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월드 이미양 F.M이 7월 4일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롯데월드 어드벤처).

[이코노미톡뉴스 최서윤 기자] “모험과 신비가 가득한 나라, 우리가 꿈꾸던 그 곳~” 누구나 한 번씩은 들어봤을 ‘롯데월드 어드벤처’의 주제곡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치러지고, 정부는 이듬해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를 시행했다.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에 맞춰 문을 연 곳이 롯데월드다.

미국의 디즈니랜드 부럽지 않은 국내 최초 실내 놀이공원(테마파크)으로 사랑받고 있는 롯데월드가 어느덧 28년이 됐다. 2년 뒤엔 30주년이 되는 롯데월드와 태동부터 현재까지 동고동락하며 지낸 이가 있다. 호텔롯데 롯데월드 엔터테인먼트 소속인 이미양 F.M(필드 매니저)이다. 그는 놀이기구와 함께 뮤지컬 공연으로도 유명한 롯데월드에서 30년 가까이 배우들과 캐릭터의 무대 의상 관리를 맡고 있다. 수많은 무대 의상들이 그의 손을 거쳐 갔다.

지난 4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 인근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미양 매니저와의 첫 만남은 전혀 낯설지 않았다. 가수 윤복희 씨를 닮은 친근한 인상과 편안한 말투. 말주변이 없다면서도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고 설명하는 모습은 여느 성공한 여성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 분(윤복희 씨)과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사인해 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니까요. 살 빠졌을 때는 더 닮았더랬어요(웃음). 롯데월드는 1989년, 제 나이 서른 살에 입사했지요. 개장 전에 한창 의상 등을 준비할 때 들어와 함께 작업했고, 정식 입사는 1989년 6월에 했어요. 그 전에 롯데월드예술극장에서 의상 작업부터 시작했고요. 그 때 예술극장에서 처음으로 뮤지컬 ‘신비의 거울 속으로’를 오픈했어요. 그 무대에 올라간 의상 작업이 제 첫 작품이었지요. 여러 명이 한 팀을 구성해서 의상 한 벌에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수를 놓고, 줄마다 비드(장식용 구슬 등)를 박는 작업을 했어요. 그렇게 만든 옷이 무대에 올라 반짝이는 모습을 보고 ‘내가 저 의상을 위해 수를 얼마나 놓았던가’ 하고 고개를 저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 때 출중한 연기자들도 많아서 의상을 만든 보람도 컸지요.”

당시 가족공원 개념으로 용인에 자연농원(현 삼성 에버랜드)이 있었다. 자연농원은 사파리 등을 내세워 환경친화적인 분위기를 선보였고, 롯데월드는 놀이기구와 화려한 볼거리가 가득한 공연으로 승부를 걸었다. 국내 뮤지컬계의 간판스타인 남경주, 최정원 씨가 롯데월드 예술단 1기다. 롯데월드예술극장은 현재 샤롯데씨어터가 대신하고 있다. 예술극장에 이어 롯데월드 중앙 무대 공연, 거리 공연 의상 등이 이 매니저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학교 다닐 때 의류학을 전공했어요. 전공을 살려 예술극장에서 의상 장식을 손으로 하나하나 다 작업하다가 연줄이 되면서 의상 관리를 시작했지요. 요즘 MBC ‘복면가왕’에서 가면을 쓰고 노래를 부르잖아요. 롯데월드에서 마스크 퍼레이드를 하면서 가면을 처음 사용했어요. 이탈리아 등 외국 사이트를 찾아서 재료를 수입하고 데코레이션(장식)을 하고 이런 작업들이 참 많았어요. 한 벌을 완성시키기 위해 며칠 동안 작업한 것도 있고. 크리스마스 퍼레이드 의상 같은 경우에는 조명이 필요해요. 밤에 보면 불빛이 켜져야 하니까. 그 작업도 쉬운 작업은 아니었어요. 의상이 완성 상태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펼쳐 놓은 그림같이 나오거든요. 앞면과 뒷면에 점을 찍고 구멍을 내서 전구를 박고 선을 연결해서 불이 들어오도록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하죠. 전구를 아무데나 달면 안 되기 때문에 어디다 달아야 더욱 빛이 날지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고요. 조명에 어떤 장식품을 부착시키느냐 하는 문제도 있고요. 우리 팀원들이 협업을 굉장히 잘 했습니다.”

