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이 먼저 반성하라"에 까무라쳐
공약실천이나 독선, 독주 실패의 길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한국경영자총협회 김영배 부회장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핵심으로 하는 문재인정부 의 일자리 정책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데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일자리정책 비판 봉쇄.
촛불공약 성역인가.
"경총이 먼저 반성하라"에 까무라쳐.
공약실천이나 독선, 독주 실패의 길.

[이코노미톡뉴스=배병휴 회장] 문재인 대통령이 일자리위원장을 맡아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고 자임한 것은 대선공약 사항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고 11.2조원의 일자리 추경을 편성한 것도 공약실천 차원으로 긍정한다. 그렇지만 어찌하여 새 대통령이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과 반대를 전면 봉쇄, 압박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당·정·청 공개압박에 경총 숨 못쉰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5월 25일 조선호텔에서 226회 조찬포럼을 갖고 김영배 상근부회장이 “새 정부가 인천공항공사의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한 후 민간기업에게도 정규직 전환요구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는 고충을 말했다.
이에 대해 뜻밖에도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경총이 먼저 반성하라”고 지시했으니 깜짝 놀랄 일 아닌가. 경총은 평소 전투적 노조, 귀족노조 등 강성 노동계와 협상에 시달려 오면서 회원사들의 고충을 대변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이라고 판단했을 것인데 대통령이 직접 반성을 촉구했으니 놀랄 수준을 넘어 거의 까무라칠 정도가 아닐까.
더구나 정치적 투쟁력이 막강한 민노총, 전교조 등 강성 노동세력이 촛불정권 탄생의 공로를 내세우며 자기네 세상이 왔노라고 기세를 올리고 있는 시점 아닌가.
대통령에 이어 국정기획자문위 김진표 위원장이 “재벌이 먼저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대한민국은 무소불위의 재벌 공화국”이라고 규정했으니 이 또한 놀랄 일이다. 김 위원장은 오랜 경제관료로서 기업정책과 노사문제에도 밝으며 특히 경제부총리와 교육부총리까지 역임한 경륜이 쌓였는데 어찌하여 시민단체 구호 수준의 ‘재벌 공화국’이란 말을 사용할 수 있을까.
또한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도 경총을 향해 “사회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 “비정규직을 나쁜 일자리로 만든 주체”등으로 비판하며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동참하지 말도록 엄포 놓기냐”고 따졌으니 경총이 숨이나 쉴 수 있겠는가. 전경련이 박근혜 정부의 문화융성 정책에 호응하여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출연을 권고한 죄목으로 거의 해체 수준으로 정치적 압박을 받고 있는 사례가 진행 중인 시점이다.

경총 회장이 반성문, 협조문으로 항복

▲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9일 경총에 대해 “비정규직을 만든 당사자임을 망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고위 경제관료 출신인 박병원 경총 회장이 이용섭 일자리위 부위원장에게 반성문 성격의 일자리정책 협조 서한을 발송한 사실이 신문에 보도됐다. 이를 보면 어느 누구도 일자리 정책에 관해 함부로 비판할 수 없다는 촛불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설정된 셈이다.
경총 김영배 부회장은 노사관계 문제를 전공한 전문가로 비정규직을 정부가 앞장서서 제로화 하겠다는 정책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할 수 있는 위치다. 경총 회원사 다수가 외국의 선례를 쫓아 기업특성에 맞게 비정규직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부회장은 서울대의 비학생 조교, 간호보조사, 집배원, 학교급식 보조원 등을 예시하며 그들은 비정규직이 아니라 협력업체의 정규직이라고 말하고 이는 바로 대·중소기업 간의 문제라고 해석했다. 또한 그는 노동계가 아웃소싱을 문제 삼지만 기업의 인력운용 방식과 생산방식의 선택에 따라 아웃소싱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주력사업 부문이 아닌 업무의 경우 기업특성이나 근로자의 개별사정 등을 고려하여 전문업체의 아웃소싱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경총으로서는 노동계와 협상의 논리나 파업투쟁시 대응논리로 언제든지 주장할 수 있는 논리다. 이를 새 정부가 최고 수준의 공개적인 압박으로 입을 막고 손목을 비틀어 반성문을 쓰게 한 것은 촛불정권의 독선, 독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공공일자리 5년간 순증가 12만4천개뿐

