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의지는 남북정상회담 내용에 따라

▲ <사진갈무리@채널에이 방송화면>

[박휘락 교수(국민대 정치대학원) @이코노미톡뉴스] 대한민국의 특사단은 북한의 비핵화 용의와 4월 말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비롯한 남북한 합의 결과를 발표했다. 비핵화의 단초로 볼 수도 있지만, 만전지계(萬全之計) 차원에서 함정이 있는지 살펴야 할 필요성도 크다. 이번에 비핵화에 성공하지 못하면 한국은 북핵 위협에 굴종해야 하는 처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핵화, 새로운 합의는 없었다

우선, 이번 합의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북한은 2005년 6월 방북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게도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이라면서 핵무기를 가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 후 6자회담 국가들과의 ‘9·19 공동성명’에서는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계획을 포기”한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핵 개발을 계속한 북한은 2006년 10월 핵실험을 했고, 총 6차례의 핵실험을 해 수소폭탄까지 개발했다. 미국의 북핵 연구단체인 ‘38노스’는 북한이 지금도 영변 핵발전소에서 핵무기 제조용 플루토늄을 추출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핵무기를 더욱 고도화하기 위한 시간 벌기 책략으로 의심되는 이유다.

합의 사항에는 북한이 과거 입장을 바꿨거나 행동의 의무를 부담해야 할 내용은 없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안전 보장’이라는 비핵화의 전제조건도 똑같고, 미국과의 대화 용의도 원론적 언급의 반복이다.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의 유예도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이라는 전제가 붙어 있다. 수소폭탄까지 개발함에 따라 추가 핵실험의 필요성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핵 공격을 걱정하지 말라면서 한국을 비핵화 논의에서 배제하려는 의도다.

이제 우리는 근원적 문제를 자문해 봐야 한다. 핵을 보유한 북한과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특사단의 합의에 만족하지 말고 더욱 분명한 비핵화를 고집해야 한다. 북한이 유엔 경제 제재와 미국의 군사적 압박을 덜고자 남북대화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둘을 더욱 강화해 북한이 ‘진정한 비핵화’를 실천하게 해야 한다. 다시 긴장 관계로 가더라도 진정한 비핵화를 구현해야 대대적 경제 지원으로 북한을 회생시킬 수 있게 될 것이다.

비핵화 의지는 남북정상회담 내용에 따라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검증하는 첫 번째 리트머스 시험지는 4월 말에 있을 남북 정상회담이다. 여기에서 북한이 비핵화의 방향이나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한국이나 미국에 경제 지원 등의 반대급부를 요구한다면 이번 특사단의 합의는 큰 성과로 평가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북한이 불리해지면 대화하고 궁지를 모면하면 공격하는 ‘담담타타 (談談打打)’ 전술을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7일 문재인 대통령이 5당 대표 초청 오찬에서 언명한 것처럼 북한의 비핵화가 실천되지 않는다면 한국은 유엔의 경제 제재는 물론 5·24 등 독자 제재도 완화하지 않아야 하고, 한·미 연합훈련도 정상화하며, 군사 옵션에 대한 한·미 협의도 지속해야 할 것이다.

당연히 한국은 북한이 비핵화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차선책 즉 ‘배트나’(BATNA·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를 적극 개발해야 한다. 가능한 군사적 옵션 토의, 북핵 대응 한·미 연합훈련 강화, 미국 전술핵무기의 전진 배치, 북핵 위협 대응을 위한 한·일 안보협력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대안을 논의하고, 그 결과로 실질적인 BATNA를 준비해야 한다. 잘못된 타결(Poor Deal)보다 결렬(No Deal)을 선택한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북한에 비핵화 실천만이 살길임을 각인시킬 때 평화적인 핵 폐기는 가능해질 것이다. 

▲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국제정치학 박휘락 교수
필자 박희락(朴輝洛) 교수는 현재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부교수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장, 21세기 군사연구소 부소장한국군사학회 상임이사, 합동참모본부와 육군 정책자문위원으로 역임하고 있다.
대구상업고등학교 졸업, 육군사관학교 국제관계 학사(34기)를 졸업하고 육군 대령으로서 연세대학교 대학원 국제정치 석사, 미국국방대학교 대학원 국방안보 석사,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국제정치 박사를 마쳤다.
최근 주요 저서로 '북핵위협시대 국방의 조건(2014)', '북핵 위협과 안보(2016년)'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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