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조는 선비의 것․지도자의 것

‘큰선비’ 조지훈의 지조론
돌의 미학
지조는 선비의 것․지도자의 것

록파 시인 조지훈(1920~1968)의 시와 수필을 엮은 ‘돌의 미학’이 나남출판 신서로 나왔다. (2017.12, 2쇄) 이 책을 우리옛돌문화재단(이사장 천신일)이 ‘큰선비 조지훈의 지조와 기개’라면서 지인들에게 새해맞이 축복물로 우송해 왔다.

‘돌에도 피가 돈다’ ‘맹렬의욕, 사나운 의지’
▲ '돌의 미학' 북커버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이톡뉴스)] ‘돌의 미학’은 조지훈이 1963년 12월 사상계에 발표한 수필이니 54년 전의 글이다. 조지훈은 오대산 월정사의 불교전문강원에서 교편을 잡고 있을 때 “돌의 진미를 맛보았다”고 주장한다.

‘돌에도 피가 돈다’, 경주 토함산 석굴암에서 이를 봤다고도 말한다. 우람한 석상의 위용은 살아 있는 법열(法悅)의 모습이다. 인공이 아니다. 숨결과 핏줄이 통하는 신라의 이상적 인간의 전형이다.

‘돌에도 맹렬한 의욕, 사나운 의지가 있다’, 피난 때 대구에서 봤다. 왕모래 사토길 언덕에 큰 바위가 있고 그 옆에 비쩍 마른 소나무가 있고 다시 그 옆에 판잣집 하나가 있다. 그곳 바위의 내력을 알아보면 처음 놓여진 그 자리 그대로 앉아 ‘풍우상설’(風雨霜雪)에 낡아가는 그 자세는 ‘불모(不毛)의 미(美)’ 아니냐.

지조는 선비의 것, 지도자의 것

조지훈의 지조론(志操論)은 1960년 2월 새벽 2월호에 발표됐다. 지조란 순일(純一)한 정신을 지키기 위한 불타는 신념이고 눈물겨운 정성이다. 지조를 지키기란 쉽지 않다. 지조는 ‘선비의 것’, ‘교양인의 것’, ‘지도자의 것’이다. 장사꾼이나 창녀에게서 지조를 찾지 말라.

변절이란 절개를 바꾸는 것이지만 거기에도 구실이 있다. “나만 (백이숙제처럼) 깨끗이 굶어 죽으면 민족은 어쩌느냐”, “범의 소굴에 들어가야 범을 잡을 것 아니냐”, “바깥에서 아무 일도 안 되니 들어가 싸운다” 등등. 가장 하치(下値)가 “에라 권력에 붙어 이권이나 얻고 가족이나 고생시키지 말아야 겠다”는 것이다.

조지훈은 어떤 선비도 변절하여 권력에 영합했다가 더러운 물 뒤집어쓰지 않고 깨끗이 물러나온 예를 역사에서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네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僧舞)

한 자리에 옴짝 않으면 이끼 앉는다던데
차라리 흰구름조차 훌훌 벗어 버리고
푸른 하늘로 치솟는 나신(裸身)의 의지
사람들아 옷깃을 여미고 배우자 바위
영원한 부동의 자세, 항상 청순한 그 호흡을 (바위頌)

닫힌 사립에 꽃잎이 떨리노니
구름에 싸인 집이 물소리도 스미노라
단비 맞고 난초 잎은 새삼 치운데
볕바른 미닫이를 꿀벌이 스쳐간다
바위는 제자리에 옴짝 않노니
푸른 이끼 입음이 자랑스러라 (山房)

크고도 섬세한 손
▲ 조지훈.

시인 박목월은 지훈의 처음과 마지막을 회상하며 언제나 치렁치렁한 장발, 흰 두루마기를 이야기 하고, 석굴암에서 함께 박은 사진을 추억한다. 또 지훈의 손은 ‘크고도 섬세한 손’, ‘뜨겁지도 싸늘하지도 않는 손’이라고 했다. “지훈이 웃는 얼굴로 우리를 보내 주었다”면서 생전의 주석(酒席)에서 “인간은 늙은 도중이 가장 추잡한 거야”라고 마지막 말을 남겼노라고 기록했다.

박노준 한양대 명예교수는 논객으로 지훈의 면모는 매천(梅泉)과 만해(萬海)라고 회고했고, 오탁번 고대 명예교수는 조지훈의 고대 교수시절 민족대학 고대의 이념인 자유, 정의, 진리가 그의 생의 지표였다고 말했다.

한편 나남출판(대표 조상호)은 1996년 조지훈 전집 9권을 간행하고 2000년에는 ‘지훈상’을 제정, 올해로 16년째를 기록했다. 조상호 대표는 지훈상 16주년 기념물로 ‘돌의 미학’을 제작했다고 소개했다. 4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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