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문화재단, DDP서 '바람을 그리다 : 신윤복·정선' 전 개최◆

[왕진오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불쏘시개감 이었으니 장작 값이나 놓고 가시오." 1930년대 거간 장형수가 친일파의 거두 송병준의 집에서 아궁이에 태워지기 전 발견한 초록색 비단으로 꾸민 책을 당시 금액 20원에 구입한다.

▲ 'DDP 디자인박물관에 전시된 혜원 신윤복의 '혜원전신첩'.(사진=왕진오 기자)

이후 서울로 올라온 장형수는 간송 전형필(1906∼1962)에게 1,500원에 팔았던 화첩이 바로 간송미술관에 수장된 '해악전신첩'이다.

1934년 가을 전형필이 일본 학자 세키노 다다시가 쓴 '조선의 건축과 예술' 흑백 도판에 실린 혜원 신윤복의 풍속화 두 점에 눈길이 정지한 듯 했다고 전해진다. 바로 국보 제135호 '혜원전신첩'이다.

당시 일본 최고의 골동품상이었던 야마나카에게 당시 금액으로 3만 원, 현재 가치로 90억 원에 달하는 거금을 들여 구입한 혜원 신윤복의 풍속화 30점이 담긴 화첩이 전형필의 소장품이 됐다.

▲ '바람을 그리다 : 신윤복·정선' 전에 출품된 정선의 '금강내산'.(사진=간송미술문화재단)

우여곡절을 겪은 조선의 풍경과 풍속을 담은 '혜원전신첩'과 '해악전신첩'이 한 자리에서 만나는 자리가 11월 24일부터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배움터 2층 디자인박물관에서 마련된다.

'바람을 그리다 : 신윤복·정선'이란 타이틀의 전시에는 조선의 풍류를 그려낸 두 거장, 혜원 신윤복과 겸재 정선의 대표작과 이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미디어 아트를 볼 수 있다.

신윤복과 정선은 각각 한양과 금강산을 소재로 하는 작품을 즐겨 그렸다. 한양의 내밀한 속내를 담아낸 화가는 신윤복을 뛰어넘을 사람이 없고, 금강산의 진면목을 제대로 화폭에 구현한 화가는 정선이 독보적이다.

▲ 'DDP 디자인박물관에 전시된 혜원 신윤복의 '혜원전신첩'.(사진=왕진오 기자)

간송미술재단에서는 이번 전시를 위해 조선 진경의 두 거장인 신윤복과 정선의 주요 작품들을 공개한다. 특히 국보 제135호 '혜원전신첩'원작 전체를 공개해 '단오풍정', '월하정인', '쌍검대무' 등 신윤복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한 번에 만날 수 있게 했다.

또한 보물지정이 예고된 '해악전신첩'은 정선이 금강산의 명승지들을 원숙한 솜씨로 사생한 최절정기의 작품으로 학술적, 예술적으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한편 진경산수화의 대가였던 정선의 발자취를 따라 내금강, 외금강, 해금강의 명승지를 소재로 그린 대표작 3점을 선정해 표현 기법은 물론, 그 안에 담긴 화가의 관점과 창작 원리까지 보여주고자 했다.

▲ '미디어아트로 재현된 한양 멋으로 즐기고, 사랑으로 풍요로워지다'.(사진=DDP)

장대한 금강산의 스케일을 기하학적으로 묘사해낸3D 모션 그래픽에서부터 불정대의 까마득한 폭포수를 아름답게 승화시킨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까지, 압도적인 스케일(가로21m, 높이 5m)의 디지털 콘텐츠에 실감나는 사운드 효과를 더해 금강산의 장엄한 풍광을 입체적으로 체험하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신윤복과 정선이 그려낸 한양과 금강산을 하나의 여정으로 묶어 마치 원테이크 뮤직비디오를 찍듯 그림 사이를 넘나드는 디지털 퍼포먼스를 연출하는 등, 다양한 미디어와 설치 작품들이 원작과 어우러져 전시의 가치와 흥미를 배가시킨다.

▲ 이이남, '단발령망금강'.(사진=간송미술문화재단)

미디어아트와 설치 미술의 결합으로 시각적 메시지를 즐기고 공유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코너도 마련되어 있다.

‘혜원전신첩’ 속 인물들의 다양하고 화려한 의상을 한국을 대표하는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 작가가 재현했고, 이이남 작가는 정선의 ‘금강내산’과 ‘단발령망금강’을 모티프로 제작한 개성 있고 시사적인 미디어아트 작품을 출품했다.

또한 정선의 ‘총석정’을 설치작품을 통해 재해석하고, 프로젝션 맵핑을 활용해 화가의 예술세계가 성숙해가는 과정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전시는 2018년 5월 2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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