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독재에게 메시지 전하러 왔다

대한민국 성취역사 평가
트럼프 국회연설 감동
북한 독재에게 메시지 전하러 왔다

[이진곤 칼럼(정치학박사, 경희대 정외과 객원교수, 국민일보 전주필, 현논설고문)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이톡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7, 8 양일 간 우리나라를 국빈으로 방문했다. 그는 오산공군기지에 도착, 평택 험프리스 기지에서 미군 장병들과 오찬을 함께 하고 청와대로 가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 국빈만찬의 일정을 소화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4년만에 미국 대통령 국회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갈무리@국회의사록>

트럼프 방한에 이어 10일부터 4일 간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는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3척이 공동훈련을 실시했다. 이 훈련에는 미 해군의 로널드 레이건함(CVN 76), 시어도어 루스벨트함(CVN 71), 니미츠함(CVN 68)이 참가했고 우리 해군도 함께 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더할 수 없이 강력한 무력시위였다고 하겠다. 

그런데 트럼프의 방한은 한미정상회담에서보다 국회 연설에서 더 뚜렷한 인상과 족적을 남겼다. 그는 8일 오전 국회에서 35분에 걸친 연설을 했다. 그간 한국인들이 가졌던 트럼프의 이미지는 이날 연설로 아주 달라졌다. 그는 차분한 표정과 안정된 목소리로 대학교수가 강의를 하듯 한미동맹의 역사, 대한민국의 기적적 성공, 북한 체제의 악마성, 북한 핵·미사일 개발의 무모성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국 현대사에 대한 깊은 이해

놀라웠던 것은 한반도의 현대사에 대한 그의 해박하고 잘 정리된 지식과 깊은 이해였다. 그리고 더 놀라웠던 것은 대한민국의 성공에 대해 우리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는 구체적인 사례와 수치를 제시해 가며 대한민국의 성공 과정을 소개했다. 트럼프야말로 성취의 자부심에 넘치는 한국인이고 우리는 그의 말을 경청하는 외국인 청중이었다. 

“한국은 수십만의 용감한 장병들과 셀 수 없이 무고한 시민들을 끔찍한 전쟁으로 잃었습니다. 이 아름다운 서울의 대부분은 초토화되었습니다. 한국의 많은 지역에 전쟁은 상흔이 남았으며 그리고 한국의 경제는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는 우리의 지난날을 그렇게 회고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하지만 전 세계가 알다시피 그 이후 두 세대에 걸쳐 기적과도 같은 일이 한반도 남쪽에서 일어났습니다. 가족과 가족이, 도시와 도시가, 모든 한국의 국민들이 이 나라를 오늘의 모습으로 바꾸어놓았습니다. 한국은 이제 전 세계적으로 훌륭한 국가 중 하나로 발돋움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물론 참모들이 자료를 모아 초고를 작성했을 수 있다. 그렇다하더라도 트럼프가 그처럼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우면서도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의 현대사를 충분히 숙지하고 이해했다는 뜻이 된다. 우리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처럼 자신 있게 대한민국 ‘성취의 역사’를 자랑스레 말할 수 있을까?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말했다. 
“힘들었던 지난 세월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고 물었습니다. 대통령 문재인은 바로 그 질문에서 새로 시작하겠습니다. 오늘부터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이게 나라냐”는 진보좌파세력(일부)의 선동 및 공격구호가 되었다. ‘헬 조선’도 한몫했다. 일제의 식민지 탄압과 수탈, 3년여에 걸친 동족상잔의 참극을 겪고도 폐허위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을 이뤄놨더니 “이게 나라냐”고 한다. 새로 취임한 대통령은 이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민족의 수난기를 견뎌내고 조국 근대화에 피땀을 흘렸던 사람들은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가. 

이들은 걸핏하면 OECD 순위를 들먹인다. ‘노동시간 OECD 국가 중 최장’, ‘생산성 OECD 평균의 절반수준’ ‘노인 빈곤율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 ‘성별 임금격차 OECD 국가 중 1위’, ‘자살률 OECD 국가 중 1위’, ‘노인 자살률 OECD 국가 중 1위, 실업률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 ‘복지비용 OECD 국가 중 최하위’, ‘출산율 OECD 국가 중 최하위’ …. 신문 기사 제목으로 뽑힌 OECD 순위다. 얼핏 떠오르는 것만으로도 이렇다. 가위 ‘헬 조선’이라할 만하다. 

김일성 꿈꾼 낙원은 지옥으로

경제나 통계에 식견이 부족해서 하나하나 분석해서 이해할 능력은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우리가 OECD에 가입한 것은 1996년이다. 이해 우리는 29번째 OECD 회원국이 됐다. 우리보다 늦게 가입한 나라도 6개국이 되긴 한다. 그러나 불과 두 세대 전만해도 세계 최빈국의 하나였고, 반세기 전까지도 저개발국가에 머물렀던 나라로서 OECD 회원국이 된 경우는 우리가 유일하다. 
인구 순위로 우리가 세계 27위, OECD 국가 중에는 9위다. 국토면적으로는 세계 109위, OECD 20위다. 자연자원이라는 면에서 보더라도 우리는 사람 말고 가진 게 거의 없는 처지다. 유럽의 국가들은 작더라도 오랜 근대문명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의 경제 위상은 놀라울 정도다. 올해 기준 GDP 규모가 세계 11위, OECD 국가 중엔 8위다. 갖가지 악조건 속에서도 이만한 성공을 거뒀으면 일단은 그것으로 우리 서로가 서로를 칭찬하고 격려해야 하는 것 아닌가? 

