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 보우하사’ 애국가는 힘차게

포항지진의 준엄한 질타
‘신의 은총’ 교만은 안돼
‘하느님이 보우하사’ 애국가는 힘차게
▲ 11월15일 오후 2시29분께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 지역에서 규모 5.5의 지진이 발생했다. <사진@KBS뉴스 갈무리>

항 지진이 한국인의 자부심을 많이 꺾어 내렸다. 이웃나라 일본이 해마다 겪는 지진 참극을 목격하면서 묘하게도 우리를 피해 가는 태풍과 지진은 ‘신의 은총’이라고 믿고 우리가 은근히 교만했기 때문일까. 그 재앙이 벌어진 다음날 실시 예정이던 수능시험을 1주일이나 연기할 수밖에 없었던 강진을 겪었으니 우리도 이젠 할 말을 잃었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김동길 칼럼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이톡뉴스)] 세계 도처에서 일년에 몇 차례씩 지진, 해일, 태풍, 홍수가 엄습했지만 한반도만은 큰 피해를 면하면서 살아온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애국가를 부를 때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라는 대목에 이르면 중국, 인도, 동남아, 아프리카, 남미 등지에 번번이 일어나는 천재지변을 연상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던 것이 이번 포항 지진으로 자존심의 손상을 입고 ‘우등생’에서 ‘열등생’으로 전락한 듯 부끄러움도 갖는다. ‘부당한 교만’이 타격을 입고 ‘근거 없는 교만’에 사로잡혔던 우를 반성한다.

지진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멕시코를 방문한 적이 있다. 칠레에 들렀다가 교포들이 이 나라에는 지진이 잦아 모든 건축물의 준공검사를 받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고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그런 말들이 우리나라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이야기로 들렸다.
내가 이 땅에서 90년을 살아오면서 소규모 지진은 경험했지만 이번 포항 지진과 같은 무서운 지진은 처음이다. 이제 우리도 각오를 단단히 하고 집도 짓고 길도 닦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다행히 포항 지진으로 한 사람도 목숨을 잃지 않았다. 앞으로도 계속 ‘하느님이 보우하사’라는 애국가를 힘차게 불러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시의적절’

시의적절(時宜適切)이라는 4자성어가 있다. 만사는 때를 맞추어야 제 구실을 하게 되고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말이다. 무슨 일도 순서를 합리적으로 잡지 못하면 큰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

대한민국의 운명이 대통령의 결단 하나로 순조로울 수 있고 파란만장할 수도 있다. 미국의 시사 전문가가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을 보고 ‘Pro North Korea, pro China’(親北親中)라고 잘라 말하는 걸 듣고 가슴이 섬짓했다.
대한민국이 친북으로 나갈 수 없고 친중으로 노선을 바꿀 수도 없다. 지금의 국제정세가 그럴 수 있는 선택의 자유를 용납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한번 때를 무시하고 헛발을 디디면 우리의 생존이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반대하여 미국과 일본과 한국의 합동 군사훈련이 무산 됐다는 보도를 보고 “지금이 이럴 때가 아닌데?”라고 고개를 갸우뚱한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만일 동북아에서 미국이 한국을 따돌리고 당장 중국과 손잡고 김정은의 횡포를 저지할 수 있을까. 때를 옳게 파악하는 것도 지도자의 책임이다. 문 대통령은 반대하는 국민 59%를 무시해서는 안 돼요.

‘조금 병든 사회’ 아닌가?

한 달에 한 번 모이는 링컨아카데미에 참석한 오정무 박사가 링컨이 남긴 이런 글 한편을 우리에게 소개하면서 우리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했다.
△근검절약을 권장하지 않는 것으로 번영을 이룩할 수는 없다. △강자를 약화시킴으로써 약자를 강하게 만들 수는 없다. △노임을 주는 자를 좌절시켜 노임을 받는 자를 도울 수는 없다. △계급간의 증오심을 조장함으로써 인간의 동포애를 육성할 수 없다. △부자를 때려눕힘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도울 수도 없다. △버는 것보다 더 많이 쓰면서 경제적 난관을 돌파할 수 없다. △사람의 창의성과 독립심을 앗아감으로써 그를 인격 있는 용감한 사람이 되게 할 수는 없다. △각자가 스스로 마땅히 할 수도 있고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을 대신 해주면서 그들을 영원히 도울 수는 없는 일이다.

