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회장, 선비형·구국형 경영평가
양반가문 명예, 겸손, 절제, 책임겸비

[이코노미톡뉴스=배병휴 회장] 유명재벌 총수의 80년 삶을 각계 명사 80여명이 다각도로 묘사하여 ‘내가 만난 그 사람’으로 그려냈다. 효성그룹 조석래(趙錫來) 회장의 산수(傘壽) 기념문집이다. 발간위원장을 맡은 손병두(孫炳斗) 호암재단 이사장은 조 회장을 “우리사회에서 반드시 기억되어야 할 경제계의 큰 어른”이라 회고하며 존경과 감사의 마음으로 기념문집을 헌정한다고 밝혔다.

▲ 각계 명사 80여명이 다각도로묘사한 ‘ 내가 만난 그 사람, 조석래’

나보다 국가먼저… 구국의 경영인

재벌 총수에 대한 비판 정서 속에 ‘구국(救國)의 경영인’이란 호칭은 최고의 예우로 느껴진다. 기념문집 발간에 참여한 상당수 필자들이 조 회장에게 “자신이나 기업보다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경영인”이라고 확실하게 말했다.
현홍주 전 주미대사는 조 회장의 글로벌 비즈니스 현장을 지켜본 소감으로 ‘나라를 생각하는 기업인’이라고 표현했다. 조 회장이 1991년 한미재계회의 기술분과 위원장을 맡아 능란한 영어 스피치로 양측 간 의견충돌을 원만하게 중재한 솜씨를 발휘했다고 한다. 또 1998년 회의 때는 많은 논란이 제기되어 있는 한미투자보장협정과 FTA 체결을 역설하면서 “나라가 살아야 기업도 산다”는 신념을 펼쳐보였다고 말했다.
전경련 회장을 역임한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은 조 회장이 ‘할 말을 다하는 재계의 지도자’라면서 YS정부 초기 국회 재무위원들이 전경련을 방문했을 때를 예시했다. 당시 조 회장은 아무런 눈치 안 보고 금융기관들의 ‘꺾기’ 관행을 나쁜 행위로 지적했다. 이에 다음날 조간신문들이 이를 대서특필하여 은행권이 부글부글 끓었다고 소개했다.
김기문 전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조 회장이 2008년 중소기업회관을 방문하여 대·중소기업 상생경영을 선언한 사실을 감명 깊게 회고했다. 김희용 동양물산기업 회장은 조 회장이 고교 선배이자 ‘인파이터 선수형’으로 마음속의 멘토라고 소개하며 전경련 회장 시절에 나라와 국민을 사랑하는 뜨거운 마음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승철 전경련 전 상근부회장은 조 회장의 유별난 일자리 관심이 2010년 3월, ‘300만 고용창출위원회’를 출범시켰다고 밝혔다. 이 무렵 복수노조 허용여부,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이 뜨거운 쟁점이자 재계 수장으로서는 말 한마디 하기가 조심스러운 시기였다. 이때 조 회장은 대졸 신입 초임삭감, 기존 임직원 임금동결을 통한 신규채용 확대 등 ‘잡세어링’을 주장했으니 노동권력의 기득권을 자극할 수밖에 없었다.
이진성 이코노믹 리뷰 기자는 2014년 6월, “효성가문의 나라사랑이 남다른 이유가 있다”면서 몇 가지를 예시했다. 효성은 2012년부터 육본의 나라사랑 보금자리 프로젝트 후원으로 6.25와 월남전 참전 유공자들의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지원한다. 또 효성 USA는 미 앨라배마주 헌츠빌에서 갖는 6.25 기념식의 참전 미 퇴역군인과 가족 초청행사를 후원한다. 효성 중국법인은 저장성의 백범 김구 피난처 보존사업을 후원했고 룩셈부르크 효성법인도 6.25 참전용사 초청행사를 후원했다.
이 같은 효성그룹의 나라사랑 호국정신은 그룹 창업주인 조홍제(趙洪濟) 회장으로부터 대물림 되어 왔다는 것이 ‘효성가의 남다른 사연’의 요지다. 일제하인 1926년, 조홍제 학생이 중앙고보 재학 중일 때 순종황제 국장일을 맞아 대한독립만세 운동을 주도하여 일경에 체포되어 서대문 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했던 것이다.

