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권고수용·탈원전정책 유지
신규원전, 설계수명 연장 전면 중단

신고리 5·6호기 중단
졸속지시형 공약실패
문 대통령, 권고수용·탈원전정책 유지
신규원전, 설계수명 연장 전면 중단
▲ 10월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지형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장이 공론화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 위원회는 공론회 결과 '건설 재개'를 정부에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사진갈무리@정책브리핑>

민참여형 공론화위원회의 석 달간은 신고리 5·6호기를 ‘죽이느냐, 살리느냐’의 전쟁이었다. 원전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매우 불안했다. 공론화위가 끝내 ‘건설재개’를 정부에 권고하자 안도하는 여론도 많지만 “잘못된 정책 실패에 대한 사과와 인책이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는 분노도 적지 않다.

한가하고 덤덤한 ‘대통령 입장’ 발표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이톡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공약과 취임 후 멀쩡한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하라고 지시함으로써 문제가 확대됐다. 원전건설 관련 이해당사자들은 말할 것도 없지만 학계, 연구계, 공과대학생 및 일반 국민들까지 분열과 갈등이 얼마나 심각했던가. 또 법에도 없는 공론화위원회에 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을 맡기겠다는 정부의 방침으로 빚어진 혼란과 우려도 말할 수 없었다.
이처럼 험악한 과정을 거쳐 공론화위가 ‘건설재개’ 의견을 정부에 권고했으니 시민평가단의 눈으로도 탈원전 공약의 일방통행이 잘못 됐다고 판정한 꼴이다. 사실이 이런데도 문 대통령은 대수롭지 않은 듯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조속히 재개하겠다”는 방침만 밝혔으니 실망스럽다.
대통령은 박수현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대통령의 입장’에서 신고리 5·6호기 공사중단 지시에 대한 사과나 해명 한마디 없었다. 반면에 “공사중단 공약을 지지한 국민들도 공론화위의 권고를 존중하고 이를 수용하기 부탁한다”고 어느 한쪽만 다독이는 말씀을 했다. 또 대통령은 “이번 공론화위의 경험을 통해 앞으로 사회적 대화와 대타협이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는 말로 공론화위의 역할을 자화자찬형으로 평가했다.
당초 대통령의 신고리 5·6호기 공사중단 지시가 일방적이고 법과 제도를 무시한 졸속형이었다. 신고리 5·6호기는 수많은 검토와 법과 제도적 절차를 거쳐 정부의 인허가를 받아 착공했는데도 뒤늦게 대통령의 지시 한마디로 공사를 중단시키다니 말이 되지 않았다.

▲ 한국수력원자력이 8월 14일 오전, 이사회를 기습적으로 열고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에 대한 '공사 일시 중단'을 결정했다. 7월13일 경북 경주시 본사에서 김병기 한국수력원자력노동조합 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한수원 노조원 150여명과 함께 '신고리 5.6호기 일시중단' 집회를 열고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결사반대'를 외쳤다. 사진은 신고리 5호기와 6호기 조감도. <사진=한국수력원자력
국민·국론 분열, 갈등·대립 피해

