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터무니없는 논리로 포기 있을 수 없어

세계적 칭송과 부러움
원자력 기술은 곧 국력
터무니없는 논리로 포기 있을 수 없어

[특별기고] [김병구 사우디 원자력청 기술고문 @이코노미톡뉴스(이톡뉴스)] 어느 나라든 원자력 발전을 하는 나라는 안전성과 경제성을 가장 기본으로 따진다. 우리가 처녀 수출에 성공한 중동의 UAE도 자국 내 최초의 원전을 건설 중인데, 원자력 기술과는 거리가 먼 나라로 거의 100% 한국 기술에 의존한다. 그래도 안전성만은 독자적인 규제기관이 세계 최고수준으로 챙기고 있고, 발주자인 전력회사는 발전단가가 가장 경제적인가를 확실히 따진다.

▲ 한반도의 야간 위성사진. 국내 원전은 기저부하로 특히야간 발전의 주역이다. 남북의 원자력이 흑백으로 대조된다. <사진@구글어스>

 

한국 원자력 기술에 대한 무지

‘탈원전’으로 비추어 지는 새 정부의 방침이 우리 현실에 전혀 맞지 않는 이유는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 이외에도 현재 한국의 원자력 기술개발 배경과 국제경쟁력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듯 하다. 지난 60년간 천신만고의 기술자립 노력 끝에 이루어낸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에 향후 수백조원의 세계 원전 시장을 중국과 러시아에게 자진 양도하는 꼴이 될 수 있다. 우리의 원자력 기술이 TV, 반도체 같은 전자 분야와 더불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산업으로 인정받게 된 배경을 알아보자.

1950년대 우리가 아직 6.25 참화로 가난에 허덕이던 시절, 당시 80대 고령의 이승만 대통령이 역사적인 용단을 내린다. 지하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잘 사는 길은 두뇌자원을 극대화 하는 길 뿐이고, 원자력 기술이 바로 그 지름길임을 간파한 것이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법 제도와 원자력연구소를 1959년 설립하고 서울공대에 원자력공학과를 신설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수재들이 구름같이 모여 공과대학 최고 학과를 이루었고, 단돈 100불도 어려웠던 시절 수백명의 원자력 공학도들을 미국, 영국으로 유학 보냈단다. 한마디로 원자력 인재양성을 위해 국가 최고 지도자부터 앞장을 섰고, 이들이 뿌리가 되고 전통이 세워져 오늘의 원자력 기술입국을 이루었다.

한국형 APR1400, 소형 스마트까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1979년 TMI 사고 후 미국의 원전 산업이 전반적인 된서리를 맞았고, 1986년 Chernobyl사고로 유럽의 원전 사업이 총체적인 위기를 맞게 된다. 이때 한국만이 최신 제3세대 원전 기술 도입과 개발에 박차를 가하여 원자력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뛰어 넘고 한국형 원전 APR1400 개발에 성공한다. 선두주자들이 주춤하는 사이를 하늘이 내리신 기회로 삼아 한국 원전 기술이 세계 속에 우뚝 서게 된 것이다. 마치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서 거북이가 낮잠 자는 토끼를 따라잡는 격이다. 기술이란 반복해서 건설해 봐야 know-why까지 터득되어 신기술 개량이 이루어지는 법. 국내에만 최신형 원전을 국내 주도로 20여기씩 반복 건설하다 보니 700여개의 기자재 공급 회사들이 전문화, 첨단화되어 수출까지 하는 국제 경쟁력이 생겼고, 모방기술에서 한발 나아가 원천기술까지 확보하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여기에 대형 원자로를 획기적으로 축소한 일체형 소형 원전 SMART 기술이 한국고유의 원천기술로 인정되어 사우디에 수출까지 하게 되었다. 2016년에는 연구용 원자로 JRTR을 요르단에 수출하여 가동에 들어갔다. 지구상에 대형 원전, 소형 원전과 연구로를 모두 수출한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 원전 기술에 버금가는 방사선 이용기술도 다양한 국산화가 이루어져 의료용, 산업용 동위원소의 생산, 공급, 판매에서 관련 기자재 공급까지 국제적인 위상이 확고하다.

