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촛불 80% 지지율 도취 아닌가

▲ 문재인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각) 독일에서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을 마친 뒤 노라 뮐러 국제관계 이사와 함께 대담을 하던 중 ‘ 한· 미 관계’ 에 관한 질문을 받고 ‘ 한· 중 관계’ 에대해 답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코노미톡뉴스=이진곤 논객]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6일 독일의 민간 싱크탱크인 쾨르버 재단에서 이른바 ‘베를린 구상’이 담긴 연설을 한 다음 청중들과 문답시간을 가졌다. 잠시 무대 정리를 하는 동안 이 재단의 노라 뮐러 이사가 질문을 했다. 그는 그 이틀 전에 있었던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 “대화할 상황이 아닌 것 아니냐”고 물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이 한계에 이르렀다며 “보다 더 엄중한 제재와 압박을 북한에 가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평화적인 방법’을 강조했다. “궁극적인 해법은 군사적인 방법이 아니라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문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대해서 유별나게 자주 구사하는 화법이다. ‘강력한 제재와 압박’의 필요성을 역설하고는 곧 이어 ‘대화를 통한 해결’을 말하는 식이다. 그는 독일의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정상회의 및 각국 정상들과의 양자회담 등에서도 이런 입장을 보였다. 물론 북한 체제와 직접 무력대치를 하고 있는 한국의 대통령으로서 제재와 압박만을 강조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는 점은 감안 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세계와 북한에 보내는 신호가 통일성 명확성을 잃어서는 곤란하다.

이해력 혹은 주의력 부족 탓?

이 문제는 뒤에서 다시 고찰키로 하고 우선 이날 뮐러 이사의 질문에 대한 문 대통령의 동문서답 뉴스부터 보기로 하자. 뮐러 이사가 두 번째 질문을 했다.
“이미 대통령 선거가 한창 진행되는 동안에도 선거 유세를 하시는 과정에서 대통령님께서는 ‘이제는 우리도 미국에 대해서 당당히 할 말은 하고, 아니다라는 것에 대해서는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략) 한국과 미국 간의 한미 관계 관련해서는 대통령께서 어떻게 보시는지요?”
“저는 오늘 아침에 시진핑 주석과 개별 회담을 가졌습니다. 아직 중국과 한국 사이에 사드 문제를 둘러싸고는 서로 이견이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사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보다 긴밀히 협의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외의 문제에 대해서는 시진핑 주석과 저 사이에 아무런 이견이 없었습니다.

(중략) 그러나 궁극적인 해법은 평화적인 해결이어야 한다고 또 양 정상 간에 의견의 일치를 봤습니다. 그리고 한반도에서 평화를 만들어내는 그 프로세스에서 우리 대한민국이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남북관계의 개선이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는 점에 대해서도 시진핑 주석과의 사이에 아무런 이견이 없었습니다.(후략)”
앞으로의 한미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느냐는 물음에 대해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정상회담이 성공적이었다는 자랑으로 대답한 것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급히 단상으로 올라가 대통령에게 귀띔을 했고 그제야 문 대통령은 질문에 대한 답을 했다.

이 사실은 뒤늦게 국내에 알려졌다. 취재가 제대로 안 된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틀 뒤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브리핑을 하는 과정에서 기자가 ‘김 부총리의 속삭임’에 대해 물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질문 취지를 다시 말씀드리러 올라갔다”고 답했고, 청와대는 이에 대해 비보도를 요청했다. 그러나 동영상이 소셜미디어에 퍼지면서 세상이 다 알게 된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있을 수 있는 일을 마치 큰 문제처럼 주장한다고 오히려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왜 비보도를 요청했다는 것인가?
물론 그럴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그날 아침에 가졌던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회담 내용을 어떻게든 드러내고 싶었을 수 있다. 줄곧 그 생각만 하고 있는데 뮐러 이사가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었다. 그래서 반사적으로 그 말을 했을 것이라고 이해할 여지가 분명히 있다. 그렇지만 주의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은 면할 수가 없다. 그리고 시 주석과의 회담도 자랑할 만큼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것은 금방 드러났다. G20정상회의 공동성명에 북한 문제를 포함시키려한 미국의 시도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불발된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이 궁금해 한 것

문 대통령은 G20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독일을 비롯해 미국, 일본, 러시아, 프랑스, 캐나다, 인도, 베트남, 호주 등의 정상들과 각각 양자회담을 가지면서 정상외교 무대에 효과적으로, 무난히 등장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단한 성과를 거둔 정상외교였다고 하기엔 고개가 갸웃해 지는 부분이 없지 않았다.
특히 독일 방문 첫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가진 만찬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별로 달갑지 않은 질문을 받아야 했다. 메르켈 총리는 “국민의 41% 지지를 받고 당선됐는데, 지지하지 않은 나머지 유권자는 어떻게 끌어안을 생각이냐”고 물었다. 질문의 의도를 알 수는 없다. 짐작키로 문 대통령이 가는 곳마다 ‘촛불혁명’에 의해 당선된 대통령임을 과시한 것과 관련해 생긴 의문이었을 것 같다.

