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한민국 애국 모르시나요

▲ 영화 간디(Gandhi, 1982) 스틸컷.

EBS- TV에서 방영한 영국영화 ‘간디’는 러닝타임이 무려 187분이나 되는 ‘긴 영화’였지만 끝까지 ‘옷깃을 여미는 심정’으로 봤다. 그만큼 영화는 진중한 톤으로 간디가 살던 세상을 찬찬히 화면에 담아냈다. 영국인 감독 리처드 아텐버로우 경(卿)은 ‘탁월한 지도자’로서의 간디의 생애를 과장 없이 은은하면서도 경건하게 보여주었다.  

득표용 정치인들 한번 보시라

[박미정 칼럼(전국청년블로거연대 대표)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이톡뉴스)] 1923년생 감독이 감독으로선 ‘원숙기’에 접어든 60세 때 만든 이 영화는 1983년 아카데미영화상 작품상˙감독상˙남우주연상˙촬영상 등 8개 부문을 휩쓸었다. 상을 탈 만한 영화다. 
‘위대한 영혼’이라는 뜻의 ‘마하트마’라는 칭호를 시인 타고르로부터 헌정 받은 간디는 인도인들의 가슴속에 ‘영원한 지도자’로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30만 군중이 운집한 간디의 장례식으로 시작한 이 대서사시 같은 3시간짜리 영화를 보면서 진정한 지도자의 조건, 진정한 지도자의 길에 대해 새삼 생각해 봤다. 
이런 영화는 ‘표계산’이나 하면서도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우겨대는 정치인들이 보면 ‘교훈’이 될 좋은 영화 같다. 그렇게도 검소하고 청빈한 그래서 ‘반라(半裸)의 지도자’로 불리는 간디에게서 진정한 지도자의 삶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영국에서 변호사 자격을 딴 뒤 1893년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가던 청년 간디는 엄연히 1등 칸 표를 구입했지만 승무원으로부터 ‘검둥이’라는 모욕적 언사와 함께 3등 칸으로 옮겨가라는 ‘명령’을 받는다. 이를 거부하자 간디는 짐과 함께 열차 밖으로 내동댕이쳐진다. 그날이 간디에겐 수백년 영국의 식민치하에서 고생고생하며 살아온 조국의 동포들을 위해 자신이 해야만 할 일을 떠맡게 된 ‘운명의 날’이었다고 할 수 있다.

영국 관리들의 온갖 못된 ‘폭정’에 신음하던 농사꾼들이 다 갈라터진 손으로 간디의 손을 잡고 울며 하소연하는 장면에선 지금 살기 힘들어 난리라는 우리 대한민국 농촌과 농민들 그리고 가난한 영세민들이 오버랩 되었다. ‘반라(半裸)의 지도자’ 간디는 맨발에 ‘옷’이라고도 할 수 없는 천 쪼가리들을 대충 몸에 걸치고 대중 앞에서 ‘화려한 영국 옷’을 입지 말자고 호소한다. 간디는 평생을 그렇게 ‘반라’로 살아가며 지독한 ‘청빈’을 자신의 ‘가보’로 여기는 삶을 살았기에 국민들이 진정으로 존경했던 것 같다. 깡마른 몸에 형형한 눈빛, 국민들 몰래 호의호식한다는 ‘이상한 정치인’들과는 비교가 안 되는 그야말로 ‘성인(聖人)반열의 지도자’ 같다.   

생전에 제시했던 7대 사회악

간디는 ‘힘없는 국민’과 같은 수준에서 살아가는 것을 ‘철칙’으로 삼았기에 초기에는 아내로부터 ‘저항’을 받기도 했지만 결국 아내 역시 ‘여필종부(女必從夫)의 삶으로 힘겨운 내조의 길을 걷다가 남편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둔다. 비폭력˙무저항주의로 전 세계에 ‘지도자 간디’의 이미지를 확고히 심은 그는 손수 ‘물레질’노동을 하며 아랫사람들에게 모범을 보인다. 자신을 부축해주려는 아랫사람들에게도 “나는 혼자 걸을 수 있다. 너희들은 그 시간에 물레를 돌리라”는 말로 ‘노동의 신성함’을 강조한다.   

간디가 생전에 제시했던 ‘7개 사회악’은 이렇다. 