이용섭 일자리위 부위원장은 ‘일자리 100일 계획’을 통해 ‘5대 일자리 위기’를 제시하고 공공부문 일자리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로드맵을 만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민간부문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 친화적 자율규제로의 전환 등을 약속했다.
정부는 11.2조원의 일자리 추경안을 통해 공공부문 7만 1천개, 민간부문 3만 9천개 등 11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대체로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대통령이 앞장서서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평가하고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렇지만 비판과 반대를 힘으로 막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아무리 일자리 정책이 시급하다고 동의하더라도 문제점과 부작용을 지적하지 않고 눈 감아야 한다는 강요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경영계는 새 정부가 5년간 공공부문 81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은 일자리 이동 64만개, 순 증원은 12만 4천개에 불과하다고 분석한다. 이를 위해 국민세금 21조원을 쏟아 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경영계에서는 일자리 창출의 기본 방향이 ‘노동개혁’과 ‘규제개혁’이라고 주장한다.
경찰, 소방공무원 증원에 이어 5년간 교사를 1만 6천여명 증원하려는 방침에 대해서도 저출산 고령화로 학생수가 줄어들고 있는데 교사만 계속 늘리느냐는 반론이 나온다. 정부 계획에 따라 올해 교사 3천명을 늘리는데도 예산 1,050억원이 소요된다는 계산이다.
반면에 초·중·고 학생수는 1990년 942만명에서 지난해는 588만명으로 대폭 감소했으며 2030년이면 다시 520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곧 교사들의 감원계획이 나와야 할 시점에 매년 대폭 증원했다가 어쩌자는 말이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최저임금 1만원 중소기업 인건비 81.5조 증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방침에 대해서도 여기저기서 나오는 지적을 충분히 검토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본다. 보도에 따르면 노동계는 비정규직 비중을 53.5%라고 주장하고 경영계는 32.8%라고 맞선다. 양측 간에 비정규직을 보는 기준과 해석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쪽 주장에 따르더라도 중소기업의 비정규직이 대기업보다 심각하지 않겠느냐고 볼 수 있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도 중소기업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중앙회가 현 시간당 6,470원의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인상하면 중소기업계의 연간 인건비가 무려 81.5조원이나 증가한다는 자료를 발표했다. 2020년까지 시급(時給) 1만원까지 올리자면 매년 15%씩 인상해야 하므로 연간 인건비 증가액이 2018년 16.2조원, 2019년 42.2조원, 2020년 81.5조원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최저임금 적용 근로자는 현재 336만 6천명이나 1만원으로 인상시 882만 2천명으로 불어나게 된다. 월 적용 임금은 현 161만 9900원에서 2020년에는 250만3,700원으로 인상된다.
이렇게 되면 치킨집, 편의점, 식당, 주유소 등 저임금 알바생을 이용하는 자영업자들이 큰 타격을 입게 된다는 전망이다.
여기저기 짚어보면 일자리 정책을 일방적으로, 독선적으로 밀어붙여 성공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특히 촛불개혁 정책이 어떤 성역(聖域)인양 비판을 봉쇄하는 것은 결국 실패로 가는 길이라고 본다.
(당시)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청문회 답변자료를 통해 비정규직 남용을 방지하되 꼭 비정규직이 필요한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출산, 육아휴직시 근로자 대체 등은 비정규직 채용이 불가피하지 않느냐고 제시했다. 비정규직 남용방지 대책으로는 상시, 지속적 업무, 생명과 안전 업무는 정규직 고용을 원칙으로 삼고 기존의 비정규직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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