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진오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연립주택과 공사장, 기계 그리고 자연물 등 네 가지 주제의 시리즈를 통해 자신의 주변 환경과 공간을 회화적 언어로 풀어내는 정직성(41) 작가가 새롭게 선보이는 '기계' 연작을 11월 23일부터 리안갤러리 대구에서 공개한다.

▲ 정직성, '201443'. 캔버스에 아크릴릭, 162 x 130.3 cm, 2014.(사진=리안갤러리)

정 작가는 "제 회화의 특성이자 예술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이유는 그림을 삶의 위나 아래에 놓지 않고 '다른 삶의 상황들 사이에 나란히 놓고 그리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작가가 예술을 신성시하거나 예술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부차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것도 아닌, 자신의 온전히 감내하고 살아내는 삶의 여러 조건 중의 일부이자 생활의 연장선상에 두는 예술적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 '작품과 함께한 정직성 작가'.(사진=리안갤러리)

연립주택과 공사장 시리즈는 40대 초반의 화가가 사십여 차례나 이사를 다닐 수밖에 없었던 삶의 조건과 상황들 속에서 탄생한 것과 마찬가지로 기계 시리즈 또한 자동차 공업사를 운영하는 엔진 전문 정비사인 배우자를 만나면서 시작됐다.

남편의 일터를 오가며 영감을 받은 기계 시리즈 중 특히 이번 전시에는 기계와 함께 '정비공', '기계공'을 뜻하는 'The Mechanic'이라는 작품 제목을 부여했다. 남편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과 격려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또한 젊은 시절부터 장인에 버금가는 손노동의 달인이 될 만큼 오랫동안 몸담은 작업장이 최신 컴퓨터로 무장한 고급 프랜차이즈 공업사의 등장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어 문을 닫게 된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격려의 마음도 담았다.

▲ 정직성, '201769'. 캔버스에 아크릴릭, 194 x 259 cm, 2017.(사진=리안갤러리)

작가는 특히 공간에 대학 남다른 관심을 보여주는데, 이 공간은 작가와 직접 연결되고 익숙한 주변 환경 공간으로서의 ‘대상화’된 공간이자 그것을 표상하는 ‘회화적’ 공간에 대한 관심이기도 하다.

전시를 준비한 리안갤러리 성신영 디렉터는 "정직성의 회화는 구상회화에서 추상회화로 전환되는 20세기 초 모더니즘 회화의 발전상을 마주하는 듯하다. 하지만 작가의 작업을 추상화로 규정하기에 애매하다"며 "추상화가 대상의 부재를 담보한다면 정 작가의 그림에는 대상이 살아있고 또 그 대상은 중요한 요소로 기능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한다.

▲ 정직성, '201748'. 캔버스에 아크릴릭, 194 x 259 cm, 2017.(사진=리안갤러리)

정직성의 '기계' 시리즈에 선보인 각종 자동차 부품들은 기계공인 남편뿐만 아니라 노동자 혹은 회사원 등 대다수 노동자의 알레고리이다.

어느 부품 하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누락되면 자동차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듯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 세상을 연결하고 연동하는 각각의 개별적 존재와 그 가치에 대한 찬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전시는 12월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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