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여론… 난제 많네요
후속 과제가 많지만 한가닥 기대도

찬반여론… 난제 많네요
보수정당 통합 어디로
후속 과제가 많지만 한가닥 기대도

지난달 11일 리얼미터가 tbs(교통방송) 의뢰로 ‘보수 통합’에 대한 여론조사(대상 :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최종응답 506명, 응답률 5.0%, 95%신뢰수준 ±4.4%p, 조사기간(2017년 10월 11일))를 실시했다. 결과는 반대가 62.9%나 됐고, 찬성은 22.5%에 그쳤다. 아, 그런가! 국민들은 나뉜 보수 정당이 다시 합치는 것을 싫어한다고? 보수정당도 다양성을 가져야 한다는 뜻일까? 국민 사이에서도 자유한국당 지지자와 바른정당 지지자가 확연히 갈라져서 재결합에 거부감을 드러낸다는 것일까?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사진@각 정당 홈페이지>

[이진곤 칼럼 @이코노미톡뉴스(이톡뉴스)] 그런데 내용을 보면 주목되는 부분이 있다. 한국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70.8%, 반대가 25.3%로 나타났다. 또 바른정당 지지층에서는 찬성 42.5%, 반대 53.1%였다. 반면에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반대가 79.2%로 압도적이었다. 물론 전반적으로는 전지역, 전연령대에서 찬성보다 반대가 많았다. 다만 이 기관이 지난달 8일부터 11일까지 전국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50.2%, 한국당은 19.0%, 바른정당 5.3%였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겠다. 한국당에 대한 낮은 지지율이 통합 반대에 크게 반영되었다는 뜻이다.

민주당 지지측 압도적 반대?

따라서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보수 유권자들은 보수정당 통합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바른정당 지지자들의 경우 부정적 답변이 많았지만 그러나 찬성 응답도 적지 않았다. 두 정당이 통합여부와 관련해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것이다. 민주당 지지자들의 반대 응답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는 것은 통합을 고민할 특별한 이유가 되지 않는다. 두 정당이 통합하든 안하든 이들은 보수정당을 지지하지 않을(현재로서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적극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는 것은, 어쩌면 통합보수정당이 민주당에 큰 위협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진보측이 꺼리거나 두려워할 상황이라면 보수 측으로서는 반길만한 일이 된다. 한국당이나 바른정당은 이제 통합 혹은 재결합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는 점을 이 여론조사 결과가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구 새누리당에서 바른정당이 분당해 나간 것은 당내 친박계의 당 장악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 새누리당은 제20대 총선 공천과정에서 극심한 계파갈등을 드러냈다. 당내 친박계는 2008년, 이른바 ‘공천 학살’을 처절하게 겪었었다. 이때의 경험을 생각하더라도 친박계는 자제했어야 했다. 그런데 임기 2년도 채 안 남긴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당 장악력 확보에 너무 집착해서 또다시 공천파동을 촉발했다. 

새누리당 입장에서 총선결과는 ‘참담’ 그 자체였다. ‘180석’을 운위하기까지 했던 총선에서 집권여당은 지역구에서 더불어민주당에 5석이나 뒤졌고 비례대표까지 합해서도 1석이 부족한 122석을 얻는데 그쳤다. 보수집권당 역사상 총선에서 제1야당에 패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이 지경이 되었으면 박 전 대통령은 통렬한 자성을 통해 당의 회생방안을 내놨어야 했다. 그 제1보는 스스로 당과 보수유권자들에게 사과하고 당적을 정리하는 것일 터였다. 탈당이 대통령으로서 크게 불명예스러울 일도 아니었다. 역대 직선 대통령 가운데 이명박 전 대통령 말고는 모두가 임기 말에 탈당을 했다. 총선 참패의 책임을 자신이 지고 나섬으로써 오히려 공천과정의 불협화음으로 인한 민심이반 현상을 반전시킬 계기를 제공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보수정당 통합의 당위성 입증

그렇지만 그는 탈당 대신 친박계의 당지도부 장악 쪽을 선택했다. 작년의 8·9 전당대회에서 그의 분신이라고까지 일컬어진 이정현 의원을 당 대표로 당선시킨 것은 물론이고,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4명을 친박인사로 채우는 무리수를 둔 것이다. ‘반성 없는 친박’ ‘희망 없는 여당’의 이미지가 국민들의 뇌리에 각인되는 장면이었다.
비박계는 원내대표 경선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새누리당의 면모를 바꿔보겠다고 했을 텐데 결과는 역시 친박 측의 승리였다. 친박은 집요하게 당권경쟁에서의 완승을 추구했다. 비박계로서는 분당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새누리당 분당과 바른정당의 성립 배경 및 전말을 요약하자면 그렇다.