▲ 세계 경제인 포럼 만찬에서의 조석래 회장(오른쪽)@2002. 04. 22. <사진=효성>

세계속에 대한민국 꿈을… 글로벌 리더

조 회장은 일본에 유학한 일본통으로 한일관계 발전에 늘 앞장 서온 많은 발자취를 기록했다. ‘내가 만난 그 사람’ 속에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 미타라이 후지오 일 경단련 명예회장, 사사키 미키노 일한경제협회장 등이 양국관계 발전에 조 회장이 크게 헌신했노라고 평가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전임 조 회장이 바로 글로벌 대한민국의 꿈을 펼친 분이라고 증언했다. 조 회장이 “글로벌 전선이란 단순한 기업의 비즈니스 차원을 넘어 국가대표로서 사명감과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여 늘 감동을 받았다는 이야기다.
공로명 전 외교부 장관은 조 회장이 ‘밤의 한일포럼 회장’역을 맡아 왔다는 비화를 소개했다. 한일포럼은 YS와 호소가와 모리히로 일본 수상 간의 경주회담 결과로 발족하여 양국관계 현안 해결에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포럼이 22회를 넘기기까지 공식적인 낮 포럼에는 뜨거운 쟁점으로 양측이 얼굴을 붉히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2차로 밤의 포럼은 조 회장이 스폰서를 맡아 노래방에서 흉금을 털어놓아 미진한 부분의 매듭을 풀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또 이와 관련 정구종 한일문화교류회의 위원장은 야간포럼 스폰서를 자청한 조 회장이 늘 “스폰서는 밝히지 마세요”라고 당부하여 수년간 양측 참석자들은 누가 스폰서 역할을 맡았는지 알 수 없었다고 밝혔다.
종근당 이장한 회장은 조 회장이 한미재계회의를 통한 한미투자보장협정, FTA 체결 등의 숨은 주역이었다고 소개하고 “옳은 길이 아니면 가지 않는다”는 그의 신념을 너무나 존경한다고 밝혔다.
한일경제협회 이종윤 상근부회장은 주한 일본 대사관측과 간담회 때 조 회장이 경제현안문제 뿐만 아니라 영토문제, 역사문제 등을 거침없이 제기한 사실을 소개했다. 박대식 국제경영원 고문도 조 회장이 일본 경제인들 앞에서 ‘독도는 한국영토’라고 강조한 열변을 듣고 옛 식민지 시절 일본에 유학 갔던 애국청년들이 일본인들과 격론을 벌이는 모습을 연상시켰다고 지적했다. 또한 중국 측과의 회의에서도 지적재산권 문제, 노사문제, 환경문제 등 중국 측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사안들을 모조리 지적하더라고 했다.

▲ 조석래 전경련 회장 초청 토론회(2007년 4월 24일). 이날 조 회장은 우리나라 경제 수장으로서 전경련의 목표와 추구해야 할 가치에 대해 발표했다. <사진=효성>

