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100주년위원회, 평설로 재간행
강력한 역사인식, 국가재건의 의지

[이코노미톡뉴스=배병휴 회장] 5.16 군사혁명 지도자 박정희(朴正熙) 장군의 혁명이념과 철학이 담긴 ‘우리 민족의 나갈 길’이 ‘박정희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위원장 정홍원)에 의해 요즘 세대가 읽기 쉬운 평설(評說)로 재출간 됐다. 원본은 1962년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가 저자 박정희 명의로 출간했으니 지금부터 55년 전의 글이다.

▲ 박정희 장군의 ‘ 우리 민족의 나갈 길’ 이 요즘 세대가 읽기쉬운 평설로 재출간 됐다.

군인 출신 혁명가의 역사관, 국가관

평설 ‘우리 민족의 나갈 길’은 박정희 전집 9권 가운데 하나로 대한민국 문화예술인 공동대표 남정욱이 세로쓰기를 가로쓰기로 바꾸고 숱한 한문표기를 쉬운 한글로 고쳐 풀어 쓰고 도서출판 기파랑(대표 안병훈)이 출판했다.
박정희는 일제하에 사범학교를 나와 교사가 됐다가 군인으로 변신하여 우국지사형 혁명가의 꿈을 키웠다가 5.16 군사쿠데타의 지도이념과 국가재건 목표로 ‘우리 민족의 나갈 길’을 집필했다. 이 책을 읽는 독자의 성향에 따라 평가가 다르겠지만 우리네 7080 세대의 안목으로는 “당시 세상 위에 군림하듯 행세해온 장성 출신이 이토록 대단한 명문대작을 쓸 수 있었겠느냐”고 놀랄 지경이다.
박정희는 비록 일본 군인의 길로 들어섰었지만 망국의 한(恨)을 품고 8.15를 맞아 대한민국 국군 장교가 된 후에도 숱한 고난을 겪었으며 6.25 전장을 누빈 후에도 마치 고행길과 같은 행로를 걸었다. 이 같은 고달픈 역정 속에 언제 그토록 해박한 역사지식과 국제정세를 터득하고 왕성하고 투철한 국가관을 확립할 수 있었을까 궁금한 것이 솔직한 독후감이다.

▲ 5.16 혁명 - 시청앞 광장에서 박정희 대통령. <사진=위키피디아, 퍼블릭도메인>

‘빈곤의 역사 종식’이 곧 승공의 길

박정희는 원본 ‘우리 민족의 나갈 길’ 머리글을 통해 “한밤중에 눈을 감고 우리 민족이 걸어온 다난했던 역정을 생각해 본다”, “우리가 짊어진 유산들이란 몹시 무겁고 우리의 갈 길을 가로막는 것만 같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민족에게 갱생의 길이 없을까, 민족성을 고치고 진정한 복지 민주국가를 세우는 길은 없을까”라고 자문자답 한다. 곧 ‘인간혁명’, ‘사회개혁’, ‘가난추방’, ‘부강한 나라 건설’을 혁명의 목표로 설정했노라는 설명이다.
박정희는 혁명의 3대 과제로 ①우리 민족사의 나쁜 유산을 청산하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한다 ②‘한강의 기적’을 이룩하여 빈곤의 역사를 종식시켜 승공(勝共)의 길로 간다 ③혁명적 개혁과 전진으로 건전한 민주주의를 재건한다 등을 제시했다.
박정희는 이 같은 ‘우리 민족의 나갈 길’(1962)에 앞서 ‘지도자의 도(道)’(1961)를 발표했고 이어 ‘국가와 혁명과 나’(1963), ‘민족의 저력’(1971), ‘민족중흥의 길’(1978) 등 5종의 저술을 남겼다. 박정희 탄생 100돌 기념사업 추진위는 ‘우리 민족의 나갈 길’에다 ‘지도자의 도’를 합본, 평설판으로 재출간했다. 박정희 전집 제1권은 시집으로 ‘남편 두고 혼자 먼저 가는 버릇 어디서 배웠노’, 제2~5권은 영인본, 제6~9권은 평설판으로 출간한다.

▲ (좌) 경인고속도로 개통을 기념하며 막걸리를 뿌리고 있다.(1968.12.21) / ▲(우)박정희 5.16정부 시절 ‘ 농공병진’ 책으로 이끌어낸 농업· 농촌혁명. 사진은 1965년 벼베기 대회 참석 모습. <사진=국가기록원>

민족적 대각성으로 ‘민족사회’ 재건

지금부터 55년 전 박정희가 꿈꾸고 설계한 대한민국 재건은 통렬한 역사 반성과 비판을 전제로 ‘인간개조’의 민족적 과제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정희는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며 민족적 각성이 매우 절박하다고 강조한 후 ‘민족사회의 재건’ 방향으로 6가지를 제시했다. ①개인이익과 겨레이익의 조화 ②경제적 평등과 실속 있는 평등권의 보장 ③가난극복… 남이 못 살면 내 재산도 위험하다 ④권리와 방종을 구분한 올바른 자유권의 추구 ⑤자치능력 없이 자유민주주의 발전은 없다 ⑥자유는 봉사정신을 요구한다 등.
박정희는 가난과 관련하여 확고한 신념과 집념을 보여준다. 그는 “남이 잘 살고 부유할 때 내 생활과 내 재산이 보장된다는 것이 상식”이라고 말하고 “각 개인의 살림살이는 개인문제를 넘어 사회와 겨레 전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주변이 헐벗고 있는데 자신만이 호화롭기를 주저하지 않으면 겨레에 대한 배신”이라고 규정했다.
농촌 출신의 박정희는 농민들이 살인적인 고리채(高利債)에 시달리는 실태를 지적하며 “가난과 헐벗음이 도둑질과 각종 사회범죄를 불러들인다”고 개탄했다. 뿐만 아니라 “가난이란 공산주의가 침투해 들어올 수 있는 허점이자 자유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는 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1976년) 박정희 대통령이 포항제철 제2고로화 입식에 참석했다. <사진=국가기록원>

