의 얘기를 들었지” “무슨 말을 들었는데?” “거짓말쟁이 겁쟁이 양키라고” 토리가 했던 말과 똑같다. 윌슨은 환하게 웃는다. “증명해봐” 둘은 동시에 총을 뽑고 윌슨은 총에 맞아 구석에 쳐 박힌다. 일당을 모두 제거한 셰인이 바 밖으로 나오자 조이는 함께 돌아가자고 하지만 “난 떠나야해.
사람은 자신이 사는 세상이 있어 그걸 바꿀 수는 없나보다. 이유야 어떻든 난 살인을 했어. 돌이킬 수가 없구나.“
어둔 밤길을 떠나는 셰인 뒤로 “셰인 돌아와요”하는 조이의 외침만이 메아리 진다.

▲ “증명해봐”. (사진)▲“네 얘기를 들었지” <사진=필자갈무리>

어디론가에서 말을 타고 온 사내가 다시는 총을 잡지 않고 평범한 삶을 살려고 노력해도 운명은 그를 놔두지 않는다. 결국 한바탕 총싸움을 벌이고, 정처 없이 말을 타고 떠나는 스토리는 서부극의 전형이 되었고, <셰인>은 빅터 영의 서정적인 음악과 함께 서부영화의 전설이 되었다.

▲ “셰인 돌아와요”. <사진=필자갈무리>
▲ 박윤행 전KBS PD, 파리특파원, 경주대 사진영상학과 교수 역임

<자이안트>, <젊은이의 양지>의 명감독 조지 스티븐스는 작은 키(165센티)의 앨런 래드를 커보이게 앙각으로 찍는 치밀함을 보였고, 대사가 열 개도 되지 않는 윌슨역의 잭 파란스는 냉정한 총잡이역으로 역대급 서부극의 악당으로 등극하였다.
셰인역으로 인기절정에 오른 우리의 영웅 앨런 래드는 연속된 영화의 부진으로 알콜중독에 이르고, 11년 후 아깝게도 5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이 어찌 인생무상을 말하지 않을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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