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기탱천’ 18년, 허공에 외치고 마나…

만간 그렇게 되리라는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마침내 우리가 함께 해온 이 활자로 된 「경제풍월」이 끝난다고 한다. 도저히 계속할 힘이 없어서 두 손을 들고 만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 동안 견뎌 온 일이 놀랍다. 

▲ 월간 경제풍월

[송정숙 편집위원(전 장관,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이톡뉴스)] 신문기자로 몇 십년을 지내고, 그 퇴직금으로 받은 씨알따꼽만 한 자본을 몽땅 바치고 그리고도 이런 저런 품을 팔아가며 등짐장수처럼 허위허위 견뎌 온 잡지가 이 「경제풍월」이다. 그런데  더는 못 버티게 된 것이다.

목소리 큰 보수논객의 18년 풍월

이 잡지는 적어도 막무가내 불법 같은 것을 저지르지는 못했다. 좌파 경제공동체처럼 사악하도록 시장경제의 내장에 또아리를 틀고 기생충 숙주 노릇을 하며 이권을 추구하는 기술 같은 것도  전혀 지니지 못했다. 
그러면서 오지랖 넓게도 나라가 망가져 가는 일이 너무 분하고 안타까워서 물색없이 목소리만 크게 지르는 한 보수 논객이 20년 가까이 노년의 인생을 깊게 멍들이며 지고 온 짐이 바로  월간잡지 「경제풍월」인 것이다. 
그러니 잡지인들 매끈하게 멋지게 눈속임하는 본새를 부리지도 못했다. 상품으로 세련되고 값나가는 투자는 더구나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이 기막히게 어처구니없는 시대에 분기탱천하여 허공에 외치는 소리들을 싣는 일에 목숨을 걸 듯 만들어 온 잡지인 것만은 사실이다. 
어딘가에 비새는 낡은 집 한 채가 남은 재산의 전부라는 이 목청만 컸지 실속은 없는 것이 특기인, 이 잡지의 발행인 배병휴 대표를 생각하면, 가슴이 쓰리다. 
기계로 글쓰기조차 익히지 못해서 손마디에 물집이 잡혀가며 달마다 수백 장씩 수작업 원고를 쓰던 이 고집스런 고전적 신문기자는, 망해가는 것처럼 걱정스런 나라를 붙들고 스무나무 햇수를 견뎌오고는 이제는 그나마 아무것도 할 수 없어진 자기 처지가 한탄스럽고 허망한 모양이다. 

탈북 북한병사 장속의 기생충

이 원고를 쓰고 있을 무렵, 판문점에서 작은 일이 하나 터졌다. 북한군 사병 하나가 탈북하기 위해 우리 쪽 진영을 향해 죽음의 탈출을 벌였는데 그러는 그 병사의 등에 대고 북한 측은 총을 갈겨댔다. 그 총격 때문에 북한 병사는 빈사상태로 쓰러져 우리 쪽에 구조되었다.  
이 탈북 병사를 살리기 위해 우리 의료진은 위급상황을 지탱하고 있는 중이다. 
이 사태에서 「기막힌 사연」을 하나 곁들여 알았다. 
탈북병사의 몸에서 탄알을 빼내고 지혈을 시켜 생명을 건지기 위해 애를 쓰는 집도의가 밝힌 내용이다. 
북한군 병사의 장(腸)속에는 기생충이 너무 많이 기생하고 있어서 그것을 제거하는 일이 이 수술의 가장 어려움이었다고  밝힌 점이다. 장속에 알까지 까놓고 온통 기생중인데 그것은 일일이 손으로 제거해야 하는 판이라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20년 집도 경력을 통해 이런 기막힌 일은 처음』이라는 집도의의 증언을 접하며 나는 전신에 소름이 돋아 말문이 막혔다. 위속에 남아 있는 것은 「옥수수」뿐인 이 가엾은 「인민군」이 등 뒤에 총알세례를 받아가며 군사분계선을 탈출하는 모험을 무릅쓴, 그 긴요한 목표가 무엇이었겠는가. 일차적으로 그것은 허기져 죽을 듯한 괴로움을 벗어나기 위한 것이었을 것이다. 이 젊은이는 북한 병사 중의 하나다.
무릇 군인이란 나라가 그 몸과 정신을 관리하는 대상이다.
이 병사의 몸이 보여준 현실은 모든 북한 병사의 현실 중 한 편린이다.
혹독한 일제하에서도 일본정부가 식민지 어린이들에게 구충제를 먹이는 일에 열을 올렸던 일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위생환경이 열악하면 자라는 어린이 청소년들에게서 기생충 박멸을 나라가 힘써 주어야 한다. 더구나 군인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필자들, 독자들과 함께 허전한 고별

명색이 나라라면서 제 겨레를 이렇게 만들어놓고 3대 세습 정권을 이룬 권력층들은 고급 샴페인에 식품을 수입하는 일로 외화를 물 쓰듯 하고 오직 핵을 만들어 남쪽을 위협하는 일로만 나라라는 것을 지탱하는, 이런 집단도 나라일 수 있는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런 집단을 옹호하는 일을 절대적인 명분으로 삼고 그들의 인권을 문제 삼는 유엔의 결의에 조차 동의하는 일에 왼고개를 트는  좌편향 정권이 지금 우리 앞에는 진을 치고 있다. 
이런 억장이 무너지는 일을 향해 소리라도 질러 고변해 보고 싶어서  전 생애를 바친 피처럼 진하고 소중한 전 능력을 쏟아 부은, 너무도 영악하지 못한 한 보수 논객의 무모한 20년이 이제 아예 문을 닫는다. 슬프고 안쓰럽다. 
우리들, 경제풍월을 둘러싸고 인연 맺었던 필자와 독자와 그리고 친구들인 우리 모두도 허전하고 가슴 아프기는 마찬가지다. 

▲ 宋貞淑(송정숙) 편집위원 (전 장관,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그렇기는 하지만 이제 손을 탈탈 털고 물러서는 것으로 더는 진동한동거리며 잡지 만들기에 힘들어 비명을 지르는 일을 멈춘 것은 오히려 다행스런 느낌도 든다. 이런 일 계속하다가 빚이며 약속 불이행의 채무에 가위 눌려 고생하는 모양을 보이지 않게 되는 일이거니 싶어서 차라리 나은 것 같다. 
 그래도 오랜 세월 동안 뜻 깊은 글, 진실한 음성, 속 깊은 꾸짖음 같은 것을 만날 수 있게 해주는 분들과 함께 월간 「경제풍월」이 우리에게 준 위로와 카타르시스와 낙관의 논지들은 우리에게 많은 기쁨과 즐거움을 주었다.  
그런 뜻에서는 여기 기울인 노고와 진력이 헛되지 않았다고 확신한다. 
그 확신을 안고 이 고별의 말을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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