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출신 경제부총리
있는 자리 흩트리기
쌀, 연탄이 소원이던 시절이야기

[최수권 칼럼(전 세계문인협회 부이사장, 수필가)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이톡뉴스)] 가까운 지인(김동혁)이 신간 도서 한권을 선물해 왔다. 필자는 젊은 날부터 문단 주변을 기웃거리며, 문학단체나 협회 등의 일에 간여하여 문인들의 신간이나 협회 정기 간행물 등을 받아 보고 있기에, 사실 책 선물은 그리 반갑지 않다. 기 보관중인 불량만으로도 서재를 가득 채우고 여기 저기 넘쳐나기 때문이다. 그래도 보내온 책들을 함부로 처분할 수도 없고, 한 권 한 권 나름의 내용을 생각하면 섣부르게 버릴 수도 없어, 여간 고민스러운 게 아니다. 특히 문학서적일 경우, 한 권의 책안에는 저자의 인생과 삶의 철학, 살아가는 태도가 녹아있어 저자에 대한 예의를 지켜주기 위해서 이기도 하다. 사실 문학을 하는 사람이나, 또는 일반인이 자신의 저서 한 권정도 간행한다는 것은 큰 사건이다.

 집필후 책의 위력 실감 기회

 오래전 일본 출장길에서 일이다. 
 세계적인 S전자 임원들과 미팅이 있어 호텔라운지에서 만났다. 명함을 교환하고 필자의 저서 경영에세이집을 선물했다. 
일본인 임원은 필자의 싸인을 부탁했다. 그리고 그는 주변의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무릎을 꿇고 책을 두 손으로 정중하게 받았다.
“아리가토 고자이마스”를 연발하면서, 순간 그렇게 민망할 수가, 어찌 할 바를 모르는 필자에게 우리말로 더듬거리면 이렇게 얘기했다. 자신의 일생에서 저자가 직접 싸인을 한 작품집을 몇 권 정도 받겠습니까? 저자와의 만남, 이 책은 자신의 인생에 큰 사건이라며, 연신 감사의 표현을 해왔다. 이후 비즈니스는 좋은 결실을 맺었다. 
 S전자에 제작(생산)을 맡기고, 제품으로 납품을 받아야 하는데, 그 저서 한권의 신용으로 대금 결제를 3개월의 여신으로 계약서로 합의했다.
그때 S전자 대표이사는 회의 중에 이렇게 말했다.
 “자기 회사의 규정에 없는 파격적인 계약이다”며 웃었다. 사업초창기 5년여 거래를 지속하면서 필자는 약속을 지켰다. 국제 비즈니스도,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거래는 이렇듯 아름다울 수 있다.
 한권의 저서가 지닌 위력을 실감했다.
-돈이야 잃어버리면, 다시 벌면 되지만 사람을 잃어버리면, 평생을 후회하거나 일생의 한으로 남을 수 있다.-

