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점령군, 우리개발 경험폐기하나
적폐청산 한다며 새 악 쌓기 아닌가

70년대 초반이니까 아득한 옛날이다.
그 때 나는 「자유중국」, 그러니까 대만의 새마을 운동이라는 것을 취재하러 단기 특파원이 되어 다녀 온 일이 있었다. 그 나라에는 장개석 총통의 영향력이 살아 있었고 송미령 여사가 미국에 장기 체류 중이던, 그런 시절이었다.

▲ 1966년 2월 15일, 박정희 대통령이 대만에서 장개석 대만총통을 접견했다. <사진@국가기록원>
장개석 시절 대만 농촌개혁을 취재할 때
▲ 宋貞淑(송정숙) 편집위원 (전 장관,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송정숙 칼럼 @이코노미톡뉴스(이톡뉴스)] 장개석 총통이 대륙의 본토에서 퇴각해올 때 함께했던 군인들이 퇴역군인이 되어 대만 땅에 뿌리를 내려 살게 하고, 오랜 식민지 시대를 겪으며 낙후하고 가난한 상태인 대만의 농촌을 개혁하여 다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당시의 자유중국이 당면한 중요한 과제였다. 그러기 위해 농촌을 개량하고 산을 녹화하고 과실수를 심고 사회간접 시설을 설치하는 일은 시급하고 원대한 그 나라의 과업이었다. 그렇게 벌인 사업이 우리의 새마을 사업과 같은 성격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우리보다 한 발 앞서 벌인 그 개혁사업을, 막 불붙은 우리의 새마을 운동과 접목도 시켜 보고 그 노하우를 공유할 지혜를 돌아보는 일이 취재의 목적이었다.
여기자가 외국에 가서 취재를 하는 일이 그때까지만 해도 드물고 획기적인 일이어서 나로서는 꽤 애쓰며 공들인 취재길이었다.

그렇기는 하지만, 새마을 사업에 대해 사회에 일각에는 적지 않게 냉담한 시선을 보내는 이른바 좌파 세력도 상당히 현존해 있고, 혁명정권에 대해 의심의 눈길을 지니는 것이, 이른바 비판적 지식인의 의무로서의 시선인 것처럼 여기는 마음들이 우리에게는 잠재되어 있던 터라 출발할 때 마음은 좀 복잡했다.
그렇게 대만을 종단하는 취재를 하면서 화련산을 넘기 위해 까오슝에서 택시를 탔을 때였다. 그 택시 안에서 한국노래가 쩌렁쩌렁할 만큼 큰 톤으로 울리고 있었다. 중국어로 한국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아예 우리 카세트 테입을 꽂아놓고 달리는 중이었다. 승객이 한국인이라는 사실도 모르는 채―그때 나를 안내하던 사람은 중국인이었다―인 그 택시기사는 노상 그렇게 한국노래를 틀며 다니는 중이었다. 

택시에서, 금문도 마을에서도 새마을노래

그게 좀 신기해서 왜 그렇게 한국노래를 틀고 다니는가고 내가 물어보았더니, 기사는 대답했다. 거기 택시는 대개가 한국 노래 테이프를 갖춰 지니고 다닌다고 말하고는, 기사가 서슴없이 『승객이 좋아하니까!』하고 말했다.   
그렇게 한참을 가는데 그 노래들 속에서 우리의 새마을 노래가 신명나게 흘러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그 노래에 맞춰 기사는 운전대를 두드리며 몸을 흔들고 장단을 맞췄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내게는 저릿하게 가슴을 울려오는 것이 있었다.
그게 무슨 노래인지 아는가를 기사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기사는 당연히 안다면서 엄지를 쳐들고 『새마을 운동!!』하고 웃었다.
그 이후에 들른 금문도에서는 마을에 차린 높다란 엠프에서 계속 새마을 노래가 흘러나오고 사람들이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새벽이면 라디오 체조를 하는데 그걸 새마을 운동에 맞춰서 하는 장면도 목격했다.
「가치중립적으로 값진 정신적 자산」이, 새마을 운동임을 나는 겸허하고 진실한 마음으로 지니고 있다. 「새마을 운동」의 이 가치를 소중한 삶의 보람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우리에게는 너무도 많이 있다. 그리고 그런 국민들과 함께 대한민국은 오늘로 성장해 왔다.

