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국선열유족회, ‘통감부래안’ 발간
이완용 총리 시절, 의병 108명 순국

▲ 규장각이 소장하고 '통감부 래안'에 기록되어 있는 108명의 순국선열 가운데 아직도 33명은 서훈이 추서되지 않고 있다.

[이코노미톡뉴스=배병휴 회장] 일제의 조선총독부(總督府)가 들어서기전 통감부(統監府) 시절부터 일본 통감이 대한제국 황제 위에 군림하며 국권을 지배했다. 조선조 마지막 황제 순종의 융희(隆熙) 시절 일본에 저항한 의병(義兵)들의 사형집행을 일본 통감이 명령한 후 이를 조선정부에 통보한 기록문서 ‘통감부 래안’(統監府 來案)이 발굴되어 전문가에 의한 번역문으로 출간됐다.

통감부 사형집행 통보한 108명 의병

(사)대한민국 순국선열유족회가 국가보훈처의 지원을 받아 의병(義兵) 연구가인 이태룡(李兌龍) 박사 역주로 발간한 ‘통감부 래안’에는 108명의 의병, 의병장의 행적, 판결문, 사형집행 기록이 실려 있다.
‘통감부 래안’이란 ‘통감부에서 보내온 문서’라는 뜻으로 일본 통감이 의병과 의병장의 사형집행 명령을 통보했다는 내용이다. 이 문건은 478쪽의 필사본으로 규장각 문서로 보관되어 있는 것을 이태룡 박사가 발굴하여 빛을 보게 됐다. 이 원문은 일어와 프랑스어로 작성되었지만 조선정부 의정부(義政府) 외사국 실무자가 한글과 한문으로 필사하여 보관했다.
일제에 항거한 의병활동은 1895년 10월, 민황후의 참살로 ‘나라의 원수’를 갚자는 운동으로 시작됐다가 10년 뒤인 1905년 11월 조선 황제 아래 통감부가 설치되어 국권을 강탈하기 시작하자 다시 의병활동이 크게 일어났다. 1907년 7월 고종 황제가 강제 퇴위되고 군대가 해산되자 의병들의 무력항쟁으로 순국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 무렵 일제 통감부는 의병을 ‘폭도’ 의병장을 ‘폭도 수괴’라는 호칭으로 사형을 언도했다.
1906년 1월부터 1910년 8월 사이 사형선고된 128명 가운데 108명이 의병, 의병장으로 드러났다.

▲ 남한대토벌 작전에 항전한 호남항일의병장, 1909년 독립기념관 소장. 황두일, 김원국, 양진여, 신남일, 조규문, 안계홍, 김병철, 강사문, 박사화, 나성화, 송병문, 오성술, 이강산, 모천연, 강무경, 이영준

이완용, 박제순 총리 시절 순국열사

조선 통감은 초대 이토 히로부미에 이어 2대 소네 아라스케, 3대 데라우치 마사타케 순으로 이어졌다. 데라우치 마사타케는 육군대장, 육군대신을 거쳐 육군 원수, 내각 총리를 역임한 용맹 무골로 초대 조선 총독을 지냈다.
‘통감부 래안’은 일본 명치 42년, 43년, 조선 순종 융희 3년, 4년 기간의 의병, 의병장에 대한 사형집행 명령 기록이다. 기밀 통발(統發) 몇호 아래 성명, 직업, 판결문 내용이 요약되어 있고 명치 42년, 통감 자작 소네 아라스케, 또는 명치 43년 통감 자작 데라우치 마사타케가 조선 내각총리 대신 ‘이완용 각하’ 또는 ‘박제순 임시대리 각하’에게 통보되어 있다.
(사)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 김시명 회장은 ‘통감부 래안’에 기록되어 있는 108명의 순국선열 가운데 아직도 33명은 서훈이 추서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앞으로 의병활동 관련 자료를 보완하여 당국에 서훈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 국권회복에 앞장섰던 의병부대

‘목숨 구걸하느니....’ 항소 마다하고 순국

‘통감부 래안’에 기록된 108명의 순국 선열들은 거의가 농민들로 20~30대 젊은 층이다. 주소지는 전국 조선 8도이지만 호남지방인들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어려운 한문으로 기록된 내용을 알기 쉽게 번역해 낸 이태룡 박사는 강사문(姜士文. 34) 의병장(전남 장성군 외동면 용산리)의 경우 사형선고 직후 행여 목숨을 구걸하는 모습으로 비칠 것을 경계하여 고법에 항소도 하지 않고 교수형을 당했다고 설명했다. 강사문 의병장에 대한 일제의 판결은 ‘폭도 수괴’ 죄로 사형이 언도됐다. 강 의병장은 대한민국 ‘독립장’을 수훈했다.
또 1심 사형언도 후 항소를 제기했다가 이를 취하하고 순국한 사례도 5명이다.
△강윤희(姜允熙. 42) 의병, 강원도 양구군 수입면 외동, 농업, 죄목 내란범, 대한민국 독립장 서훈.
△맹달섭(孟達燮. 30) 의병, 충남 서산군, 성연면 면천리, 농업, 애국장 서훈.
△안계홍(安桂洪. 32) 의병, 전남 보성군 봉덕면 법화촌, 농업, 폭동, 모살, 강도, 방화혐의, 독립장 서훈.
△양윤숙(楊允淑) 의병 전북 순창군 구암면 국화촌, 농업, 왜란, 방화 혐의, 독립장 서훈.
△정일국(鄭一國, 28), 의병, 전북 남원군 장흥방 금촌, 강도, 모살범 혐의, 애국장 서훈.
또 탈옥을 시도하다가 실패하자 공소를 취하하고 순국한 의병도 두분이다.
△박사화(朴士化. 29) 의병, 전남 나주군 전왕면 석길촌, 농업, 내란, 강도, 살인혐의, 독립장 서훈.
△엄해윤(嚴海潤. 46) 의병, 강원도 영월군 부내면 행정, 강도, 수도 도주혐의, 독립장 서훈.

농민, 엿장수, 뱃사공 등 토종한국인들

순국 의병, 의병장들의 대다수가 토종 농민들이다. 일제의 국권강탈에 분노하여 20~30대의 혈기로 의병활동에 나섰음을 알수 있다. 농민 이외의 직업도 엿장수, 봇짐장수, 뱃사공, 광부 등 삶이 고달픈 하층민들이 섞여 있는 점이 특이하다.
△엿장수 이용손(李龍孫. 24) 의병, 황해도 봉산군 와현면 대월동, 총기휴대, 가택침입, 갈취혐의.
△봇짐장수 이성덕(李聖德. 22) 의병,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백운리, 강도, 모살범 혐의.
△뱃사공 유해룡(柳海龍. 34) 의병, 황해도 봉산군 서호면 진곡리, 강도, 방화 혐의.
△석공 차지남(車指南. 39) 의병, 평북 영변군 봉산면 양지리, 강도, 살인 혐의.
△광부 김명선(金明善. 23) 의병, 평북 영변군 오리면 봉무동, 강도, 살인 혐의.
△주막집 양진녀(梁振汝. 51) 의병, 전남 장성군 갑향면 향정리. 내란혐의.
△술장수 정처중(鄭處重. 42) 의병, 평북 철산군 부서면 장좌리, 강도, 살인혐의.
△연초 소매업 이석이(李石伊. 31) 의병, 경북 청송군 현동면 오두산동, 강도, 방화혐의.
△잡화상 최산흥(崔山興. 28) 의병, 전북 순창군 구암면 통안리, 폭동수괴, 모살, 강도, 방화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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