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 띄워놓고 애로, 민원 청취

문재인 정부의 대기업, 재벌, 부자정책이 갈수록 알쏭달쏭하다. 친노동, 친환경의 문 정부는 촛불세력의 중심인 강성 노동계의 주장과 가까운 재벌개혁을 예고하면서 종전 전경련 중심의 대기업, 재벌형태를 ‘적폐청산’의 대상으로 꼽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일자리 정부’를 선언한 후 대기업들에게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당부하며 기업 애로와 민원을 접수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 문재인 대통령이 7월 28일 주요 기업인들을 초청해 칵테일 시간을 가졌다. <사진@청와대>

‘재벌개혁’ 띄워놓고 ‘기업헌신’ 존경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누스(이톡뉴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할 때 적폐청산의 대상인 대기업 총수들도 동반했다. 이때 경제사절단을 구성하면서 청와대 비서실이 명단을 빼고 넣으면서 밉고 고운 기업을 고르는 기준을 살짝 보여줬다.
그 뒤 문 대통령이 두 차례에 걸쳐 청와대 상춘제에서 기업인들과 ‘호프미팅’ 할 때도 특별히 예쁜 기업인들을 골라 참여시켰다. 문 대통령은 미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통해 재벌개혁 방침을 띄워놓고 기업인들을 만나서는 “그동안의 국가경제발전 헌신을 존경한다”고 말하고 “기업이 잘돼야 나라경제가 잘 된다”고도 강조했으니 기업인들이 듣고 싶은 말이었다.

문 대통령은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에게 “삼성이 이룩한 최대의 실적과 대규모 투자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때 권 부회장은 반도체 분야 인력부족을 지적하고 이공계 양성 확대 지원을 요청했으니 바로 기업애로, 민원사항 호소이고 대통령은 이를 접수하는 모양새를 보인 셈이다.

또 SK 최태원 회장은 ‘사회적기업’ 200개소를 지원하여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으니 대통령이 흡족하게 수긍했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금방 재판을 받고 서둘러 청와대로 달려와 “정규직 채용을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으니 역시 대통령이 기대했던 발언이다.

이어 대한항공 조원태 사장은 조종사가 부족한 애로사항, CJ 손경식 회장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서비스산업 육성,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은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관련 애로사항을 진언했으니 모두가 최고 통치자에게 제기한 민원이고 애로사항이다. 이로써 대통령은 촛불혁명을 위해 적폐청산 대상으로 꼽은 기업인들과 모처럼 적극적인 소통행사를 가진 것이다.

▲ '호프 미팅' 첫 날인 27일에는 기업인으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손경식 CJ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등이 참석했다. <사진@청와대>

‘초대기업’, ‘초고소득’ 용어 만들어 ‘부자증세’

친환경, 친노동의 문 정부 속성에 비춰보면 대기업, 재벌, 부자계층은 ‘양극화의 주범’, ‘시장에서의 약탈자’, ‘약자에 대한 가해자’ 등으로 적폐청산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가장 대표적인 최저임금 1만원 공약과 이의 ‘즉시시행’ 압력이 여기서 나왔다.

민주당이 야당일 때 MB정권의 부자감세(富者減稅)를 줄기차게 비난해 오다 집권하자마자 부자증세(富者增稅)를 들고 나온 것은 문 정부의 태생적 소명감쯤으로 비친다. 문 정부의 국정로드맵에 ‘노동존중 사회실현’이 돋보이게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 정부의 탄생 공신그룹 속에 강성 노동권력의 비중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사람중심, 분배개선을 통한 ‘소득주도 성장론’도 여기서 나왔다. 최저임금 급속, 고율인상으로 보면 ‘임금주도 성장론’으로 비치고 국민혈세로 임금 일부를 보전시켜 주겠다고 하니 ‘세금주도 성장론’이냐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문 정부는 한동안 눈치를 살피다가 ‘부자증세’를 꺼내면서 ‘초 대기업’ ‘초 고소득’이란 용어를 만들어 내면서 세금은 절대로 인상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먼저 법인세율 인상 등 부자증세를 말하자 문 대통령 측근인 김부겸 행자부 장관이 ‘더 나은 복지’를 말하며 증세론을 고백하자고 화답했다. 그렇지만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했던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증세론에 대해 한마디도 말하지 않았다.