더 큰 미래를 내다본 열정적 선각자

상인(商人)으로 불리는 기업인에게 미래를 내다본 ‘선각자’라는 평가도 매우 높은 예우로 여겨진다. 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가 조 회장의 전경련 회장 시절을 회고하며 기업과 개인을 세계적 스타로 만드는 역할에 앞장서 왔다고 평가했다. 송 교수는 효성의 타이어코드, 스판덱스 브랜드인 ‘크레오라’가 세계 제일을 기록한 것도 세계적 스타 육성에 헌신한 조 회장의 리더십이라고 해석했다.
장치혁 고려학술문화재단 회장은 나이론사업에 참여했던 시기를 회상하며 조 회장이 ‘기업가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 냈다고 소개했다. 나이론 원사는 효성의 동양나이론이 제일 먼저 생산하고 코오롱이 그 뒤를 따른 뒤 장 회장의 고합은 3번째로 1970년에 참여했다. 이때 선발자인 조 회장은 후발자를 일방적으로 배척하기보다 경쟁의 원리원칙을 강조함으로써 국제수준의 스탠다드를 제시한 ‘표준형 기업가’라고 높이 평가한 것이다.
공정곤 전 효성물산 부회장은 조 회장을 ‘편하고 쉬운 길을 마다한 열정적 기업가’라고 평했다. 그는 1974년 외환은행에서 효성으로 이적하면서 처음으로 조 회장을 면담했는데 조 회장이 면전에서 “은행원이 싫다”고 쓴 소리를 하더라고 했다. 특정인을 지목한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은행의 일하는 방식과 은행원의 업무자세를 비판한 말이었지만 은행원을 불러다 놓고 ‘은행원이 싫다’고 말한 것이 조 회장의 성품이라는 전언이다.
홍영철 고려제강 회장은 조 회장의 기술 중시, R&D 경영의 성공모델로 ‘섬유의 반도체’라고 불리는 스판덱스 원사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세상에 없는 새로운 신소재를 개발하라”는 특명으로 세계 최초의 ‘폴리케톤’이 개발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은 조 회장의 뒤를 이어 한일경제협회장을 맡아 그의 국제적 에티켓, 품격, 열정을 피부로 느끼면서 재계중심의 ‘작은 거인’임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또한 조 회장이 늘 강조해온 ‘답은 현장에 있다’는 철학에 깊이 공감한다고 소개했다.
배상근 한경연 부원장은 2010년 ‘300만 고용창출위원회’ 발족과정을 소개하면서 조 회장이 “나는 기본적으로 파이터야, 욕을 먹더라도 우리기업, 우리경제를 위해 해야 할 말을 한다”고 강조한 소신을 명언으로 기억한다.
조 회장은 모교인 와세다 공대로부터 2005년 명예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와세다 공대는 조 회장이 양국 간 경제협력, 아·태지역 공동번영에 공헌하고 신기술 신소재 개발로 타이어코드, 스판덱스를 세계시장 1, 2위로 끌어올린 공적을 평가했다. 이때 한겨레신문 조계완 기자가 ‘와세다 공학이 인정했네’라고 보도했다.