촛불점령군이 새마을가치 자산 까부순다

그 가치의 개발경험을 국제적으로 공유하는 일을 그동안 우리는 해 왔는데 지금 정권 잡은 집단은 그걸 없애겠다고 한다.
대한민국이 쌓아온 모든 자산(資産)을 도끼로 까부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그들인 것 같다.
그들은 왜 이렇게 적악(積惡)을 자행하려 하는 것일까.
며칠 전에 만난 늙지 않은 층의 시민이 있다. 그는 자신이 직접 아는 의사이야기를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어떤 치료가 이상한 치료였다는 「실토(實吐)」를 받아내기 위해 「조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불려가 그 의사는 많이 애를 먹였다는 사실을 그에게서 들은 바가 있다고 한다.
그 이야기와 함께 그는 말했다.
『그 사람들 그 벌을 어떻게 받으려고 그렇게 적악을 하죠? 적폐를 잡는답시고 그렇게 적악을 하는데 하늘이 무섭지도 않을까요? 나는 지켜봐야지.』

그 때 이 늙지 않은 사람이 한 말 「적악」이 내게는 충격적이었다. 그렇다 그건 적악인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나는 슬며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누가 이 대화장면을 듣지나 않나, 하고. 슬몃슬몃 눈치를 보면서.
흡사 점령군처럼 정권을 잡는 순간부터 으르딱딱거리는 이 세력들은 걸핏하면 촛불로 협박을 하고 그 세력을 수족처럼 동원하여 인민재판식 행패로 법적 임기가 보장된 사람들의 직장이며 교회 학교에 쳐들어가 「실력행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세력이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시민을 「적폐」로 누명 씌워 해코지하는 것은 아닐까, 하며 겁먹은 것인지도 모른다.
틀림없이 거기에 나는 어느 사이 주눅이 들었던 모양이다. 나보다 한 세대나 젊은 사람이 거침없이 「적악」이니 「하늘 무서운 죄」니 하는 말을 들으며 공연히 겁먹는 증후를 나는 보이고 있었다. 지내놓고는 이 비겁한 겁쟁이 근성이 부끄러워서 며칠 동안 기분이 안 좋았었다.
그런데 「새마을 운동」의 정신적 자산을 지워버리는 시도의 발단을 보자 얼른 내게  떠오른 것이 어떤 「積惡」의 연상이었다.

좌파 운동권, 당당히 연방제통일 주장

또 있다.
좌파 패거리들이 탄핵 정국을 계략의 중추로 삼이 정권을 거머쥔 지 한 달 쯤 되었을 때였다.
좌파 시민운동을 직업적으로 충분히 이어온 원로 층의 한 여성이 보수 우익을 자처하는 지인이며 선배들까지 함께 있는 자리에서 아주 당당하게 말했다.
『그 연방제 통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지금 추세라면 연방제 통일안에 대해 국민투표를 하면 무난히 이길 것 같아요. 난 그렇게 국민투표 했으면 좋겠어요. 통일되면 좋잖아요. 전쟁하는 비용도 안 들고…』
이 당돌하고 거침없는 말투에 함께 있던 모든 사람들은 벙벙한 채 대꾸 한마디 못하고 말았다. 워낙 가죽 부츠신고 어깨에 가죽 서류가방을 맨 채 국경근무를 하던 동독의 경찰처럼 나타난 좌파 집권 세력에 겁먹은 국민들의 처지였던 우리에게 이 기세 등등하고 당돌한 발언은, 우리에게는 그 내용을 이해하기조차 주눅 들게 했던 것이다. 
벙벙한 채 지나고 난 뒤에 겨우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은 그 당당하고 기세에 찬 좌파 인사의 말투가 그냥 예사로운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와 그의 뜻을 함께 하는 패들은 그런 정책의 실현 방안과 전략을 날마다 화제로 삼아 일상적인 것으로 연구하고 논의해 오고 있는 중이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그들의 「積惡」은 대한민국이 지닌 유형무형의 자산과 실력을 도끼 같은 것으로 땅땅 때려 부숴서 김정은의 북한과 「하향평준화」하여 「연방제 통일」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일의 일환인 것 같다.
나 같은 못난 겁쟁이가 주눅이 들어서 얼른 눈치를 보며 주변을 살피는 몸짓도 그들의 「작전」속에 들어 있는 듯하다.
이런 세상, 우리 후손들보고 살아보라고 내던져도 괜찮을 것일까. 나는 싫은데. 참을 수 없는데. 정말 괜찮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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