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의 시작·기본은 계약서

필자가 창업을 할 사람들이나 은퇴 예정자를 대상으로 강의를 할 때, 꼭 빠뜨리지 않는 주제가 있다. 바로 계약서이다. 계약서에 대해 강의를 한다고 해서, 무슨 거창하거나 어려운 내용을 하는 것도 아니다. “계약서를 쓰자”는 내용만으로 한참을 떠들어 댄다. 계약서를 ‘잘’ 쓰자가 아니라, 제발 계약서라는 것을 쓰자는 것이다. 계약서를 안 써서 회사가 어려워진 사례, 처벌받은 사례, 동업이 깨진 사례들만 예를 들어도 1~2시간을 훌쩍 지나간다.

동업계약서의 필요 당위성

[고윤기 칼럼 @이코노미톡뉴스(이톡뉴스)] 이쯤 되면 비싼 강사료를 날로 먹는 것 같은 느낌이 날 법도 한데, 그래도 필자가 계속 이런 강의를 하는 이유는, 필자의 경험상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계약서를 쓰는’ 것이다. 소규모 사업을 하시는 분들의 경우, 불리한 내용의 계약서에서 생기는 문제보다 계약서가 없어서 생기는 문제가 훨씬 더 많다.

이제 몇 년 전인지 기억도 가물거리는 사건이 있다. 친구 관계이던 두 사람이 동업을 하면서, 한 사람은 대표이사를 한 사람은 이사의 직함을 가지기로 했다. 사업의 진행은 순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대표이사로 있던 사람은 친구에게 매월 꼬박꼬박 300만원을 입금해 주었다. 자신은 가져가는 것이 없음에도 친구의 생계를 위해 그렇게 했다. 버티고 버티다가 사업을 접어야 할 시기가 되었는데, 매월 300만원 챙겨가던 친구는 대표이사로 있던 친구를 고용노동부에 고발하였다. 이유는 임금 체불과 퇴직금 미지급이었다.

사업의 시작·기본은 ‘계약서’ 유무

원래 동업관계라면 임금 체불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 사건은 동업관계를 증명하면 끝나는 사건이었다. 그런데 그 회사의 대표이사가 우리 회사에 왔을 때, 필자는 정말 갑갑함을 느꼈다. 3년간이나 동업관계를 진행해 오면서, 계약서나 기타 동업을 증명할 자료가 아무 것도 없었다.

필자가 물었다. “왜, 동업 계약서를 안 쓰셨어요?” 대표이사가 말했다. “친구끼리 그냥 믿고 했습니다.” ‘믿고 했다’는 말, 계약서를 안 써서 분쟁이 생긴 경우 거의 99%의 확률로 등장하는 단어이다. 그 외에도 “서로 좋은 관계였다”, “너무 따지면 사업을 할 수 없다”, “그 사람이 나에게 이럴 줄은 몰랐다”가 이런 상황의 단골 멘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건 변명이라고 할 수도 없다. 이 사람은 사업을 하면 안 되는 사람이다.

‘본전’과 ‘보상심리’의 저울질

필자에게 “너무 인간미 없는 사람이라고? 변호사는 다 그런 사람이냐고?”할지 모른다. 그런데 현실은 현실이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계약서 없이 사업을 하고, 그것이 원인이 되어 사업을 접는다.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동업자간에 계약 분쟁이 발생하는 지점이 있다. 바로 사업이 너무 잘 될 때와 너무 안 될 때, 두 가지 경우이다. 필자가 이렇게 말하면, 상대방은 필자를 쳐다보면서, “이게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하는 표정을 짓는다. 필자에게 야구 경기에서 공격과 수비, 두 가지만 잘하면 이긴다는 말과 무엇인 다르냐고 항의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사업을 안 해 본 사람이다.

사업을 해본 사람은 필자가 말하는 의미를 바로 깨닫는다. 그리고 공감을 표시한다. 우리는 사람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욕망을 가지고 있다. 동업으로 진행하는 사업이 너무 잘되기 시작하면, 본전 생각이 나거나 이 회사를 자기가 지배하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마찬가지로 사업이 너무 안 되기 시작하면, 손해를 안보고 사업에서 빠질 생각만 한다. 동업자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기 시작하면, 이미 그 사업은 계속하기 힘들다. 이런 순간에 브레이크를 걸어줄 수 있는 게 바로 ‘동업계약서’다. 동업 계약서가 있으면, 그 계약서에 비추어 자신의 욕망이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지 저울질을 한다. 그리고 적어도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

결국에는 ‘돈 문제’로 귀결

앞서 말한 사건은 실제로 종종 있는 사건이다. 실제로는 동업관계이지만 대외적으로는 고용관계인 경우에 임금 체불과 관련해서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동업관계 계약서도 없고, 동업관계를 증명할 다른 증거도 없으면 답이 없다. 최악의 경우 형사 처벌도 받고, 체불임금도 주어야 될 수도 있다. 다행히 이 사건은 합의가 잘되어 마무리 되었다.

동업계약서를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돈 문제’이다. 사업은 맨땅을 삽으로 파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돈을 투입해야 한다. 그 돈이 어떤 명목으로 들어왔느냐가 동업계약에서 핵심이다. 사업자금을 투자 받은 것인지 빌린 것인지는 매우 중요하다. 보통 자신의 사업이 매우 전망이 밝다고 생각하면, 자금을 빌린다. 반면에 사업의 전망이 불투명 하거나 성공에 자신이 없는 경우 투자를 받는 경우가 많다. 돈을 투자 받으면, 위험도 나누지만 수익도 나누어야 한다. 반면에 돈을 빌리면, 빌린 돈만 다 갚으면 되고 회사의 수익은 온전히 내 것이 된다.

“그러니, 제발 계약서를 쓰자”

돈을 투입한 입장에서는 회사가 잘되면, 투자라고 주장하여 수익을 나누어 받고 싶다. 반면에 회사가 안 되면 대여라고 주장해서, 원금을 어떻게든 회수하고 싶다. 사람이니까 당연한 욕망이다. 그래서 이런 욕망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해서, 동업계약서에 돈이 어떤 명목으로 들어왔는지가 꼭 들어가야 한다. 이 부분은 동업계약이 아닌 다른 사업에서도 중요한 문제이다.

이 글을 읽은 사람들은 혹시 써야할 계약서를 안 썼는지 점검해 보자. 혼자 쓰기 어렵다면 전문가에게 의뢰하면 된다. 복잡한 계약서가 아니라면, 크게 비싸지 않다. 물론 계약 내용의 초안은 잡고 가야 한다. 그래야 저렴하다. 가끔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 사무실에 와서, 모든 것을 변호사에게 맡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면 비용이 올라간다. 그리고 앞으로는 계약서를 쓰자. 제발.

<필자소개> 고윤기

-고윤기 변호사는 사법시험(사법연수원 39기)을 합격한 연세대 출신으로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 기획, 인권이사를 역임했다. 서울동부지방검찰청 형사조정위원회 위원과 서울시 소비자정책위원 등 다양한 공적 활동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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