かもめ食堂: Kamome Diner, 2006

▲ 카모메 식당(かもめ食堂: Kamome Diner, 2006)

[이코노미톡뉴스=박미정 논객칼럼] 핀란드 헬싱키를 무대로 한 일본 영화 ‘카모메 식당’은 1972년생 여성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가 34세 때 각본까지 직접 써서 만든 영화다. 일본 치바현 태생으로, 미국USC대학원에서 영화를 전공한 그녀는 데뷔작인 ‘요시노 이발관’으로 베를린 국제영화제 아동영화부문 특별상을 수상하면서 일찍이 재능을 인정받았다. ‘카모메 식당’은 개봉 당시 ‘입소문’이 크게 난 덕분에 2006년 ‘일본 미니시어터’ 최고 흥행작으로 7억 엔의 순수입을 올렸을 정도로 일본인의 심금을 울린 작품이다.

북유럽의 매력적인 항구도시 헬싱키의 한 모퉁이에 자리 잡은 영화 속 이 식당은 ‘동네식당’으로 사랑받는 곳이다. ‘카모메 식당’의 여주인 사치에는 ‘여자 혼자 몸으로’ 머나먼 핀란드 헬싱키로 와 그곳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것 같은 막연한 생각으로 ‘일본 식당’을 개업했다. 식당에 테이블이라고는 예닐곱 개 정도. 하지만 척 보기만 해도 깨끗하고 상당히 ‘클래스 있어 보이는’ 그런 단아한 기품이 있는 식당이다. 거기에 독신이지만 ‘알뜰 주부’의 표준모델처럼 생긴 사치에는 종업원도 두지 않고 ‘카모메 식당’이라는 자신의 무대를 반짝반짝 윤이 나게 닦고 또 닦는다. 어느 날 드디어 첫 손님! 그것도 일본어를 구사하는 꽃미남 헬싱키 청년이 식당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영화는 ‘본론’으로 들어간다. 이 청년, 일본말만 할 줄 아는 게 아니라 일류(日流)에도 푹 빠져 있다.

청년은 대뜸 모든 일본 어린이의 우상이라는 만화영화 ‘독수리 오형제’의 주제가를 정확히 써줄 것을 사치에에게 요구한다. 그러니까 식당에 밥 먹으러 온 게 아니고 ‘일본 문화’를 배우러 온 것이다. 이 청년은 ‘손님1호’라는 공로로 ‘영원히 커피는 공짜’라는 대접을 받는다. 그래선지 청년은 매일 아침 식당을 자신의 회사로 여기는 듯 나와 ‘출근 커피’를 마신다. 공짜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짜’는 사람들에게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두 번째 고객은 ‘운명처럼’ 헬싱키 시내 책방에서 우연히 만난 일본인 여성 관광객이다. 미도리라는 이 여성은 사치에의 ‘카모메 식당’ 멤버로 뛰게 된다. 말하자면 ‘현지 알바’로 취업한 셈이다. 그녀가 핀란드로 여행 온 계기가 코믹하다. 문득 어느 날 떠나고 싶은 바람이 들자, 미도리는 눈을 감고 세계지도의 한 곳을 짚었는데 바로 그 곳이 핀란드였단다. ‘일’을 함께 할 뿐만 아니라 한 집에서 살게 된 두 여성은 이런저런 인생 이야기를 나눈다.

사치에의 일상은 아주 건강하다. 매일 수영과 합기도를 하고 낮엔 식당에서 손님들에게 정성이 깃든 일본 요리를 식탁에 내놓는 것! 이것이 사치에의 인생이자 일상이다. 사치에의 식당에 ‘종업원’으로 뛰는 관광객 미도리 역시 무언가 ‘기여’하는 삶이고 싶어 한다. 식당 메뉴를 나름대로 ‘현지화’해서 내놓자고도 하고, 손님을 끌기 위해 ‘헬싱키 관광안내책자’에 ‘일본인 식당’ 광고를 내자는 아이디어도 낸다.
하지만 오너인 사치에는 그냥 자연스럽게 ‘동네 장사’를 하겠다고 한다. ‘입소문’ 전략이 주효해 식당엔 점점 손님들이 북적대기 시작한다. 무슨 특별한 기교를 부리는 게 아니라 ‘가장 일본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모토를 세운 게 현지인들에게 먹힌 것이다. ‘카모메 식당’의 주요 메뉴는 ‘오니기리’ 곧 주먹밥이다. 사치에는 말한다 “오니기리는 소울 푸드에요.”라고.
‘일벌레’로 알려진 일본인들도 ‘슬로우 라이프’에 대한 무한한 동경을 갖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그들은 ‘느림의 미학’이 있어 보이는 핀란드로 간 것이다. 그러고는 거기서 또 ‘소울 푸드를 만드는 일’에 전념한다. 그것이 그들 일본인들의 인생인 것 같다. 어디를 가나 ‘일(시고토)’을 최고로 여기는...

러닝타임 102분 동안 감독은 주인공의 인생철학과 요리솜씨, 그리고 따스한 휴머니즘을 예리하게 집어내 정갈한 식탁으로 차려낸다. 그래선지 ‘카모메 식당’은 다시 또 가보고 싶은, 아니 단골로 삼고 싶은 아담하고 정이 가는 일본 식당이 됐고 핀란드인 단골들로 식당은 북적대나 보다.
‘카모메 식당’에서 사치에는 음식만 파는 것이 아니다. 핀란드 사람들에게 일본인의 ‘소울 푸드’를 공급해 준다는 무한한 자부심을 갖고 일한다. 어쩌면 ‘카모메 식당’이라는 좁은 공간은 고향을 상실한 현대인의 마음의 고향 역할도 해내고 있는 곳인지도 모르겠다. 영혼이 쉬어갈 수 있는 ‘안식처’로서의 ‘카모메 식당’은 그러기에 현대인의 마지막 쉼터 같은 곳이기도 하다.

▲ 朴美靜 편집위원(박미정 스카이뷰커뮤니케이션즈 대표)

동서양을 막론하고 상처받은 영혼들이 한 곳에 모여 서로를 보듬어주고, 말은 통하지 않아도 따스한 눈빛만으로 상대방의 아픈 상처를 위로해줄 수 있는 그런 공간! 아마도 여성 뿐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절실한 공간일 것이다. 다정한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상처받은 영혼의 힐링’은 저절로 되는 법이다. DVD로 꼭 감상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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