그는 무대 업무 중에 미술 파트를 맡고 있다. 미술 파트는 카퍼레이드를 할 때 필요한 차량과 세트의 장식, 연기자들이 착용하는 의상, 테마파크의 특성상 중요한 캐릭터 의상을 꾸미는 작업을 한다.

“미술 파트에는 롯데월드의 대표 캐릭터인 로티와 로리 외에 서브 캐릭터들을 제작하는 파트, 옷에다 전구 등을 다는 전시 파트, 의상을 관리하는 파트, 연기자들의 분장을 도와주는 파트 등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서 의상을 만드는데, 비싼 의상은 300~500만원까지 합니다. 옷 뿐 아니라 가발부터 신발, 장신구, 속옷, 신발, 스타킹까지 한 세트로 포함되니까요. 한 번 공연을 할 때 94배역에서 100배역까지도 나가니 의상 수도 굉장히 많지요. 의상은 보통 4년 주기로 새로 만듭니다. 콘셉트가 바뀌면 그때그때 제작하고요. 어린이날 퍼레이드 전에는 8살 이하 어린이들에게 맞는 공주 드레스 등을 만들어요. 고객 참여라고 해서 별도의 신청을 받아 아이들에게 동화 속 주인공의 의상을 입히고 퍼레이드에 참여하게 하는 거지요.”

▲ 브라질 리우의 공연팀이 롯데월드 가든스테이지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오는 8월 27일까지 공연한다(사진=이코노미톡뉴스).

롯데월드의 마스코트인 너구리 로티와 로리는 2007년에 대대적인 변신을 한 바 있다. 커다란 모자를 쓰고 검은 색 턱시도와 나비넥타이, 손에 든 지팡이로 영국 신사의 이미지를 풍겼던 로티는 더욱 어려진 외모와 아이들에게 친근감을 줄 수 있는 멜빵바지로 귀여운 이미지를 연출했다. 로티와 로리의 얼굴은 한 차례 성형(?)했지만 의상은 자주 교체된다. 이 매니저는 과거 의상 작업을 위해 동대문시장도 많이 다녔다.

“로티, 로리 의상은 계절별로 달라져요. 우리가 사계절 똑같은 옷을 입진 않으니까요. 색상도, 장식도 수작업으로 하다 보니 재료 구입하는 것도 발품을 많이 팔았죠. 예전에 구매업무만 10년을 했어요. 깃털, 구슬 같은 것을 구입하기 위해 동대문시장, 방산시장을 다닌 기억이 생생하네요. 여간한 가게들은 한 번씩 다 들렀을 겁니다. 캐릭터가 동화 속 주인공이 많다 보니 환상을 심어주는 예쁘고 화려한 장식품을 많이 구입했었죠. 얼마나 많이 다녔는지 그런 자신의 경험을 살려서 소개하는 책을 낸 분도 있어요.”

인형탈의 변신도 이 매니저가 속한 미술팀의 손을 거친다. 아이들은 인형탈을 보면 마냥 즐거워한다. 반면, 어른들은 인형탈을 쓴 사람에 대한 안쓰러움을 드러내기도 한다. 때문에 인형탈도 점점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 보는 사람도, 쓰는 사람도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심미성에 실용성을 더했다.

“인형탈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점토로 모델링을 해요. 그런 다음 스펀지를 조각하고 그 위에 거즈를 붙이고 속작업을 합니다. 원단을 오려서 붙이고 봉제하고. 원단 작업 때는 패턴도 다 따로 만들지요. 눈, 코, 입, 귀를 붙여야 하니까요. 여기에 도색 작업까지 들어가면 헤드 하나 만드는데 보름이 걸립니다. 요즘 같은 여름에는 인형탈 쓰는 사람도 힘듭니다. 그래서 기능성을 고려한 숨구멍을 내주고, 두꺼운 헤드에 구멍을 뚫어서 모자 등을 씌워 통풍이 잘 되도록 합니다. 팔 같은 곳은 망사 같은 것을 씌워서 열을 배출할 수 있도록 하고요. 실용성을 생각해 소품도 가볍게 하죠. 여름에는 그냥 옷을 입어도 더운데 인형탈은 얼마나 덥겠어요? 예전에 인형탈이 생소했을 때는 어린 아이들이 발로 차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런 사람들은 거의 없죠. 인형탈을 보거든 웃으며 한 번쯤 손을 흔들어 주면 좋겠네요.”

이어 계속

[인터뷰②] 롯데월드 이미양 F.M "회사생활 유지 비결은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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