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회의탁자에는 공정무역 커피가 올라왔다(사진=기획재정부).

김동연·김상조, ‘공정경제’ 회의에서 커피빈·스타벅스 대신 ‘공정무역’ 커피.

문재인 대통령, 직접 커피 타 마시며 개인 식사비 사비 지출 등 예산 절감.

[이코노미톡뉴스 최서윤 기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회의 탁자에서 공정무역인 아름다운커피의 일회용컵이 포착됐습니다.

지난 16일 문재인 정부 첫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는 외국계 커피브랜드인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일회용컵이, 12일 제3차 경제현안간담회와 4일 경제현안간담회에서는 커피빈코리아의 일회용컵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서민경제와 골목상권, 소상공인 살리기, 상생경제 등을 논의하는 회의 자리에서 정부 인사들이 수용비 예산으로 외국계 브랜드커피를 마신 점과 공정무역 커피를 언급한 본지의 기사가 나간 이후 20일 회의탁자에는 아름다운커피가 등장했습니다.

▲ 왼쪽 정부서울청사 앞 건물에 스타벅스가 있다. KEB하나은행 간판 아래는 커피빈 매장이, 옆에는 공정무역 커피전문점인 아름다운커피 매장이 있다(사진=이코노미톡뉴스).

김동연 부총리도, ‘삼성·대기업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커피빈이나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는 있습니다. 다만 경제를 논의하는 회의석상, 특히 16일과 같이 2018년도 최저임금이 작년보다 1060원 인상된 7530원으로 결정되면서 중소기업계, 소상공인들이 반발하자 긴급하게 마련된 회의 자리라면 얘기는 조금 달라집니다. 이 회의는 많은 사람들이 지켜봤습니다.

최저임금 인상과 동시에 물가 인상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맥주, 소주, 콜라, 라면 값은 몇 백 원만 올라도 서민물가가 인상됐다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BBQ가 치킨가격을 2000원 올린다고 했을 때 공정위가 나서서 철회하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2014년 7월 스타벅스가 가격을 인상했을 때 다른 커피전문점들도 잇따라 가격을 올린 전례도 있습니다.

같은 서민이라도 커피빈이나 스타벅스를 자주 가는 사람들도 있고, 커피 값에 거품이 끼어서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혹자들은 밥값보다 커피 가격이 더 비싸다는 얘기도 합니다. 지난해 소비자시민모임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스타벅스코리아의 아메리카노 가격은 4100원으로, 미국 현지의 2821원에 비해 훨씬 비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20일부터 3일간 진행되는 스타벅스 해피아워에 맞춰 반값에 커피를 마시겠다고 폭염의 날씨에 줄을 서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 7월 16일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제1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스타벅스 일회용컵이 놓여 있다(사진=기획재정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1999년 국내에 들여온 스타벅스는 2014년 국내 상위 5개 업체를 합친 5870억원보다 많은 매출액인 617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28억원이었고, 매장 수도 1000개를 돌파하면서 정부에 의해 일정 거리 내 신규 출점 규제를 받는 이디야커피, 카페베네, 롯데 엔제리너스, CJ푸드빌 투썸플레이스, 할리스커피, 탐앤탐스커피, SPC 파스쿠찌 등 다른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과의 역차별 문제도 제기됐습니다.

외국계 직영점인 커피빈이나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있지만, 이들 매장의 증가로 인해 이미 포화 상태인 커피 시장에서 힘들게 대출을 받아 창업한 동네 카페가 문을 닫을까 우려하는 자영업자들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정부가 이들 모두를 위한 공정경제, 상생경제를 강조했다는 점입니다.

▲ 김동연 장관이 7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현안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김상조 공정위원장 등이 참석했으며 회의 탁자에는 커피빈 커피가 놓여 있었다(사진=기획재정부).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친서민 행보 중 하나로 직접 커피를 타 마시고, 특수활동비 예산을 대폭 삭감한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업무 외 식사비도 사비로 지출하는 등 국가 예산도 절약한다고 했습니다. 그 금액이 많든, 적든 상징적 의미는 충분합니다. 국회 상임위나 다른 회의만 봐도 탁자에는 생수 하나가 다입니다.

김동연 부총리는 20일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 대해 공정 경제를 비롯한 소득 주도 성장, 일자리 중심 경제, 혁신 성장 등에 중점을 두고 향후 경제를 운용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증세와 관련한 토론도 오갔습니다. 회의에는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과 김상조 공정위원장, 최종구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했습니다.

▲ 박원순 현 서울시장이 주축이 돼 만든 아름다운재단에서 2002년 독립한 아름다운가게의 아름다운커피 매장. 정부 인사들은 20일 공식회의 때 이곳의 커피를 마셨다(사진=이코노미톡뉴스).

커피를 생산하는 빈민국과 공정무역을 한다는 아름다운커피의 아메리카노 가격은 3500원입니다. 이날 총 30잔(라떼 1잔) 구입으로 10만6300원이 지출됐습니다. 커피빈 아메리카노(4500원) 30잔은 13만5000원, 스타벅스 아메리카노(4100원) 30잔은 12만3000원으로 계산했을 때 일부나마 예산을 절약하고 기부도 한 셈입니다. 기왕이면 대기업 개혁과 상생, 프랜차이즈 갑질 근절, 청년실업과 헬조선 등을 언급하는 경제회의석상에서 대형 커피브랜드의 음료는 나중에 따로 사비를 들여 사 마시는 것을 고려했으면 합니다.

청와대는 이달 초 방미 당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농심에서 판매하는 컵라면을 들고 있던 모습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이를 본 일부 누리꾼들이 “다음엔 라면 값을 동결한 착한 기업인 ‘오뚜기’로 준비해 달라”고 요청했고, 청와대는 이를 받아들여 오뚜기와 삼양식품 등 다양한 라면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사소한 것 같지만 소통을 하려는 청와대의 의지가 엿보였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같이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일 줄 아는 문재인 정부의 모습을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1일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커피를 직접 찻잔에 따라 마시고 있다(사진=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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