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계약 조항’을 포함해야

▲ 곽혁화 씨 인스타그램. <사진@곽혁화 인스타그램>

[고윤기 칼럼 @이코노미톡뉴스] #최근에 곽현화라는 개그우먼이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영화와 관련한 법적공방이 보도되었다. 문제는 곽 씨가 출연한 영화의 노출 장면과 관련한 문제에서 시작되었다. 곽씨는 "당초 상반신 노출 장면을 찍지 않기로 합의했는데 감독이 '일단 촬영하고 편집과정에서 제외해달라고 하면 반드시 제외 하겠다'고 설득해 노출 장면을 찍었다"고 주장했다. 보도에 따르면, 계약서에는 ‘합의 하에 찍는다’는 문구가 있었을 뿐, 구체적인 노출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고 한다.

구두(口頭)로 한 계약도 유효

곽 씨는 자신의 동의를 받지 않고 신체 노출 장면을 IPTV 등에 유료로 제공하였다는 이유로 감독을 고소하였고, 검찰은 감독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런데 법원은 1심과 2심 모두 무죄를 선고하였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바로 계약이다. 먼저 살펴볼 것은 구두(口頭)계약이 유효한지 여부이다. 말로만 한 합의, 말로만 한 계약이 효력이 있을까? 당연히 유효하다. 우리 민법은 낙성계약(諾成契約)이라고 해서, 양당사자의 의사의 합치가 있으면 계약으로 본다. 즉 구두로 한 합의도 계약이다. 그런데 구두로 한 계약은 증명하기가 어렵다. 일단 분쟁이 생기면, 계약의 내용이 어떤 것인지를 확정하는 것이 굉장히 풀기 어려운 문제이다.

계약변경(추가) 확정 증명의 어려움

계약을 전부 말로 하는 경우도 있고, 계약의 내용을 수정하면서 구두합의만 하는 경우도 있다. 실무자끼리는 합의가 되어 그대로 진행하고 있는데, 정작 계약서가 수정이 되지 않아 나중에 분쟁이 되는 경우도 있다. 구두 계약의 경우 그 계약이 있었다는 사실과 그 계약의 내용까지 이를 주장하는 사람이 증명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이메일, 팩스, 녹취록 등이 증거로 제출되는데, 이것만으로 하나하나의 계약 내용을 모두 증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곽 씨가 계속해서 주장해온 내용도 바로 이것이다. 구두에 의한 계약 변경이 있었다는 것이다. 곽 씨의 주장은 상반신의 노출이 있었던 장면은 자신의 동의가 있어야 방영을 할 수 있다는 계약 변경 혹은 추가가 있었다는 것이다. 곽 씨는 영화제작 스텝과 대화한 녹취록, 감독과 대화한 녹취록을 증거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판결의 요지는 간단하다. 곽 씨가 제출한 증거가 계약의 변경 사실을 증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계약서 인식 변경의 문화 필요

이러한 구두 계약 분쟁은 실제로 많이 일어나는 일이다. 최근 몇 년간 기업들의 계약서 작성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계약을 하기 전에 변호사의 자문을 받는 경우가 많아 졌다. 필자도 중소기업들과 같이 일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과거와는 확실히 달라진 기업문화를 체험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상당히 액수가 큰 계약을 허술한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일단 거래한 후 나중에 계약서를 작성하려고 하다 분쟁이 발생하는 일을 종종 목격한다.

구두 계약의 문제는 처음부터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허술한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구두로 계약내용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발생한다. 이메일로 간단히 계약 내용변경을 합의하거나, 전화로 합의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계약이 잘 진행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 문제는 한쪽 당사자의 회사가 경영상태가 어려워지거나, 반대로 월등히 잘 되는 경우에 발생한다. “회사가 아주 잘 운영되는데 도대체 왜 문제가 될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회사의 경영도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위 잘나가는 상대에 대해 시기·질투가 발생하고 이것이 양 회사 간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완전 계약’·‘서면 합의’ 조항 추가

그럼 계약서를 작성하고 나서 상대방이 딴소리를 못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계약서에 다음에 예시된 조항중 하나를 골라 넣으면 된다. 이 조항을 완전계약 조항이라고 한다.

1. 본 계약은 이전에 ‘갑’과 ‘을’간의 모든 문서 및 구두 합의에 우선한다.

2. 본 계약 이전에 ‘갑’과 ‘을’간에 체결되었던 서면 혹은 구두 계약은 모두 본 계약으로 대치되며, 본 계약의 내용과 상이한 것이 있는 경우에는 본 계약의 내용이 우선한다.

본 계약의 내용은 양 당사자 간의 서면 합의에 의해서만 변경될 수 있다.

위에 예시된 완전계약 조항을 계약서에 넣고, 마무리로 아래의 서면합의 조항을 넣으면 구두로 계약을 변경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현실반영의 세부 계약서 필수

앞서 본 곽현화 사건 외에도 김기덕 감독도 배우와 비슷한 분쟁이 진행 중이다. 그 외에도 소속사와 배우 간, 배우와 제작사간의 분쟁은 매주 뉴스 스탠드를 장식하고 있다. 필자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제작 환경, 관행이 변화하는 현실을 못 따라 오기 때문에 이런 분쟁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제 기존의 관행으로 어떤 일을 처리하는 것은 점점 줄어들고, 계약을 통해서 정확하게 권리의무를 주고받는 시대로 급격히 바뀌어 가고 있다.

이제 연예인들의 계약, 공연계약 등도 좀 더 세부적으로 규정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영화출연 계약이라면, 영화 촬영기간, 하루에 촬영할 수 있는 기간, 노출이 필요하다면 노출의 정도 등 세부적인 사항을 계약서에 넣어야 할 것이다. 이런 계약이 체결되면, 배우 쪽도 계약대로 이행하면 될 것이고, 제작사 측도 계약에 규정된 내용이라면, 배우에게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다. 서로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 위반의 책임을 지게 된다.

우리나라의 엔터테인먼트 산업 규모는 점점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시장규모에 비해 열악한 엔터테인먼트 제작 환경 때문에도 배우가 이런 저런 조건을 요구하기는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바뀌어야 한다.

<필자소개> 고윤기

-고윤기 변호사는 사법시험(사법연수원 39기)을 합격한 연세대 출신으로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 기획, 인권이사를 역임했다. 서울동부지방검찰청 형사조정위원회 위원과 서울시 소비자정책위원 등 다양한 공적 활동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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