파라에 유학 중인 최지연 학생이 이런 내용의 편지를 보내왔다.
“과거에 일어난 일을 현재에 와서 바로 잡는다는 것은 제가 볼 때는 조금 비윤리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과거를 통해서 현재를 바라보는 것은 건강한 생각이라고 여겨지는 반면에 과거에 일어난 일들을 그렇지 않았던 상태로 다시 되돌리려고 현재의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조금은 병든 사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저 과거에 일어난 그 일이 한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취미나 취향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현재가 과거를 고치려고 드는 것은 어찌 보면 오만한 행동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교수님께서 자주 인용하시는 E. H. Carr의 말처럼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그 편지의 일부를 여기에 옮겨 적었지만 새 시대의 지성들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의 잘못을 바로잡을 생각을 하지 않고 과거의 잘못만을 파헤치려 드는 것은 우리사회가 조금은 병든 사회이기 때문이라고 나도 생각한다.

▲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7월7일 오후(현지시간)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독일 함부르크 시내 미국총영사관에서 열린 한미일정상만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사법부만 살아 있어도 될 일이지만…

3권 분립은 민주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라 한다. 권력이 대통령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법을 끝까지 지켜야 할 사법부가 대통령만을 위해 존재한다고 국민이 판단하게 되면 그 나라의 민주주의는 깊은 물에 빠진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나라에서 사람들이 흔히 쓰는 흉측한 말 가운데 ‘유전무죄’(有錢無罪)라는 말로 “돈만 있으면 죄를 짓고도 무죄가 된다”는 뜻이다. ‘유전무죄’ 말 뒤에는 ‘무전유죄’(無錢有罪)라는 말이 따라 나오니 한국의 민주주의는 아직도 요원하다고 지적한다.

우리는 미국은 그런 나라가 아니라고 믿고 살아 왔다. 미국 유학 붐이 일기 시작한 1950년대의 한국 유학생 한 사람이 비행기에서 내려 하루를 묵게 된 어느 호텔에서 홑이불(Bed sheet) 한 장을 자기 가방에 넣어가지고 학교로 가서 등록을 하고 우수한 성적으로 학업을 마치고 어느 유명 회사에 취직을 하고 영주권을 신청했다.
그런데 이 우수한 한국인의 영주권 신청이 거절됐다. 까닭을 알아 봤더니 입국한 날 투숙 호텔에서 침상용 시트 한 장을 훔친 사실이 FBI에 기록으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나라의 대통령인 Donald Trump가 일전에 미국의 사법부를 비하하는 발언을 하며 써서는 안 될 영어단어 두 개를 사용했다.

트럼프는 미국 사법부가 Joke요 Laughing-stock이라 잘라 말했다. Joke는 농담이고 Laughing-stock은 웃음거리라는 뜻이다. 트럼프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은 하지만 미국 사법부도 이제 그런 꼴이 되었는가 생각하니 다소 허전한 느낌이다.

한반도의 DMZ와 세계평화

80세 장수를 누린 칸트(Kant)는 1795년 ‘세계의 항구적 평화가 어떻게 하면 가능한가’를 다룬 소책자로 ‘영원한 평화를 위하여’를 펴냈다.
그는 평화를 위해 상비군(常備軍)의 폐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느 나라나 상비군이 있다는 것은 전쟁을 하기 위한 준비라고 보고 군대를 없애야만 평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칸트가 말한 ‘영원한 평화’가 한반도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따질 사람도 있을 것이다.

▲ 김동길 박사

지금부터 4350년 전에 고조선을 창건한 단군의 건국이념이 홍익인간(弘益人間)이니 이를 현대적 의미로 요약하면 세계평화이다. 인류에게 가장 유익한 것이 평화이고 항구적인 평화이다.
한반도에는 64년 동안이나 비무장 지대로 보존된 남북 간의 2억7천만 평의 땅이 황무지로 남아 있다. 이 땅이 세계평화를 위해 역사의 하나님이 떼어 놓은 의미심장한 땅이 아닐까. 유엔이 불원간 장래에 미국 맨하탄에 있는 본부와 부속 건물들을 이곳 한반도의 DMZ로 반드시 옮겨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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