법인세, 근소세 한푼 안내는 기업, 근로자들

민주당이 내비친 부자증세의 골자는 법인세 과표 2,000억원 초과 최고세율 22%를 25%로 인상하고 소득세도 과표 5억원 초과 최고세율 40%를 42%로 올리자는 주장이다.
경제계는 이와 관련 종전에는 적극 반대해 왔지만 촛불정권 하에서는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처지인지 말 못하고 그냥 지켜본다.

2016년 기준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기업이 47.3%이니 법인세율을 올려도 결국 상위 법인들만 세부담이 늘어나기에 ‘부자증세’이다. 가령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법인세액이 7조 9,875억원, 여기에 세율 25%를 적용하면 9조 768억원으로 늘어나 1.8조원의 추가부담이 나타난다는 계산이다. 삼성에 이어 현대차, SK 등 상위 대기업들의 추가부담이 속출할 것이다.

근로소득세율 인상의 경우도 근로소득세 면제자가 46.8%로 결국 상위 고소득자들만 부담이 늘어난다. 근로소득 과표 5억원 초과 연봉자는 6,680명으로 전체 근로소득자의 0.04%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에 건강보험료 상한액(139만원) 납부자를 기준하면 연봉 9억 3,720만원 이상이 대상이다.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     ( 연봉 66억 9,800만원 )
SK이노베이션 김창근 회장  (  35억원 )
LG생활건강 차석용 부회장  (  31억원 ) 등

이를 실명으로 보면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연봉 66억 9,800만원), SK이노베이션 김창근 회장(35억원), LG생활건강 차석용 부회장(31억원) 등 수십 명이 거명된다. 이들 초고소득자는 빼어난 능력으로 오너 CEO를 능가하는 ‘초 능력급’을 받았으니 국가와 사회적으로 존경과 칭송의 모델일지언정 ‘징벌적 과세’의 대상은 아니라고 본다.

‘명예과세’ ‘사랑과세’ ‘존경과세’ 희롱

문 정부의 부자증세론자들은 ‘초 대기업’, ‘초 고소득’이란 신조어로 그들의 목을 조르면서도 “스스로 명예를 지키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게” ‘명예과세’라고 부르자고 말했다. 또 초우량 대기업으로서 국민의 사랑을 받게 ‘사랑과세’, 부자로서 존경받게 ‘존경과세’라고 부르라고 하니 세금을 매기면서 말재주로 희롱하는 꼴 아니고 무엇인가.

여기에다 당·정의 세법 개정안은 법인세, 소득세율 인상뿐만 아니라 상속, 증여세율 인상, 대주주의 주식양도 차익과세 강화, 대기업의 R&D 비용세액공제 등 비과세, 감면대상 축소 등을 강조한다. 이들 대기업 및 부자들을 겨냥한 증세방안은 종전부터 전경련을 통해 줄기차게 반대해온 증세론이다. 지금이야 경제계가 나서서 어찌 이를 반대할 수 있는 분위기인가.

경제계 시각으로 보면 친기업 정책을 마음껏 건의했던 지난 정권이 꿈만 같지 않을까. 법인세 인하, 노동시장 개혁, 서비스산업 육성 등을 촉구하면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얼마나 강조해 왔는가.
문 정부는 친노동을 강조하면서 공공일자리 81만개 창출, 비정규직 제로화 선언, 월 10만원 아동수당 신설, 노인 기초연금 인상 등 분배, 복지 선심을 계속 약속한다. 뿐만 아니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취임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통령 공약사항인 ‘10년 이상 연체 1000만원 이하 채권’의 소각처분을 약속했다. 이는 국민행복기금이 매입하여 보유하고 있으므로 정책적으로 소각하면 그만이다. 이들 채권 소각 혜택자는 40만 3천명에 규모는 1조 9천억원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민간 대부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장기연체 채권도 정부 예산으로 매입, 소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른 혜택 대상자는 무려 80여만명이라고 하니 김대중 정부의 ‘농어촌 부채 탕감’ 등을 연상케 하지 않는가.
소득주도 성장론의 문 정부가 친서민, 복지지상주의로 ‘도덕적 해이’ 현상을 불러올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도 ‘촛불청구서’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는 시점에 이토록 ‘부자증세’, ‘빚 탕감’으로 나라가 어찌될는지 생각해 봤는지 궁금한 지경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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