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과 윤달 풍속(風俗)
윤달의 내력(來歷)

▲ 장홍열 한국기업평가원 회장

[장홍열 칼럼 @이코노미톡뉴스] 조상전래(祖上傳來)의 명절인 추석(秋夕)이 금년에는 10월 초에 잡힌 것을 두고 말장난깨나 하는 사람들은 황금연휴(黃金連休)에 빗대어 무언가 잇(利)속을 챙기는 일에 머리들을 잘 활용하고 있다.
월력(月曆)상 추석명절이 일반적으로 양력 9월 중·하순(中·下旬)에 온다. 그런데 금년 추석은 9월이 아닌 10월 4일이다. 예년 같으면 9월 중순(지난해는 9월 15일)에 와야 하는데 금년에는 10월 초가 되었다.
그 이유는 금년에 음력 5월을 본(本) 5월과 윤(閏) 5월 두 번을 보냈기 때문이다. 본 5월은 5월 26일부터 6월 23일까지이고, 윤 5월은 6월 24일부터 7월 22일까지였다.

윤달의 내력(來歷)

윤달이 왜? 생기는가?
윤달은 날짜상의 계절과 실제의 계절이 어긋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만든 월력(月曆)이다. 태양력(太陽曆)에서는 4년 주기로 평년(平年)보다 하루가 더 많은 날을 2월에 두어 28일을 29일로 하루를 늘린다. 태음력(太陰曆)에서는 평년보다 한 달(一個月)이 더 많은 날을 계절에 맞추다 보니 매번 바뀐다.
5년에 두 번의 비율로 1년을 13개월로 계산한다. 음력 윤달이 가장 많았던 달이 통계기록을 보니 1900년에서 2099년까지 200년 동안 3월 4월 5월 6월이 가장 많다.
금년에 우리는 5월 윤달을 보냈다. 우리는 지난 2014년에는 9월 윤달을 보낸 일이 있다. 이 9월 윤달은 우리들 세대엔 두 번 다시없는 기록이며 처음이자 마지막을 보냈다고 하겠다.

한국인과 윤달 풍속(風俗)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사람이라면 어렸을 때 집안 어른들한테 윤달 이야기를 들어보고 자란 사람이 십중팔구(十中八九)라고 하겠다.
최소한의 법도(法度)가 있는 집안에서 자란 자손이라면 조상대대로의 풍습(風習)은 기억한다. 대부분의 내력(來歷) 있는 집안에서는 음력 윤달이 있는 윤년(閏年)이 오면 관습적으로 꼭 챙기는 일과 기피(忌避)하는 일이 확연하다. 제일 많이 하는 것이 조상들의 산소(山所) 이전과 손질, 나이 드신 집안 어른들의 수의(壽衣) 마련, 이사(移徙), 집수리, 화장실 등 중수(重修)·개축(改築) 등이다.
윤달에는 옛날부터 우리네 풍습으로 무슨 일을 해도 날짜를 따라 여기저기로 다니면서 사람 하는 일을 방해한다는 귀신인 손을 타거나 부정을 타지 않는 달이라고 했다.

불길(不吉)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은 모두 모아 두었다가 윤달에 가서 해결하면 길(吉)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옛날 어른들은 윤달을 귀신도 알아보지 못하는 썩은달, 공달(반달), 군달, 여벌달, 덤달이라고 하면서 좋은 일에는 흉(凶)이 따르고 나쁜 일에는 길(吉)이 따른다는 속설이 대대손손 우리들의 뇌리에 각인되어 내려왔다.
특히 기피하는 일은 윤달 결혼이다. 옛날 우리 조상들이 윤달에는 인간을 감시하는 수호귀신들도 어디론가 가서 잠시 쉬기 위해 집을 떠난다고 생각했다. 그때 생긴 말이 윤달에는 “송장을 거꾸로 세워도 탈이 없다”고 할 정도로 일상의 금기에서 해방되는 시간으로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집안을 수호하는 좋은 집귀신들이 활동을 멈추고 쉬는 시기에 악신들이 몰려와 부정 타게 하는 틈을 주지 않기 위해 인간들에게도 휴식과 쉼을 강요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농업을 주업으로 하는 곳이나 고기잡이가 주업인 바닷가 어촌에 가면 지금도 윤달을 신주(神主)처럼 챙기는 유풍을 우리는 가까이 접할 수 있다.

농사일과 고기잡이 일에는 음력만큼

정확하게 적용되는 역법(曆法)은 없다.
그 이유는 음력은 달의 움직임을 기준하고 물과 관계가 깊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의 몸도 70%가 물이다. 달이 차고 기움에 따라 인간의 생리구조(특히 성숙한 여자들의 달거리행사)도 밀접한 연관을 갖고 영향을 받고 있다.
따라서 우리 일상생활과 이래저래 연관이 많다. 국내 음력 윤달 풍습하면 떠오르는 것이 전라북도 고창군 고창읍(註) 답성(踏城)놀이 풍습이다. 음력 윤달이 오면 무병장수와 극락 승천을 소원하는 부녀자들의 집단 답성행렬이 장관을 이루는데 한번 가서 볼만하다.
돌을 머리에 이고 다리가 아픈 사람은 1바퀴, 무병장수가 소원이면 2바퀴, 3바퀴 돌면 극락 승천한다는 풍속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유일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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