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지옥’에 일 맛 안나

얄미운 세상만사
상사와의 불화
'직장 생지옥’에 일 맛 안나

[김중겸 칼럼 (에스원 감사·건양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석좌교수 @경제풍월] 인재가 성장과 발전의 원동력이라고들 한다. 우수인력 모시기에 혈안이다. 겉에서 보면 그렇다. 안을 들여다 보면 딴판이다. 새로 들어 온 직원이 3년이 안돼서 반 이상이 떠난다. 애써 키운 핵심직원이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보수가 낮아서가 아니다. 복지대책이 허술해서도 아니다. 인간관계다. 주범은 상사와의 불화다. 윗사람의 횡포를 견디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제 잇속만 챙기는 생쥐가 얄미워서다. 여우만 곁에 두려고 해서다.  
놀고 먹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괴롭히는 위도 없고 귀찮은 아래도 없다. 늘 시기하는 옆도 없다. 속 편하다. 과연 그럴까? 빈둥빈둥 아무 일거리 없이 얼마를 버틸까? 단 며칠만 뒹굴어도 무료해진다. 좀이 쑤신다. 폐인 되기 십상이다.

사람은 일을 해야 살맛이 난다. 장사를 하던 자영업을 하던 취직을 하던 무언가를 해야 한다. 헌데 어디 하나 편한 게 있을까? 과장 꼴 보기 싫어 가게를 열었다. 웬걸 고객이 왕이란다. 주인은 그저 죽어지내야 한다.
손님은 이만저만한 상전이 아니다. 어셔 옵쇼 해야지, 자리 안내 해야지, 취향과 기호에 맞는 걸 내 놔야 한다. 뭘 이런 걸 내 놨느냐는 투정도 그저 참고 들어야 한다. 속이 부글부글 끌어도 안녕히 가십쇼, 또 오십쇼 하지 않을 수 없다.

허리나 목 운동은 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문 닫을 무렵이면 온 몸이 천근만근이나 나간다. 곤죽이 된다. 내일이 두렵다. 그나마 장사라도 잘 되면 다행이다. 돈 버는 재미에 지탱한다. 하지만 남의 호주머니에서 돈 꺼내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선망하는 곳에 취직을 했다. 외톨이다. 뭘 해야 할 지 감감하다. 선배가 이것저것 코치해 주면 감지덕지하다. 나도 어깨 넘어 배웠어 하고 나 몰라라 하기도 한다. 눈치코치 다 동원한다. 발바닥 부르트게 심부름꾼 노릇 한다.
뭔가 좀 할 만하면 잔소리가 쏟아진다. 이걸 일이라고 했느냐 한다. 매사 핀잔이다. 살맛 날리 없다. 에잇 이까짓 거 아니면 입에 풀칠 못할쏘냐는 자조와 푸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다. 실업자가 되느니 붙잡고 있어야 한다.

직장이 이래서는 안 되지만 현실은 이렇다. 부하를 이끌고 밀어 주는 정서가 아쉽다. 상사를 믿고 따르는 분위기가 미흡하다. 대부분 윗사람 탓이다. 올챙이적 어려움을 다 잊기 때문이다. 언제 내가 올챙이였었느냐 한다. 
계단을 올라가면 또 욕심이 생긴다. 저기까지 올라가야 하는데 언제 가지? 속도를 내야겠구나 한다. 동료에게 뒤지면 미끄러진다. 일이 삐꺽하면 추락한다는 생각만이 앞선다. 마음부터 바쁘다. 만만한 게 부하다.

좀 잘 해주어야 내가 잘 되는데 도통 그렇지가 않다. 역방향으로 간다. 실적 깎아먹는 에러만 범한다. 오히려 갈 길 막기만 한다. 이걸 그냥! 아이구 속 터져! 한다. 내가 하는 게 낫지 한다. 저런 인간을 데리고 일하다니 복도 지지리도 없다 한다.
드디어 큰 소리가 나간다. 입에 담아서는 안 될 말까지 내 뱉는다. 그런다고 일이 잘 되는 건 아니다. 성과가 오르는 건 아니다. 역효과만 난다. 이래저래 울화만 치민다. 왜 내겐 쓸모 있는 부하가 단 한 명도 없느냐고 한탄한다.
아랫사람에게도 꿈과 계산이 있다. 남들보다 한 발 앞서 승진하고 싶다. 인정받는 게 소원이다. 뜻대로 안된다. 종일 툴툴거리는 부장과 과장의 핀잔을 들어야 한다. 동료마저 가세하면 지옥이 따로 없다. 직장이 생지옥이다.

그렇다고 대들었다가는 끝이다. 내가 남보다 못 한 게 뭐 있느냐고 항변했다가는 괘씸죄에 걸린다. 속만 썩힌다. 여전한 괄시에 오장육부 다 썩어 나간다. 이 질곡을 어떻게 벗어나야 할 지 난감하다. 짜증과 불평을 입에 달고 산다. 
욕심꾸러기 무능상사와 천덕꾸러기 측은부하의 관계가 대충 이렇다. 술자리 빌어 씹어보아야 해결되지 않는다. 집사람에게 얘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믿을만하다고 여긴 사람과 상의해 봤자 내 치부만 노출시키고 만다. 
잘 나가는 직장은 어떨까? 윗사람에게는 인간력이 있다. 아랫사람에게도 인간력이 있다. 위나 아래나 업무력은 기본이다. 일 수행능력에 대한 평가는 이미 받은 사람들이다. 또한 일이라는 게 대부분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인간력은 사람마다 다르다.

▲ 金重謙 (김중겸 에스원 감사, 건양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석좌교수)

사람은 다 맨몸으로 세상에 발을 내 딛는다. 나이테가 많아지면서 점차 살아 갈 역량을 키운다. 생존력이다.  
생존력의 크기는 정(情)이 좌우한다. 정이란 무엇인가? 관심과 배려다. 사람으로 인정하고 사람으로 대접하는 실천적 행동이 관심의 집중과 정성어린 배려다. 이게 인간력이다. 인간력이 있어야 생존력이 확장된다.
인간력이 있는 사람은 더불어 함께 나누어 보태는 삶이 올바른 삶임을 안다. 자리가 위라 해서 품격이 높은 건 아니다. 자리가 아래라 해서 품격이 낮은 건 아니다. 자리에 걸 맞는 인간력이라는 품위가 있어야 품격이라는 향기가 난다. 이 인간 향기 나는 직장이 좋은 일터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90호(2007년 3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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