나쁜 유산 7가지, 전승해야할 4가지

박정희는 우리 민족사의 과거를 반성해야 한다는 대목에서 조선왕조 시절의 사회병리, 양반경제의 타락, 분열과 갈등의 당쟁사 등을 매우 강도 높게 비판하고 악(惡)의 유산으로 7가지를 꼽았다.
①자주정신이 결여된 사대주의(事大主義) ②게으름과 불로소득을 추구하는 허세사회(虛世社會) ③개척정신 없는 노예근성의 일상화 ④기업의식 없이 관청만 바라보기 ⑤악성 이기주의(利己主義) ⑥명예관념의 결여 ⑦건전한 비판의식의 결여 등.
박정희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입지가 사대외교를 불가피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국력배양이나 고유문화를 스스로 말살하고 외국문물 흉내에만 급급한 습성이 국민정신 속으로 스며들었다고 개탄, 탄식했다. 또한 조선조의 사회구조가 양반의 특권의식 아래 토지제도마저 특권지주를 만들어 내어 상민들을 노예처럼 학대해온 사실을 뼈아프게 지적했다.
이와는 달리 전승해야 할 조선조 시대의 유산으로는 ①향약과 계 등 지방자치의 단서들 ②위기 때 우뚝 선 화랑도 정신 ③중국 영향을 벗어던진 서민문학의 태동 ④퇴계학과 실학사상의 등장 등을 꼽았다.
박정희는 향약이 조선조 초기부터 자생적 지방자치 조직으로 형성되어 ①덕업(德業)을 권장하고 ②과실(흉허물)을 서로 고쳐주고 ③예의로서 소통하며 ④재난구호를 위해 서로 돕기를 실천해 왔다고 높이 평가했다. 또한 계는 양반지배 하에 힘없는 백성들이 생존을 위한 결합체로 고안해 낸 제도라고 평가했다.
화랑도 정신은 신라에서 탄생했지만 조선조 임란시의 영웅 충무공의 왜적퇴치 정신으로 이어져 나타났다고 해석했다. 중국 영향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서민문학으로는 홍길동전과 구운몽 등을 꼽았다. 또 퇴계 이황은 사상사를 다시 썼고 실학운동은 주자학에 반대해 일어났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박정희의 민족사 인식이나 민족수난사 해설평을 보면 단순한 군사지도자를 훨씬 넘는 역사학자의 반열로 인식될 만큼 깊이와 무게 있는 지식을 보여준다.

▲ (1972년) 박정희 대통령이 제주도 새마을운동 협업목장 현장을 시찰했다. <사진=국가기록원>

민주주의 성공 열쇠는 경제발전

‘우리 민족의 나갈 길’ 제3장은 ‘한민족 수난의 역정’으로 혁명가 박정희가 5.16을 구상하고 거사한 배경 설명으로도 볼 수 있다.
박정희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로부터 우리 민족의 고난은 예정되어 있었다고 보면서 망국사(亡國史)를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각론으로 보면 △상투 튼 나라를 상투 자른 나라가 집어 삼켜(굴종의 조선 일본 수교사) △러시아, 청국, 미국 식탁에 오른 조선 △영·미의 공식 승인 하에 을사늑약 체결 △악마의 38선과 미·소의 엇갈린 셈법 △6.25 전쟁, 대가 없이 16개국 참전 지원 △국제정세 재편, 미·일 방위조약 △소련의 악착스런 남하정책 등.
제4장 ‘제2 공화국의 카오스’는 장면 정권이 고질적인 내분 요인으로 붕괴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단한 후 제5장, 후진 민주주의와 한국혁명의 성격과 과제, 제6장, 국가·사회 재건의 이념과 철학으로 마무리 했다.
박정희는 후진국에서 민주주의를 한다는 위험성을 지적하고 “민주주의 성공의 열쇠는 경제발전”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혁명기의 민주주의는 ‘행정적 민주주의’ 이어야 하고 ‘행정개혁’은 국민의 자치능력 완성으로 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
박정희는 ‘행정적 민주주의’라는 생소한 용어에 대해 자세히 부연 설명했다.
5.16 혁명이 민주주의를 부인하지 않는다.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 그 성격, 몸가짐도 결국 민주주의에 어울리는 것이어야 한다. 다만 혁명의 목적은 참되고 올바른 민주사회 건설이므로 서양식 민주주의가 아닌 우리사회 우리정치 현실에 알맞은 민주주의여야 한다. 그것이 바로 ‘행정적 민주주의’로 위에서 내려오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아래로부터 위로 올라가는 민주주의라는 뜻에서 ‘행정적’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국민이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는 민주주의를 선택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국가·사회 재건 이념으로는 자유, 책임, 정의를 통한 세계 복지사회의 당당한 일원이 되고 번영과 부강으로 국토를 통일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또 경제는 자유로운 경쟁시장과 최소한의 정부정책, 경제이익의 공익화 및 농촌부흥 등을 강조하고 문화와 교육을 새롭게 다듬어 공산주의를 이겨내자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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