책속에 저자의 인생과 삶

선물 받은 책은 저자의 인생과 삶의 신념이 담긴 에세이였다.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예사롭지 않은 저자의 삶에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11살의 나이에 아버지를 잃은 저자, 소년가장이 되어 세상과 마주한다. 아버지가 떠난 세상에 두 명의 과부인 할머니, 어머니 그리고 3명의 동생을 부양해야하는 고단한 삶을 온몸으로 이겨내야 하는 저자는 때론 세상을 향해 이렇게 소리쳤다. 
“세상이 너무 힘들고 싫어, 뒤집고 싶다”고 어려운 환경이 그를 질식시켰고, 세상이 너무 불공평하다고 소리쳤다. 
사업가였던 부친이 돌아가신 뒤, 살아왔던 큰 집에서 쫓기듯 나와 청계천의 무허가 판잣집으로 이사, 몇 년 뒤에는 판잣집조차 철거되어 경기도 광주군의 허허벌판으로 강제 이주된다. 학업은 물론이지만, 끼니가 더 걱정이었다. 저자는 이렇게 탄식한다. “망해도 이렇게 까지 망할 수가 있을까?”
그는 당시 가난하고 머리가 좋은 아이들이 간다는 덕수상고에 진학한다. 졸업도 하기 전에 은행에 취직해 직장을 갖게 된다. 열일곱살의 가장으로 집안을 꾸려간다.
저자의 버킷리스트 맨 윗줄에 서른셋 젊음에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대화”였다.
부친이 운명하신 25년 되는 해에, 산소를 이장하게 된다. 부친 유골을 직접 수습하면서 저자는 선친과의 대화를 나눈다. 소리죽여 눈물 흘리며 저자는 마음속에 간직했던 이야기를 얘기하고 또 얘기한다.
필자는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다. 필자 선친은 6.25 전쟁 중 비극적인 운명을 하셨다. 그리고 장례절차도 없이 묻히셨다. 결혼일자를 정하고 달라진 세상의 바람을 전해드리고 싶어, 이장을 했다. 유골을 수습하면서 부친의 오른손 뼈 조각들을 두 손으로 감싸 안았다. 내 손에 전해지는 느낌은 뼛조각의 감각이 아니라, 내가 살아온 시간의 수고를 위로해주시는지 따뜻한 체온이 전해져 왔다. 그렇게 나는 부친과 대화를 나눴다. 그 신비로운 경험은 아직도 어떻게 설명할 수 없다.
저자는 ‘아버지와의 대화’라는 꿈을 이루고 버킷리스트의 순위가 바뀐다. 두 아들의 아버지로서 자식과 철든 남자 대 남자로서 대화하고 싶다는 소망으로.
모친은 혼자 사시는 게 편하다며, 멀지 않는 곳에 사신다. 늘 반찬거리 등을 살펴드리는 어느 날의 대화다.
“쌀은 떨어지기 전에 사다놓으시죠?”
“응, 20킬로짜리 사다놔”
“20킬로를 쌀독에 부으려면 힘들어요, 10킬로씩 사오세요.”
어머니는 방바닥에 떨어진 먼지를 손으로 훔치며 혼잣말처럼 무심히 말씀하셨다. 
“10킬로짜리 사다 쌀독에 부으면 반도 안차, 쌀독이 비어있으면 너희 어렸을 때 힘들었던 생각이 나서 싫어, 그래서 항상 20킬로 사다 쌀독 차게끔 부어놔, 그러다 쌀독 웬만큼 비기 전에 다시 사다 채워놓고”
어머니의 대답에 그냥 무너져 내렸다. 어머님을 뒤로하고 주차장 안에서 소리죽여 한참을 울었다.
세끼를 온전히 챙겨먹기 힘들었던 시절 끼니로 자주 먹던 수제비, 외상 달고 됫박으로 샀던 쌀, 연탄 한 장씩 사다 쓰던 시절, 그때의 어머니를 나는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살며 얻는 내 작은 성취의 모든 뒤안길에는 자신의 삶이라곤 거의 없었던 어머니의 희생이 곳곳에 배어있다는 것을...,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 이야기

저자의 장남 덕환은 28세로 세상을 떴다.
미국유학 석사학위를 받고 워싱턴에 있는 국제기구에 취업 중, 급성 백혈병 판정을 받고 2년 1개월 투병을 하다 2013년 11월 11일에 세상을 떴다.
치료 중에, 저자와 공동간행하기로 약속했었다. 이 책은 아들의 생일인 5월 5일에 출간됐다. 저자는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장관 김동연이다. 제목 “있는 자리 흩트리기”는 이시대의 우리사회 그리고 청년들에게 전하는 가슴 뜨거운 메시지다. 그가 이루어낸 사회적 성공은 그의 인생의 양념에 불과하다.

소년 가장으로 일가를 이루어낸 그의 삶에 박수를 보낸다. 숙연해 지기도 하고...
 그리고 큰아들을 먼저 보낸 아비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저자는 기독교인 듯하다. 그 슬픔을 기도로 추스르고, 기도를 통해 새롭게 출발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청년들을 아들로 받아들이고 기도하는 심정으로 저서를 세상에 내놓는 듯하다.

▲ 최수권(전 세계문인협회 부이사장, 수필가)

한 국가를 경영하는 능력은 자신이 지닌 철학, 삶의 깊이, 세상을 보는 눈이 다를 때 그 빛이 더 발하게 된다. 
 “어머니 쌀독에 20킬로의 쌀이 가득 차 있어야, 어머니가 안심하듯, 국가의 재정이 튼튼해야 국민들은 안심한다.”
 망하고 흥하는 것은 한 세대 차이다. 우린 경험으로 그것을 알고 있다.
 주변의 많은 이들은 김동연 경제부총리께 거는 기대가 크다.

김동연은 은행취업 중 야간대학인 국제대학(현·서경대학)을 졸업, 25세에 행정고시, 입법고시 동시 합격,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석사, 미국 미시칸대학 정책학 석·박사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