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와일러 감독, 1968년 미국작품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오마르 샤리프 월터 피전

훠니 걸(Funny Girl, 1968)
윌리엄 와일러 감독, 1968년 미국작품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오마르 샤리프 월터 피전

들을 웃기고, 늘 웃음을 만들어내는 코미디언은 슬픈 일을 당했을 때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난 우울한 얼굴로 대기석에 앉아 있던 한 코미디언이 차례가 되자 씻은 듯 밝은 얼굴로 무대에 나가, 엎질러지듯 고꾸라지는 연기로 폭소를 자아내던 일을 기억한다. 당시 그는 사업상 부도를 내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개인적 슬픔은 코미디언에겐 사치인 것일까? 

▲ 데뷰 (가운데)▲ 성공의 발판이 되는 신부의 노래 (오른쪽)▲특별한 사람은…

[박윤행 칼럼 @이코노미톡뉴스(이톡뉴스)] 코미디언은 슬픔을 감추고 안 그런 척 태연히 연기해야하는 숙명이 주어져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20세기 초 3~40년대까지 보드빌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코미디언, 패니 브라이스는 가정적 슬픔을 딛고 성공한 스타로 이 영화는 그녀의 자전적 얘기를 다룬 뮤지컬이다.
뉴욕 브로드웨이 지그펠트극장. Fanny Brice의 이름이 간판 맨 위에 있다. 재규어 모피로 몸을 감싼 한 여인이 걸어 들어간다. 최고급 모피는 그녀가 엄청나게 부유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잠시 의자에 기댄 패니는 회상에 들어간다.
동네아줌마들은 패니가 예쁘지 않아서 연예인이 되기는 글렀다지만, 패니는 연습장에서 쫓겨 나고도“나는 재주 덩어리야. 아직 사람들이 나를 몰라봐서 그래. 난 언젠가 최고의 스타가 될 거야”하고 다시 무대에 올라가 노래한다.
그녀를 지켜본 조감독이 다음날 롤러스케이트 쇼에 나오도록 주선해주자, 패니는 넘어지고, 남들을 자빠뜨리고, 쇼를 엉망으로 만들면서도 관객들을 웃긴 덕에 단원이 된다.
닉 안스틴이란 멋쟁이 남자가 패니를 찾아와 패니는 첫눈에 그에게 반하지만 저녁 초대를 거절한다.
6개월이 지난 후 보드    빌 쇼의 대부 지그펠트의 부름을 받아 오디션에서 합격한 패니는 신부의 노래를 안 하겠다고 지그펠트에게 감히 제안하지만, 결국 승복한다. 
막이 오르고 아름다운 여인들이 앞 다퉈 무대를 화려하게 수놓고 이제 패니의 차례, 뜻밖에도 그녀는 임신한 신부로 등장하여 지그펠트는 분노하지만, 관객들의 폭소와 갈채로 쇼가 성공하자 지그펠트도 양해한다.
닉이 찾아와 “거봐요. 내가 성공할거라고 하지 않았소?”하며 동네사람들이 축하하기 위해 모인 회식에 참가한다. 
자신이 도박사임을 밝힌 닉은 특별히 사귀는 사람이 없느냐고 묻고, 패니는 바빠서 그런 사람을 못 만들었다며 “사람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사람, 연인들은 가장 운 좋은 사람”하는 노래 People을 부른다. “당신을 좀 더 알았으면 좋을 텐데” 하는 말과 키스를 남기고 닉은 기약 없이 가버린다.
“사랑하는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사람” 허전한 마음으로 부르는 패니의 노래가 절창이다.
꼭 일년 뒤 볼티모어 역에서 마주친 닉은 저녁식사에 그녀를 초대하고 안가겠다던 패니는 결국 그를 찾아간다.
방에 장의자를 발견한 패니는 “오늘 진도 나갈 계획이었군요. 식사 전이에요. 식후에요?” “당신은 여자. 나는 남자. 당신은 내가 연모해온 여인이요” 노련한 닉의 리드로 결국 진도가 나가고, 패니는 닉에게 푹 빠져 행복한 며칠을 보낸 어느 날, 닉은 유럽으로 가는 배에서 도박을 하기 위해 뉴욕으로 가겠다며 작별을 고한다.
실의에 빠져 다음 공연지로 떠나는 기차를 기다리던 역에서 닉이 보내온 노란 장미와 ‘당신을 사랑하오’란 명함을 받은 패니는 공연을 포기하고 닉을 찾아가겠다고 결심, 말리는 사람들을 뿌리치고 기차로, 택시로, 연락선으로 갈아 타고 닉을 쫓아간다.