보수정당이 단일화 돼야 한다는 대원칙에는 보수 유권자들도 공감할 것이다. 그런데 두 정당 사이의 골이 너무 깊어진 것이 문제다. 무엇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바른정당 소속 의원들이 주도하다시피 한 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한국당 내에도 탄핵에 찬성한 의원이 40여명이나 건재하다. 그렇지만 바른정당의 경우는 ‘탄핵주도 정당’으로 각인돼 있다. 한국당으로서는 선뜻 합당 이야기를 꺼내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바른정당의 입장도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개혁보수의 기치를 내걸었다가 산술적 계산만으로 다시 구태보수에 흡수되어 가느냐는 비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보수정치권이 양당체제로 분열된 상태에서는 진보좌파 정권에 효과적으로 맞설 수 없다는 현실을 외면하기도 어렵다. 보수정당이 단합된 체제와 의지를 과시해야 할 텐데 보수끼리 격렬하게 싸우면서 밖으로 여당과 경쟁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보수 에너지는 쉽게 소진되고 말 것이다. 
만약 바른정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한명이라도 낼 전망이 선다면 자강파의 논리와 설득이 먹혀들 수 있다. 반대로 완패를 예감하고 있다면 통합파의 목소리에 더 힘이 실리게 마련이다. 지금의 상황이 후자 쪽에 가깝지 않은가 생각된다. 이미 당내 통합파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통합파의 집단 탈당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까지 나오는 실정이다(이 원고가 게재될 즈음엔 탈당이 결행되었을 수도 있다).

바른정당 소속 의원 전원이 행동통일을 하지 못하고 자강파와 통합파가 각기 다른 선택을 하게 될 경우 당은 소멸하게 될 공산이 크다.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가까스로 채우고 있는 바른정당으로서는 단 한 사람의 의원이라도 떠나면 그 순간 비교섭단체의 처지로 전락하고 만다. ‘여당하기’에 익숙했던 사람들에겐 가혹한 환경일 수밖에 없다. 
한국당으로 복귀(?)하는 정치인들은 잠시간의 창피만 견디면 된다. 그 정도는 한국 정치인들에게는 별로 힘들지 않은 가벼운 시련이다. 그렇지만 자강을 끝까지 고집하며 한국당으로 돌아가길 거부하는 의원들의 처지는 아주 곤고해진다. 자칫 정치적 낭인 또는 난민의 신세가 되고 말 것이다. 그런 만큼 바른정당으로서는 합당, 자강 어느 쪽이든 전 구성원이 행동통일을 하는 게 당면 과제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이 경우만큼 적절히 적용될 데가 달리 있을 것 같지 않다. 

바른정당 단일대오 와해되면

한국당에는 여전히 골수친박 의원 정리 문제가 남아 있다. 이들이 당 내에 버티고 있는 한 바른정당 합당파가 입당하기는 쉽지 않다. 바른정당 전체가 당 대 당 통합으로 합치려 할 경우도 친박핵심들의 정리가 전제돼야 한다.
당 지도부로서도 차제에 친박정당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걷어내고 싶을 것이다. 그러자면 박 전 대통령의 당적 정리와 친박핵심들의 출당 혹은 탈당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 문제는 박 전 대통령도 친박인사들도 자진해서 탈당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는 데 있다. 어쩔 수 없이 윤리위원회를 통해 출당 절차를 밟아야 할 텐데, 그러자면 홍역이 불가피하다.

지금 진보좌파 정권의 서슬로 보아 독선 독단 독주의 정치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독려 하에 추진되는 ‘적폐청산’이 야당의 심장부를 겨눌 개연성이 높다. 갈수록 이미지에 얼룩이 생기고, 사법적 조치로 의석수까지 줄어드는 상황이 되면 보수정당은 무력화할 수밖에 없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서는 어떻게든 보수의 단합된 힘을 확보해야 할 절박한 때라고 하겠다. 
아직 낙담해서 주저앉을 상황은 아니다. 한국당 만으로도 개헌저지선은 확보해 있다. 정말 내년 지방선거에 맞춰 개헌이 추진된다면 문 대통령이 이끄는 현 정권의 의지가 거의 전적으로 반영된 개헌안이 나오게 마련이다. 이 때 개헌을 주도하지는 못해도 보수의 시각에서 헌법개정이 아닌 개악을 막을 수는 있다. 

▲ 이진곤(정치학박사, 경희대 정외과 객원교수, 국민일보 전 주필, 전 논설고문)

그러나 현재의 의석으로는 국회선진화법이라는 ‘야당의 무기’를 휘두르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121석이 있어야 민주당과 그 우호정당인 국민의당, 정의당 연합군의 입법독주 저지가 가능하다. 한국당은 107석에 불과하고 바른정당까지 합쳐도 127석에 그친다.
선거연대, 정책연대 같은 것으로는 갈수록 험난해질 정치파고를 헤쳐 나가기가 어렵다. 답은 나와 있지만 방법이 문제다.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 ①보수의 가치, 보수정당의 정체성 재확립, ②계파문제 해소, ③감정의 골 메우기, ④연고권(지역구 문제 등) 정리다. 
보수정당의 장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그 구성원들이 선택하기에 달렸다. 패배의식과 무력감을 극복하고, 과거와는 판연히 달라진 새로운 보수우파 정당을 과연 만들어낼 수 있을지. 보수우파 유권자들의 걱정과 기대도 커지고 있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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