①원칙 없는 정치(Politics without Principle) ②노동 없는 부(Wealth without Work) ③양심 없는 쾌락(Pleasure without Conscience) ④인격 없는 교육(Knowledge without Character) ⑤도덕성 없는 상업(Commerce without Morality) ⑥인간성 없는 과학(Science without Humanity) ⑦희생 없는 종교(Worship without Sacrifice)

새로울 건 하나 없는 내용들이지만 찬찬히 읽어볼수록 가슴에 깊이 와 닿는 말들이다. 하나하나가 지금 우리 대한민국에 ‘결핍된 요소’라는 생각이 든다. 

이 7대 사회악은 비단 ‘간디의 시대’뿐 아니라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거의 모든 정치인, 종교인, 상인, 교육자, 과학자, 예술인 등등 모든 분야의 ‘기득권 세력’들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 가슴에 새기고 반성해야할 ‘덕목’이다.   
간디가 56세 때인 1925년 ‘청년 인도’라는 신문에 ‘사회를 병들게 하는 7가지 사회악’이라는 제목으로 기고했던 글로 지금은 뉴델리의 간디 추모공원에 이를 새겨놓은 기념비가 서 있다. 아무튼 영화에서는 이렇게 깡마른 반라의 간디가 3억5천(1948년 당시) 인도 국민의 지도자로서 겪는 고뇌를 충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간디 역을 맡은 인도계 영국배우 벤 킹슬리는 간디와 놀라울 정도로 꼭 닮아 보인다. 단순히 ‘분장 기술’에 의존한 것이 아니라 배우 자신이 ‘존경하는 간디’를 체화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영화가 나올 당시 인도 국민들도 ‘간디가 돌아왔다’고 열광했다고 한다. 실제 영화 중간 부분쯤에 ‘간디의 생전 모습’이 나오는데 누가 배우고 누가 간디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영화에는 한창 보기 좋았을 때인 30대 중반의 켄디스 버겐이 ‘라이프’잡지의 사진 기자로 등장해 ‘다정한 표정 연기’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유능 영국인정부 보다 무능 인도인정부

‘유능한 영국인 정부보다 무능한 인도인 정부’를 원한다는 슬로건 아래 철저한 비폭력 무저항주의로 결국 인도의 독립을 얻어냈지만 갈수록 태산이라고 당시 인도는 또 ‘종교분쟁’으로 편할 날이 없는 힘없고 가난한 신생 독립국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 와중에 힌두교 광신도 청년은 마치 ‘빈 라덴과 그 아이들’처럼 광적인 원리주의에 빠진 채, 오직 조국 인도를 위해 헌신적인 인생을 살아온 79세인 ‘깡마른 반라’의 老지도자에게 총을 겨누고 만다. 영화를 보고나니 대한민국에도 제발 저런 진정한 지도자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무릇 21세기형 지도자란 더 이상 누구의 ‘후광’을 업고 정치판에 낙하산타고 나타나는 ‘세습’스타일은 아니어야 한다. 그런 건 20세기의 유물이라고 본다.   

▲ 朴美靜 편집위원(박미정 스카이뷰커뮤니케이션즈 대표)

21세기 정치지도자는 자신의 힘으로 일가를 이루어야하고, ‘맑은 정신’으로 가진 것 없는 ‘빈손’이면서도 어디에 내놓아도 당당하고, 언제나 약자 편으로 겸손하면서 총명한 그런 ‘서민 형’ 지도자여야 한다. 거기에 간디처럼 진정으로 자신을 내던져 아무 것도 갖지 않은 ‘맨몸’으로 청빈하게 살아나가겠다는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 모름지기 21세기 대한민국의 지도자라면 간디처럼 청빈과 검약 그리고 총명함을 제일 덕목으로 갖춰야 할 것이다. 사상적으로 편향된 인사도 우리 대한민국엔 이제 맞지 않는다. 좌편향도 위험하고 우편향도 피곤하다. 물리적 나이는 젊지만 ‘대통령병’에 걸려 국민을 기만하려하는 ‘지능형 새 정치’ 주창자도 사양한다. 제발 ‘양심적이고 정직하면서 신선한 지도자’가 이 땅에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화 한편 보고나니 갑자기 애국지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만큼 간디의 ‘진정성’이 대한민국의 평범한 소시민에게도 ‘통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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