모든 걸 한꺼번에 다 갖출 수는 없는 일이다. 집을 지을 때도 일단 뼈대를 세우고 벽을 댄다. 그리고 내부 구조를 채워 넣는다. 왜 GDP가 OECD 8위인데, 노동 조건, 국민생활 여건, 복지수준 등이 그 순위를 지키지 못하느냐고 몰아세우면서 ‘지옥 조선’이라고 저주를 해서 뭘 어쩌자는 것인가. 젊은 사람들이 그런 불평을 하면 오래 같이 정치에 직접 참여했던 사람들로서, 그리고 과거 10년 간 정권을 잡고 나라를 경영했던 사람들로서 설명하고 설득하고 해야 옳다. 그런데 거꾸로 조국에 대한 공격자가 되어 ‘이게 나라냐?’ ‘헬 조선’을 같이 외치면서 정권 쟁탈에만 몰입했던 사람들이 있다. 지금의 정부·여당의 구성원들이 바로 그들이다. 

트럼프는 한국의 발전상에 경탄하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추상같이 단호하고 분명한 평가를 내렸다. 
“번영은 거기(서울로부터 24마일 북쪽)서 끝나고 북한이라는 감옥국가가 시작됩니다.”
그는 북한을 그렇게 표현했다. 
“한 사람의 작은 위반, 예를 들면 버려진 신문지에 인쇄된 독재자의 사진에 얼룩을 실수로 묻히거나 하면 이것이 그 사람 전 가족의 사회적 신용등급을 수십 년 간 망쳐 놓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10만으로 추정되는 북한 주민들이 강제수용소에서 노역을 강제당하고 고문과 기아, 강간, 살인의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는 이런 끔찍한 예도 들었다.

“북한의 여성들은 열등 인종으로 간주되는 태아를 낙태시킬 것을 강요당합니다. 만약 이 아이들이 태어나면, 신생아는 살해됩니다. 아버지가 중국인인 한 아이는 양동이에 담겨 끌려갔습니다. 간수는 그 아이가 불결하기 때문에 살려둘 가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왜 중국이 북한을 도와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하겠습니까.”
트럼프는 북한에 대해 경고했다.
“어리석게도 미국의 결의를 시험했던 체제들은 폐기되었습니다. 미국의 힘, 미국의 결의를 의심하는 자는 누구든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더 이상 의심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 대통령은 하지 않았던 말

그는 “북한 독재체제의 리더에게 메시지를 직접 전하려고 한반도에 왔다”고 했다. 
“당신이 손에 넣고 있는 무기는 당신을 안전하게 해 주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정권을 파멸의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다. 이 어두운 길을 향한 한걸음 한걸음이 당신이 직면한 위험을 가중시킬 것이다. 북한은 당신의 할아버지가 꿈꾸었던 파라다이스가 아니라 그 누구도 가서는 안 되는 지옥입니다.”

트럼프는 북한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꾸밈없이 표현했다. 그런데 한국의 정부와 여당에 있는 인사들로부터는 일찍이 북한의 정확한 실상에 대해 한마디도 들은 기억이 없다. 이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정말 몰라서 말을 안 한 것인가, 아니면 알고도 하지 못한 것인가? 스스로를 지키려는 확고한 의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위험도 감수할 수 있다는 결연한 자세 없이 지켜진 나라는 일찍이 없었다. 우리 정부와 여당의 책임자들이 믿고 기다리는 것은 무엇인가. 

트럼프는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가 아니라 국회 연설에서 속마음을 털어놓고 갔다. 그는 아마 한국 정부를 믿지 못할 것이다.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끝나기 무섭게 공동 언론발표문 제1항에 대해서부터 이의를 제기하는 한국정부를 신뢰할 만큼 그들은 ‘키가 커서 싱거운 아저씨’가 아니기 때문이다. 

▲ 이진곤(정치학박사, 경희대 정외과 객원교수, 국민일보 전 주필, 전 논설고문)

더욱이 문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베트남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10월 31일 공개한 ‘양국 관계 개선 방안에 관한 발표 내용’을 평가하고 모든 분야의 관계 정상화에 나서기로 했다. ‘관계 개선 방안’의 핵심은 이른바 ‘3NO 원칙’이다. 그러니까 문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①사드추가 배치는 없다, ②미국의 MD체제에 편입되지 않는다, ③한미일 공조를 군사동맹체제로 발전시키지 않는다는 원칙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이 같은 한국의 이른바 ‘균형외교’, 다른 말로 하면 ‘곡예 외교’를 달가워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우리가 감당해 낼 수 있고 미국과 합의된 신 안보정책이라면 정부의 선택을 마다할 까닭이 없다. 그게 아니고 오직 반미를 위한 친중정책, 대북 포용정책이라면 이야 말로 무모한 선회다.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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