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보수 청구방법

[고윤기 칼럼 @이코노미톡뉴스] 필자의 지인이 몇 년 전에 제주의 강정해변에 근사한 커피숍을 지었다. 워낙 위치가 좋아서, 손님도 많고 운영도 잘되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비만 오면, 전기 누전이 발생하고, 천장에서 물이 새고, 벽에 붙여둔 내장재가 떨어지는 등 건축하자가 드러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건축 공사를 진행했던 건설업자가 못 받은 공사비가 있다면서 소송을 제기하였다. 필자의 지인은 소송에 대응하면서 하자보수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법률용어로 반소라고 한다.

‘구두합의’의 후폭풍 사례

이 사례는 건축 혹은 인테리어 공사 후 발생하는 전형적인 분쟁 사례이다. 건축업자 혹은 인테리어 업자가 이런 저런 명목으로 추가 공사를 해야 한다고 건축주에게 요청하고, 양쪽은 별다른 계약서 없이 공사를 진행한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도대체 어떤 공사를 어떤 자재로 했는지를 알 수 없고, 하자 때문에 불만이다. 공사업자는 자신은 나름대로 공사를 다 했는데 건축주가 돈을 주지 않는다고 역시 불만이다.
이런 일들은 모두 계약서를 제대로 안 쓰거나 계약내용을 확인 안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이다. 한두 푼 들어가는 공사도 아니고, 왜 계약서를 안 쓰고 구두로 이루어지는 합의를 하는 경우가 많을까? 그럼 인테리어 혹은 소규모 건축 공사 계약에서 주의할 점을 알아보자.

표준계약서를 사용하고 있는가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 혹은 인테리어 도급 표준 계약서 등 각 기관에서 만든 표준 계약서가 존재한다. 종종 공사업자가 말도 안 되는 계약서를 가지고 와서 계약을 하자고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일단 관련 표준계약서를 찾아서 비교해 보자. 표준 계약서를 찾을 때는 대한상사중재원 같은 그래도 조금은 공신력 있는 기관이나 협회에서 만든 것을 찾아보자. 검색창에 제일 먼저 나오는 서식관련 유료 사이트들에서 계약서를 찾는 것은 피하자. 왜냐하면 이런 사이트들은 아주 오래된 서식부터 최근 서식까지가 분별없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법률전문가가 아니면 적당한 계약서를 찾아내기 어렵다.

자격을 갖춘 건축·공사업자인가

건설산업기본법 제9조 제1항에 따르면 건설업을 하려는 자는 업종별로 건설업 등록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종합건설 공사예정금액 5,000만 원 이하, 전문건설 공사예정금액 1,500만 원 이하 등의 경미한 공사는 제외된다. 건설업의 등록을 하지 않고 건설업을 한 자는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실무에서는 무자격자가 공사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 꼭 확인해야 한다. 자격 있는 건설업자인지 알아보는 것은 간단하다. 국토교통부에서 운영하는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들어가서, 대표자명, 사업자 번호 등으로 조회를 해 보면 된다. 해당 업체의 영업소 소재지의 관청에 문의해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공사예정금액이 1,500만원 미만이어서, 건설업 등록이 필요 없는 공사업자에게 공사를 맡겨야 할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경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서 해당 업체의 평판을 조회해 보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 포털사이트 등에 해당 업체 명을 검색해보면, 은근히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공사·건축의 계약 체크리스트 5가지

다음 사항은 건축공사 혹은 인테리어 계약 시 꼭 체크해 보아야 한다.
(1) 공사대금이 부가가치세가 포함되었는가?
공급가액 란에 부가가치세를 별도로 하여, 공사대금을 책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종종 세금계산서를 발행할 수 없다는 업체가 있는데, 필자의 경험상 이런 업체는 꼭 사고를 친다. 가능하면 이런 업체와는 계약을 피해야 한다.
(2) 인테리어 혹은 공사자재에 대한 구체적인 품목과 수량, 가격이 기재되었는가?
공사 자재가 어느 회사의 제품인지 정품인지 B급 품인지와 관련해서 제대로 정해 놓아야 한다. 이 부분은 건축분쟁의 단골 메뉴이다.
(3) 공사가 지연될 경우에 대비한 지체상금 혹은 계약해지 조항이 설정되어 있는가?
어떤 공사업자들은 계약서에서 이 공사 지연에 대한 지체상금 조항을 교묘히 삭제해 놓기도 한다. 지체상금 조항이 있는지, 액수는 적절한지에 대해 꼭 확인을 해야 하고, 가능하면 일정 기간 이상 지연시 계약해지를 할 수 있는 조항도 넣도록 하자.
(4) 설계도면이 확정되어 있는가? 또는 설계변경시 공사예정공정표와 추가 공사의 내용 및 가격내역서가 포함되어 있는가?
공사 계약을 하면서 설계도면이 없는 경우가 있다. 설계도면을 계약서에 첨부하고, 양자의 합의가 없이는 변경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사 계약 당시 설계도면이 아직 안 만들어진 경우에는 나중에라도 꼭 이 설계도면대로 공사를 하겠다는 확약서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설계가 변경되는 경우, 공사예정공정표를 받아야 공사가 지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때 추가 공사의 내용과 추가 공사비에 대한 내역을 받는 것도 잊지 말자.
(5) 하자보수규정 및 하자보증보험증권 발급에 대한 규정이 있는가?
물론 하자 보수 규정이 계약서에 정해지지 않아도, 하자 보수는 청구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하자보수 규정이 있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하니 해당 규정의 유무를 확인하자. 공사금액이 일정 금액 이상인 경우 하자보증보험증권의 발급에 대한 조항을 넣어야 하는 것도 꼭 챙겨야 할 사항이다.

관심갖고 지속적인 현장 확인 필수

이상 소규모 공사 혹은 인테리어 공사 계약에서 꼭 확인해야 할 점들을 알아보았다. 계약 내용을 잘 만드는 것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건축주가 현장에서 계속 감독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장을 철저히 체크하고, 어떤 자재를 쓰는지, 어떤 디자인과 어떤 형태로 시공하는지를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아무리 계약서를 잘 써도 일단 잘못 시공이 되고 나면 늦다. 하자 보수를 아무리 잘 받아도, 처음부터 잘 만들어진 건축물보다 좋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소개> 고윤기

-고윤기 변호사는 사법시험(사법연수원 39기)을 합격한 연세대 출신으로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 기획, 인권이사를 역임했다. 서울동부지방검찰청 형사조정위원회 위원과 서울시 소비자정책위원 등 다양한 공적 활동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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