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진오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아름다운 우리 것이 현대에 들어와서는 많은 것들이 오래됐다고 소홀히 여겨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된 것 같아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크게 다가오더라고요."

▲ 29일 청담동 박여숙 화랑에 전시된 은입사 작품과 함께한 박여숙 대표와 이경노 장인.(사진=왕진오 기자)

조선의 미감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현대화 시키는 일에 팔을 걷어붙인 박여숙 대표의 속내다.

그가 2015년 밀라노 트리엔날레 디자인뮤지엄에서 열린 '한국공예의 법고창신 2015' 예술 감독을 맡은 이후 한국적 미감을 살리는 일이 정말 시급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전통 장인의 기술에 박여숙 대표의 아이디어를 접목한 독특한 우리 것이 세상에 얼굴을 내밀었다.

2년여 준비 과정을 거치고 2월 1일부터 서울 청담동 박여숙화랑에서 공개하는 전시 '첫 번째 박여숙 간섭전: 이경노 은입사'전은 고려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공예기법인 은입사 양식을 현대화한 전시이다.

은입사장 이경노(62)의 기술과 박여숙의 아이디어 및 안목이 결합되어 다양한 디자인의 은입사 작품이 우리의 눈을 호강시키게 됐다.

▲ '첫 번째 박여숙 간섭전: 이경노 은입사'전에 선보인 화로.(사진=왕진오 기자)

전시에는 주로 선비들의 사랑방에서 볼 수 있는 담배합이나 화로, 경대 등에 사용된 은입사 기법을 현대적인 용도에 맞게 재해석 했으며, 백동을 찬합, 연적, 합 등의 형태로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전통 은입사는 제조 과정이 까다롭고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고 제작기간이 길다. 때문에 대중적으로 접근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옻칠을 가미했다.

▲ '첫 번째 박여숙 간섭전: 이경노 은입사'전에 선보인 백동 합'.(사진=왕진오 기자)

전시를 꾸린 박여숙 대표는 "199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한국미술의 아름다움을 조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전통 장인의 기술에 현대적 아이디어를 가미해 디렉팅 한다는 개념으로 간섭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전시다"라며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단절되지 않게 잘 전달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전통 기술을 전승한 장인과 작가들의 작품을 현대적 미감과 접목시켜, 조선의 미감을 현대적으로 구현한 작업은 이경노 장인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2017년에는 일본에서 진행된 '국제 호쿠리쿠 공예정상회담: 세계의 공예 100'전에 한국의 대표작가로 초대되기도 했다.

▲ 서울 청담동 박여숙 화랑에 전시된 작품을 설명하는 이경노 장인.(사진=왕진오 기자)

이경노 장인은 왜곡되지 않은 우리의 고유한 전통기술을 보유했을 뿐 아니라, 금속으로 기물을 직접 만들고, 은입사 작업까지 모두 할 수 있는 유일한 장인이다.

특히 국가에서 공인한 문화재 수리기능자이며, 조선의 미감을 순수하게 지키고 있는 기능인이다. 오류동의 조그마한 작업실에서 힘들게 작업하는 작가가 여유 있는 공간에서 마음 놓고 작업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박여숙이 간섭전을 열게 된 또 다른 이유이다. 전시는 3월 1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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