혁명으로 집권했는데, 득표율이 41%에 그쳤다는 게 우선 의아했을 법하다. 현행 헌법의 절차에 따라 정권을 교체하는 그런 ‘혁명’도 있나 하는 의문도 들었을 것이다. ‘촛불혁명’으로 밀려난 정부가 저항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맥없이 주저앉은 점도 이해하기 어려웠을 듯하다. 그래서 그런 질문을 했다면 문 대통령에게는 유쾌한 자리였다고 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전체 국민의 통합을 이루기 위해선 빠른 성장의 후유증으로 나타난 경제적 불평등부터 해소해야 한다”며 “독일이 통일 후 사회계층 간 불평등을 해소하고 국민통합을 이룬 사회적 경제모델 등을 참고하겠다”고 대답했다. 역시 동문서답식의 대응이었다고 하겠는데 뭔가 찜찜했던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메르켈 총리의 양해를 얻어 보충 설명을 했다. “문 대통령께서 41%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지만, 취임 후 국민적 지지율이 80%를 웃돌면서 사실상 국민통합에 성과를 내고 있다”는 말이었다. 혹 코미디 대사로 들리지는 않았을까?

선거에서의 득표율과 취임 직후의 대통령에 대한 여론조사 지지율은 그 성격이 판이하다. 이 단순한 이치를 강 장관이 모를 리 없다. 여론 지지율이 선거 득표율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라면 굳이 복잡한 선거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 정기적으로 여론조사를 해서 지지율이 50%를 넘으면 계속 집권하고 그 아래로 떨어지면 하야 하게 하면 되지 않겠는가.

대북 정책 우선순위 명확해야

임기 초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기대와 격려의 뜻도 포함되는 것인 만큼 어느 대통령의 경우라도 높게 마련이다. ‘80%를 웃도는’ 지지율은 계속 유지될 수 있는 게 아니다. 떨어질 때는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촛불혁명론’으로 국제사회의 감동을 이끌어내려고 안간힘을 쓰기 보다는 ‘대선 승리’ 그 자체를 부각시키는 게 훨씬 효과적이지 않을까?
모두(冒頭)에 했던 말을 이어가기로 하자. 북핵 문제와 관련한 문 대통령의 말이 상대에 따라 오락가락하거나 모호하다는 느낌을 뚜렷이 갖게 한 정상외교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서는 북한에 대한 ‘최대압박’에 뜻을 같이했고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는 ‘3국간 안보협력의 지속 발전’에 합의했다. 그렇지만 중국의 시 주석에게는 ‘환경영향평가라는 절차로’ 사드 배치의 시간을 벌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6일 베를린의 쾨르버 재단 연설에서는 “앞선 두 정부(김대중 노무현)의 노력을 계승하는 동시에 한반도에 평화 체제를 구축하는 담대한 여정을 시작하고자 한다”며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등 5대 대북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그렇지만 8일 말콤 턴불 호주 총리에게는 북한의 ICBM 발사와 관련, “지금까지 해왔던 것보다는 더 큰 압박과 제재가 분명히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고선 금방 표정을 바꿔 “강경 대응이 군사적 옵션까지 가서는 안 되고, 평화적 대응을 통한 해결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단언컨대 이런 자세로는 북한에 대해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할 수가 없다.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은 절대 용인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군사적 옵션은 없다. △어떤 경우에도 평화적 해결을 시도한다. 이렇게 공언하는 한국 정부를 북한이 두려워할 까닭이 있겠는가. 그러니까 북한은 우리를 옆으로 밀쳐 버리는 것이다. 북한 노동신문이 15일 개인명의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을 ‘잠꼬대 같은 궤변’이라고 비난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요한 것은 국제사회가 우리의 대북정책 우선순위에 대해 분명히 알고, 그것을 신뢰하게 하는 일이다. 정책의 무게중심이 시계추처럼 오락가락 해서는 어느 나라도 설득할 수 없다. 어영부영하는 사이에 북한은 핵탄두와 미사일의 결합을 완료할 것이고, 곧 실전배치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수십 년을 그래왔던 것처럼 뒷걸음질 치면서 북측의 그 음모를 돕다가(물론 미필적 고의로) 어느 순간 속수무책이 되어 무릎을 꿇어야 하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까지와 같이 ‘대화’만을 주문처럼 외고 있으면 반드시 그 날은 오고야 만다. 우리 정부는 제발 이를 잊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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