▲ 식사전인가요? 후인가요. (가운데)▲결혼해주겠소? (오른쪽)▲당신은 아름답소

배에서 패니를 만난 닉은 “어떻게 이런 당신을 두고 떠날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소” 진심으로 기뻐한다.
패니는 “나는 당신 것이니까 상관없지만, 우리 동네에서는 두 남녀가 서로 사랑하게 되면 남자가 청혼을 해요” 
“우리 동네에서도 그렇소” “그럼 한번 해봐요. 그래야 거절하던가 생각해보겠다고 할 거 아니에요?”
닉이 내건 조건대로 도박판에서 큰돈을 벌자 패니는 그와 결혼하고 남편에, 멋진 주택에, 아기까지 정말 행복한 주부의 삶을 살게 됐다.
닉은 유전에 투자했다가 큰돈을 잃고, 도박판에서도 계속돈을 잃으며 패니의 개막공연에도 못가는 일이 벌어진다.
사방에 도박 빚을 지게 된 닉을 돕기 위해, 패니는 닉의 친구에게 부탁해서 도박장을 하나 더 내고 운영을 맡기자고 했으나, 패니가 투자한 것을 알게 된 닉은 자존심이 상해 거절하고, 홧김에 합류하게 된 사기 사건으로 유죄가 선고된다.
감옥에 가게 된 닉은 “우리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아. 그러니 이혼해줘”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당신이 돌아와서도 같은 생각이라면 당신을 보내줄게요” “그래요. 안녕. 재미있는 아가씨”
“저 말 들었어? 나보고 재미있는 여자래. 그래. 난 남을 웃기지. 난 하나도 재미없지만..” 눈물을 흘린다. 
긴 회상에서 돌아와 분장을 하며 거울을 보니 18개월 만에 석방된 닉이 뒤에 서있다. “당신은 나로 하여금 오랫동안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해 줬어요” “당신은 아름다워. 잘 있어 패니” 닉은 패니의 어깨를 한번 짚고 나간다. 나가는 닉을 보지 않으려 패니는 눈을 감고, 화면은 그의 뒷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잘 가요 닉”
검은 호리존트에 조명 스트립이 빛나고, 검은 의상을 입은 패니 노래한다. “나의 남자여 내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는지 모를 거야. 언젠가 돌아온다면 지금 떠난들 어때? 
그가 어떤 사람이건 나는 영원히 그의 여자야”

▲ 내 남자여

두 팔을 들어 올렸다 휙 내리며 노래가 끝날 때 조명이 탁 꺼지며 블랙 아웃된다. 

▲ 박윤행 전KBS PD, 파리특파원, 경주대 사진영상학과 교수 역임

패니 브라이스의 자전적 스토리지만 실제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성장이야기와 매우 흡사하다. 음반을 통해 인기가수가 된 바브라는 26세에 처음 이영화로 데뷔하여 탁월한 연기와 노래, 춤을 보여주며,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지금은 미국 최고의 디바가 되었다. 
재치있는 대사가 마치 탁구공처럼 오가고, 한없는 그리움으로 가득 채운 두 사람의 이별장면은 가슴 시리다.
‘나의 남자’를 부르는 마지막 장면은 영화사상 가장 아름다운 엔딩 씬의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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