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독버섯’ 강렬 메시지를 보고…

▲ 김숙 편집위원(자유기고가)

[김숙 칼럼 @이코노미톡뉴스] 파란 하늘이 더 한층 높아졌다. 찜통 같았던 무더위가 어떻게 한 순간에 달아났을까...

자연의 변화는 이렇듯 오묘하고 경이롭고 매순간순간 감동을 준다.
지난 여름에는, 불볕을 핑계대고 운동은커녕 집 밖을 제대로 걸어 다녀 본 적이 없다. 한마디로 더위 앞에 속수무책이었을 뿐 엄두도 못 냈었다. 바로 코앞에 있는 공원이라든가 남한산성을 가 본 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산들바람도 눈부신 하늘도 난생 처음 맞이하는 듯 신선한 착각이 일고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든다.
내친 김에 남한산성을 갔다.

얼마쯤 걸었을까, 발밑으로 아주 특별한 모양의 버섯이 눈에 띄었다.
언뜻 보아 양파를 넣는 망 같기도 하고, 마치 굵은 선으로 지어진 인위적인 거미줄 같기도 한 아주 일정한 간격의 그물망... 샛노란 빛깔의 망으로 둘러싸인 버섯은 첫눈에도 독버섯임이 확실했다. 돌아보니 다른 버섯은 일체 보이지 않았다. 오직 그 버섯만이 색깔도 선명했고 화려했다. 허리를 낮추고 주의 깊게 들여다 보다 하마터면 손으로 만질 뻔 했다. 그러다가 아차 싶어 동작을 멈춘 순간 전염병이 퍼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본능적으로 양 손바닥을 툭툭 털어냈다. 바람결에 버섯의 무언가가 날려 와 안질에 걸리면 어쩌나 하는 얼토당토않은 겁도 났다. 서둘러 발길을 옮겼다.  

이 생각 저 생각 하며 다시 한참을 걸었다. 걷다 생각하니 버섯에 대한 무작정의 외면이 잘한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오히려 지나친 편견이 아닐까하는 의구심 혹은 반성이 일었다.
이 대목에서 굳이 반성이라는 단어를 떠올린 까닭을 말하자면 그 건 대강 이렇다. 독버섯이라는 단 한 가지 이유로 마치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독을 뿜는 듯한 획일적 취급을 한 자신의 편협함이 갑자기 쓸쓸해졌다는... 뭐, 그런 심정이 들었다는 얘기다.

어떤 식물이라 해도 다 자기의 몫은 정해져있을 것이다. 세세히 알지 못하는, 설령 알고 있는 정도 이상의 강한 독성이 있다 해도 우리의 식탁에 오를 수 없고 인간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너무 이기적인 생각을 한 건 아닐지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그만의 역할이나 몫이 있을 것이다. 분명 우리가 모르는 식물 고유의 영역이 따로 있을 것이다. 식탁에 오를 수 없는 대신 생태계에서는 그 나름대로의 자리매김이 있을 것이다. 식물이고 동물이고 간에 생명이 있는 이상에는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 그들의 가치는 있을 것이기에...

어찌 보면 사람도 똑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우리와 다르다 해도, 나 자신과 유유상종할 수 없다 해도 그 보편적(?)이지 않음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어불성설일 것이다. 나와 같지 않음이 얼마간의 불편을 줄 수는 있다. 그렇다 해서 혼자만의 잣대로 상대방을 규정짓는다면 그 또한 위험 소지가 있지 않을까?
독버섯은 모양이 화려하고 빛깔이 선명하다. 그러나 그렇게 강함을 돋보이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여건, 환경, 입장이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언제든 혼자 눈에 띄어야 하고 어디서든 제 모습을 강하게 노출시킨다면 어떨까, 그 게 진정한 강함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측은지심이 인다. 화려한 치장을 일삼는 사람일수록 내면이 외롭고 허허롭고 고독하기 십상인 면이 있다.

주변에 행여 유아독존 식의 한 송이 장미만을 예찬하는 가엾은 중생(?)이 있거든 우리가 그 가치를 낱낱이 모른다 해도 억지춘향으로라도 그 몫은 인정해 주되, 한 무리 안개꽃의 어우러짐을 넌지시 알게 해 주고 더불어의 아름다움이 진정 차원 높은 존귀함이라는 사실도 일깨워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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