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진오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타고난 예술가적 기질과 의지,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한국미술계의 아방가르드와 추상미술의 선두주자로, 미술품 경매시장 최고가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김환기(1913∼1974)의 예술세계를 '색'으로 조망하는 전시 '김환기, 색채의 미학'전이 11월 24일부터 환기미술관에서 막을 올린다.

▲ 김환기, '달밤의 섬'. 캔버스에 유채, 95x146cm, 1959.(사진=환기미술관)

김환기는 자신만의 고유한 조형을 탐구하고 깊이 있는 서정의 울림을 위해 색으로 구현되는 효과를 부단히 연구했고, 이를 창작의 전 과정에서 다채롭고 과감하게 사용했다.

특히 '푸른색'은 그의 전 예술적 삶에 걸쳐 연구, 실험된 예술 표현의 결정체로서 한국의 산월과 항아리, 매화와 사슴 등 자연과 전통기물을 소재로 간결하지만 구체적인 형태로 작업하던 초기시절에서 1963년 이후 순수한 색점으로 표현하는 서정추상의 절정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인 중심 색채로 등장한다.

뉴욕시기(1963∼1974)의 김 화백은 대상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것을 하나의 점으로 응축해 그의 화제와 화력을 보여줌과 동시에 다양한 색면점화에 몰입하며 물감의 농담을 살린 독창적인 화면을 완성해낸다.

'김환기의 색채'라 불리는 '푸른빛'은 자신의 조형 세계를 구축함에 있어 일관되게 펼쳐나갔던 예술표현의 결정체로서, 다양하고 푸른색의 미묘한 변화를 통해 개성적인 표현과 명상적인 분위기를 완성했다.

▲ 김환기, 'Universe 05-IV-71 #200'. 코튼에 유채, 254 x 254cm, 1971.(사진=환기미술관)

순수추상의 깊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해주는 캔버스 화면 속의 '푸른빛'은 김환기가 우리나라 고유의 산천을 떠올리며 자연과 내밀한 교감을 이뤄나간 정서의 표현이자 전통의 미감과 동양의 철학을 내포한 민족의 노래라 할 수 있다.

본관 1층 중앙 홀에 펼쳐지는 '김환기, 푸른빛에 물들다'는 한국의 산월을 모티브로 달밤의 푸른빛을 화면의 주조 색으로 표현했던 1950년대의 작품에서부터 두터운 마티에르와 구상성이 사라지고 추상적 세계로 몰입해 나가던 과정의 1960년대 작품.

그리고 1970년 이후 다양한 색면과 색점으로 화면을 구성한 전면점화까지, 작가가 끊임없이 집중하고 사용했던 ‘푸른빛’의 다채로운 스펙트럼과 무한한 깊이를 교감하는 시간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또한 '색질감:색과 질감의 다양한 변주' 공간에는 김환기의 점화를 비파괴 조사로 XRF 성분분석기를 이용한 안료의 성분분석을 진행하고 적외선 촬영, 현미경 카메라 분석, 접사 렌즈 촬영 등을 통해 유의미한 연구 성과를 도출하는 과정이 선보인다.

본관 2층의 '빛깔로 발현되는 조형성' 섹션에는 작가가 치열한 예술혼을 불태우며 끊임없는 화면구성의 변주를 거듭하면서 고민했던 신문지·한지·코튼·종이 등의 재료의 속성과 색조의 질료적 특징, 색채의 강약, 농담의 미묘한 차이를 다양한 매재로 '색'을 구현했는지 집중 조명한다.

▲ 김환기, '에어 앤드 사운드(I) 2-X-73 #321'. 코튼에 유채, 264x208cm, 1973.(사진=환기미술관)

김환기는 순수한 추상의 세계를 화면에 담아내기 위해 재료와 안료의 속성을 계속해서 연구·도전했고, 이를 과감하게 사용해 ‘김환기의 빛깔’을 완성해나갔다.

본 섹션에서는 색 면과 색 띠를 이용한 구도, 타원이 중심을 향해 밀집되는 십자구도, 원의 모양이 세로로 쌓이거나 자연의 형상을 추상화시킨 불규칙한 점적요소, 하트모양의 형태를 보여주는 화면구성 등에서 품고 있는 ‘김환기의 빛깔의 향연’을 통해 ‘색으로 발현되는 조형의 확장성’에 주목해본다.

미술전문 매체 아트인포는 "김환기는 매일 반복되는 훈련을 인내심으로 견디고 날마다 조금씩 정진하는 수도자의 마음으로 자신의 작품 안에서 다양한 조형적 훈련과 실험에 매진했고 이를 자신만의 개성이 녹아든 '색질감'으로 발전시켰다"고 설명했다.

▲ 김환기, '7-VI-69 #65'.코튼에 유채, 178x127cm, 1969.(사진=환기미술관)

김환기 추상회화의 정점인 1970년대 대형점화가 이루어내는 '색으로 빚어낸 공간의 울림'은 본관 3층 전시실에서 점과 선, 면의 절제된 조형감각에서 품어내는 투명하고 은은한 ‘색의 깊이’를 통해 시공간을 초월한 명상의 울림을 선사한다.

이번 전시는 김환기의 색에 대한 미학적·철학적 질문과 성찰을 시작으로 실험과 시도로써 찾아가는 색채를 향한 그의 끊임없는 연구와 도전을 되짚는 자리이다. 전시는 2018년 4월 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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