문 정부가 탈원전 공약을 밀어붙이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공론화위를 구성, 석 달동안 46억원의 예산을 낭비한 꼴이다. 또 공사중단에 따른 직접 피해액이 1,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 국민과 국론분열, 갈등&#8228;대립에 따른 피해액은 헤아리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어찌하여 이 같은 사태를 두고도 대통령은 국민에게 한마디 사과도 없다는 말인가.
대통령은 공론화위의 권고를 수용하면서도 ‘탈원전’ 공약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은 ‘탈원전’ 대신에 ‘에너지 전환정책’이라는 용어로 탈원전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신규원전 건설 전면중단, 설계수명 연장 가동 중인 월성 1호기의 가동중단을 재차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탈원전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원전수출과 원전 해체시장 선점 방침을 밝혔다. 아마도 원전 산업계와 원전 전문가 등을 의식한 방침이겠지만 얼마큼 신뢰할 수 있고 현실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문 대통령의 탈원전 공약 신념에 따라 설계수명이 끝난 원전을 폐기하고 전기요금을 대폭 인상해야 하는 정책부담 등은 문 정부가 아닌 차기 또는 차차기 정부 몫이다. 그러니까 문 대통령은 공약부담은 지지 않고 차기 정부에게 무거운 정책부담을 안겨주는 결과를 가져온다.
문 대통령이 가동중단을 강조한 월성 1호기의 경우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결정을 거쳐 2022년까지 가동하게 되어 있다. 이를 조기에 가동중지 시키겠다는 방침 뒤에는 수명연장 허가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한 일부 지역주민과 시민단체들이 있다. 이 재판은 1심에서 원고가 승소했지만 항소심의 향방이 관심이다. 시민단체들은 1심 판결 후 즉각 월성 1호기의 가동중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한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월성 1호기의 가동중단을 앞당기겠다고 되풀이 강조한 것은 법원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압박이 될 것이라고 언론이 분석했다.
또 신규원전 건설 전면중단 방침도 당장 추진 중인 6기의 원전건설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분석이다. 울진 신한울 3·4호기(부지매입완료, 기투자 2700억원), 영덕 천지 1·2호기(부지매입 단계에서 중단, 기투자 699억원) 및 삼척과 영덕 후보지를 선정 중이던 2기 등 모두 6기이다.

▲ 문 대통령이 가동중단을 강조한 월성 1호. 사진은 1977년 기공식 현장 사진. <사진@국가기록원>
탈원전 공약관련 엉터리, 괴담

당초 공론화위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 여부의 판단을 맡았지만 원전정책의 장기적 향배 방향에 관한 의견도 제시했다. 이 결과 ‘원전축소’ 53%, ‘원전유지·확대’ 45%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문 정부는 이를 근거로 탈원전 정책의 지속을 확신한 모양이다.
문 대통령은 또 공론화위의 권고 후속조치의 하나로 원전의 안전기준 강화를 약속했다. 이는 공론화위의 권고 이전에 이미 지난 정부 때부터 대국민 약속사항이라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문제는 문 대통령의 ‘탈원전’ 공약이 잘못된 자료나 오도된 정보에 근거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받는다는 점이다. 그동안 탈원전 공약이행을 독촉하는 반핵논리가 쏟아졌었지만 엉터리 주장이나 괴담 수준의 거짓도 적지 않았다.
대통령이 직접 인용한 대목에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원인이나 사망자 숫자 등이 잘못인 것으로 지적됐다. 후쿠시마 원전은 지진이 아니라 쓰나미가 원인이라는 사실이 명백히 드러났다.
이 같은 배경으로 공약 실패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도 없이 계속 ‘탈원전’ 정책을 끌고 가겠다고 하니 국민이 불신하고 불안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탈석탄’, ‘탈원전’을 공약하며 LNG 발전과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을 강조했지만 현실성이나 경제성 측면에서 논란의 여지가 너무나 많다.

차기정부서 탈원전정책 계승될까

또한 신규원전 건설 전면 중단이나 설계수명연장 원전의 조기 가동중단 등도 차기 정부 하에서 그대로 진행될는지 알 수 없다. 미국과 일본 등 원자력 최선진국이 원전의 설계수명을 대폭 연장하고 있다. 또 세계적으로 신규원전 건설이 진행 중에 있고 추가건설을 위한 대기 중인 원전도 수백 기에 달한다.
이 같은 글로벌 원전시장 환경에서 세계 4위 수준으로 꼽히는 원자력기술을 5년 정권의 공약 하나로 발목을 잡아 묵겠다는 말인가. 이미 UAE에 수출하고 있는 한국형 원자로 APR 1400을 탈원전 공약의 제물로 만들 작정인가.
한수원, 원자력산업계가 탈원전 정책에 경악하고 있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원자력 학계, 연구계 및 공대생들까지 울분과 분노로 대응하고 있는 심경을 정치가 모른 척하고 넘어가겠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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