꼼꼼 확인, 과감도전… 치밀한 지도자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은 조 회장을 가슴이 따뜻한 ‘경영 아티스트’라고 표현했다. 박 회장 자신도 한국메세나협의회 회장을 지내고 예술의 전당 이사장을 맡은 경영 아티스트라는 평판을 듣는다. 그러니까 박 회장은 조 회장과 따뜻한 심장으로 소통할 수 있는 상대방으로 상호 공통의 관심사를 두고 많은 대화를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 박 회장이 조 회장의 민간외교 활동을 높이 평가하면서 이성과 감성이 조화된 분, 의지력과 절제력이 뛰어난 분이라고 말하고 문화·예술은 일정한 수준을 넘고 특히 클래식에 조예가 깊어 ‘경영 아티스트’라고 평한 것이다.
배기은 전 효성그룹 부회장은 조 회장을 ‘노력 하는 천재’라고 표현했다. 배 부회장은 조 회장이 선친의 부름을 받고 귀국하여 상무이사를 맡았을 때 공장장으로 대화할 기회가 많았다. 이때 조 회장이 타고난 머리에 공부도 열심히 하니 “노력하는 천재를 누가 당하냐”고 느꼈다고 회고했다.
정정길 울산대 재단이사장은 조 회장이 재벌 총수이기보다 대학교수형이라 평하고 학자적 리더십으로 위기를 극복해온 성공사례라고 강조했다. 조태권 광주요그룹 회장은 조 회장과 집안 일가라고 소개하며 지극한 효심과 절제로 가업(家業)을 확장 발전시켰다고 평가하며 이는 내공을 축적하고 의지와 결단력을 겸비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홍성범 전 효성바스프 사장은 ‘깨끗한 CEO’라고 회고했다. 공장건설 현장의 리베이트가 공공연한 관행이던 시절 조 회장만은 철저한 리베이트를 거부했다고 증언하면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고 확언했다. 구창남 전 동양나이론 사장은 폴리프로필렌 투자사업 관련 “안 되는 이유 100가지 보다 되는 이유 한 가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 명언을 감명 깊게 소개했다.
정치부 기자를 거쳐 전경련 부회장과 전남지사를 지낸 조규하 씨는 조 회장에게 ‘당신은 충분히 훌륭했습니다’라고 적었다. 구체적으로 조 회장의 깨끗한 돈철학, 위엄, 인정(認定)과 인정(人情) 등을 꼽았다. 효성 사외이사를 지낸 한민구 서울공대 명예교수는 조 회장이 유교적 가풍, 겸손, 절제, 배려에 애국심을 갖춘 분으로 ‘한손은 논어, 또 한손은 컴퓨터’라고 표현했다.
김용원 전 조선일보 편집국장은 골프 라이벌인 조 회장의 실력이 어느 날 갑자기 높아진 것은 알고 보니 공학도답게 연습, 훈련 성과라고 소개했다.

▲ 하노버 메세 2009년 행사에서 독일 메르켈 총리에게 당사 제품의 우수성을 설명하고 있는 조석래 회장. <사진=효성>

소박, 따뜻한 휴머니스트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은 조 회장을 겸손, 소박한 인간미,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따뜻한 배려로 인식한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사람’으로 기억한다. 김 회장은 조회장이 유교적 가풍에서 성장하고 공학을 전공한 품성으로 대의와 원칙을 중시하여 옳은 길이라고 판단하면 결코 굽히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동건 부방 회장은 명문가인 함안 조씨 집안의 내력을 소개하며 선대 이래 지켜온 전통을 존중하는 명예와 자존심에다 겸손을 갖춘 양반에다 처가마저 송인상 전 재무부 장관 댁으로 최고의 가문끼리 결합했노라고 평가했다.
송재달 전 동양나이론 부회장은 조 회장이 신혼여행 중에 실습연수에 참여한 비화를 소개했다. 효성의 나이론 사업은 1966년 만우 조홍제 회장이 회갑 때 착수하여 일리노이 공대에 유학 중인 장남을 불러들여 경영에 참여시켰다. 이듬해인 1967년 4월 조석래는 송인상 장관댁 따님 송광자 여사를 만나 결혼했다.
이때 송재달 씨는 나이론 생산기술 연수를 위해 이태리의 시골마을 ‘포를리’에 머물고 있었는데 조석래 신랑부부가 신혼여행 길에 방문했다. 그러나 단순한 방문이 아니라 신부를 호텔방에 남겨두고 생산기술 연수에 동참했다고 한다. 송재달 부회장은 조 회장이 선친의 신장 투석치료를 위해 의학서적을 탐독하여 ‘준 박사’ 칭호를 받았던 지극한 효심도 증언했다.
조윤제 서강대 교수는 조 회장을 선비의 양심, 학자적 탐구심으로 해석하고 경영인, 외교가, 사회사업가, 지성인 등 여러 얼굴로 기억한다.
한편 효성 임직원을 대표하여 이상운 부회장은 기념문집 발간에 따른 감사의 글을 통해 ‘회장님의 삶 속에서 가르침을 구하다’라고 쓰고 장남 조현준 회장은 ‘오직 아버지 뒤를 따를 뿐’, 3남 조현상 사장은 ‘아버지의 삶, 철학에 감사와 존경’을 바친다고 썼다. 2014.11.18. 발행, 415페이지, 비매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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