제3세대 경수로기술 산업화 세계의 칭송

원자력 기술은 2차 세계대전 말 당초부터 군사적·평화적 이용의 양면성을 지니고 태어난 기술이다. 미국 해군이 1953년 개발한 세계 최초의 원자력잠수함 Nautilus 호의 원자로 기술이 바로 최초의 경수로 원전 Shippingport의 건설로 이어진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 엔진에 해당하는 원자로 계통기술은 소형 가압식 경수로의 원자로계통과 기술적으로 떼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현재 국내에서 진행 중인 SMART 원전 사업과 해양 원전 사업과의 기술적 연관성만 보아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불행하게도 북한은 지난 반세기가 넘게 오로지 군사적 목적의 핵무기 개발에만 전념하여 전 세계의 지탄을 받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는 평화적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높인 제3세대 경수로 기술의 산업화에 성공하여 세계인의 부러움과 칭송을 받고 있다. UAE에 이어 사우디, 요르단 등 우리 원전의 해외 수출 사업이 이어지는 것이 그 증거가 아니겠는가? 분명 평화적·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기술은 핵물리에서 시작되어 같은 뿌리이지만, 원전 기술의 난이도와 첨단성, 안전성은 무기기술과 비교할 수 없는 높은 수준의 경지이다. 마치 야간에 찍은 한반도의 위성사진에서 극명하게 대조가 되듯, 북한은 칠흑 같은 깜깜한 기술로 세계를 협박하는 반면, 우리는 대낮같이 밝은 원전 전기 생산으로 세계 속에 원자력 기술 강국이 되었다. 이 기술을 유지하려면 끊임없는 원자력 안전성, 차세대 원전, 폐기물 처리, 폐로 기술 등 연구개발이 지속되어야 함은 더 이를 나위가 없다.

어찌 평화적 에너지 국력 포기하나

이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를 시작으로 전개되는 새 정부의 구상은 극명한 양자택일의 기로에서 고민하게 된다. 터무니없이 과장된 안전성·경제성 논리의 환경주의자 따라서 국내 원자력 기술의 기반을 연구개발부터 도려낼 것인가, 아니면 지금까지 이루어 놓은 기술의 바탕 위에 더 좋은 안전성과 경제성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원자력의 선두 주자로 남을 것인가? 과연 국내에 짓는 신규 원전을 포기한다면 해외 수출용 원전이나 해양원전은 개발 할 수 있겠는가? 자기 나라에는 불안해서 못 짓게 한다면서 외국에는 수출한다면 도대체 앞뒤가 맞지 않는다. 현재 미국과 영국에서 제3세대 원전을 신규 건설 중에 있고, 후쿠시마 사고의 본 고장인 일본도 일시 폐쇄되었던 기존 원전들을 연차적으로 재가동하고 있는 사실은 무엇을 뜻하는가?

설계수명이 다 된 원전은 그날이 오면 무조건 폐쇄한다는 주장 역시 시대에 안 맞는다. 원자력 선진국의 모든 원전들은 수명기간 완료 전에 설비교체, 보수 과정을 거치고 규제기관의 충분한 안전성 검토 후 10년 이상 수명연장을 하는 것이 상례다. 첨단기술의 발전으로 사고예방이 완벽하게 이루어진 결과다. 수만명의 고급 일자리 창출과 국제 수지를 높이는 가장 확실한 초대형 사업을 과연 무시할 수 있겠는가? 북한은 수소탄까지 개발로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현실 하에서, 건국 후 60여년간 이 땅위에 세워진 평화적 에너지 생산의 원자력 산업기술은 국제경쟁력이 가장 높은 기술이 되었다. 이것이 진정 우리의 國力일 터인데, 작금의 중차대한 국가 위기상황에서 누가 이를 외면할 수 있겠는가?   

필자 김병구(金炳九)

서울대 공대 조선공학과 졸업 후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 응용역학 박사, 한국원자력연구소 응용역학실장, 원자로계통설계 사업책임자, 원자력통제기술 센터장 역임, IAEA 사찰분야 사무총장 자문위원(1993~2000), 원자력연구소 미래기술 단장(2000~2002), IAEA Director, 비엔나(2002~2008), 건양대 국제관계학 교수(2008~2011), KAIST 초빙교수(2010~2011), UAE Khalifa대 원자력 초빙교수(2011~2013), 사우디 원자력에너지청 자문관(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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