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휘락 교수(국민대 정치대학원)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e톡뉴스)] 지난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후 발표된 ‘판문점 선언문’에 관한 비판도 점점 드러나고 있다. 정상회담의 화기애애한 분위기와 달리 선언문에선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한다는 내용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의 목표 확인 뿐
▲ 문재인 대통령이 27일(금), 남북정상회담을 가진 후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갈무리@영구 BBC 방송화면 갈무리>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는 데 그친 이번 선언문은 1991년 비핵화 공동선언은 물론이고,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계획을 포기’하기로 한 2005년 ‘9·19 공동성명’보다도 더 모호하다. 오히려 ‘한반도 비핵화’ 또는 이를 위한 ‘각기의 책임과 역할’이라는 말로 한국이 미국의 핵우산을 제거해야 하는 것으로도 읽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말 통이 크다면 ‘핵무기를 폐기하겠다’고 약속했을 것이다. 모호한 용어를 사용한 것은 핵무기를 폐기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은 일주일 전 노동당 전원회의를 열어 핵무력 완성을 바탕으로 경제발전에 진력하겠다는 정책을 결정한 바 있다. 그렇다면 회담 전 북핵 폐기 여부와 일정 문제를 두고 밀고 당기면서 불협화음을 내더라도, 만찬을 생략하더라도 북핵 폐기에 관한 구체적 내용을 합의했어야 했다. 핵 폐기는 우리들의 ‘소망적 사고’일 가능성이 크고, 북한은 핵보유국으로서 자신의 주도로 전 한반도 통일을 달성할 것이라는 우려가 더욱 강해진다. 

평화협정은 유엔군사령부 해체와 미군 철수의 요구?

더욱 심각한 문제는 ‘올해에’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북한과 평화협정을 체결한다는 말이 된다.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전쟁 상태가 끝나니 유엔군사령부는 해체돼야 하고, 미군의 역할도 줄어들게 되니 사회 일각에서는 미군 철수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핵무기와 100만이 넘는 군인을 공세적으로 배치한 북한으로부터 어떻게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인가? 

영국의 아서 네빌 체임벌린 전 총리는 뮌헨 평화협정을 체결한 후 1년 뒤부터 폴란드와 프랑스에 대한 독일의 무자비한 공격을 지켜봐야 했고, 남베트남은 파리 평화협정 2년 뒤 북베트남에 정복당해 수많은 국민이 처형됐다. 평화협정이 오히려 전쟁의 전주곡이 된 셈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66조에 따라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지고 있는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 책무를 어떻게 수행하겠다는 것인가? 국제정치학자 한스 J 모건소는 명저 ‘국제관계론’에서 ‘핵무기에 의한 보복 수단이 없는 상태에서 (핵공격을) 위협받는 국가는 초토화되거나 1945년 일본이 했던 것처럼 무조건 항복하는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북핵을 머리에 이고 있는 상태에서 우리를 지킬 방도는 없다.

핵무기 폐기는 미·북 정상회담에서 타결될 것으로 변명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북한과 함께 미국을 설득할 게 아니라, 미국과 함께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 북핵이 폐기되지 않을 경우 미국은 한국만 포기하면 되지만, 한국은 북한의 주체사상에 의한 통일을 수용해야 할 수도 있다. 또한, 정부는 북핵 폐기가 실패할 수 있는 상황도 가정하고, 그 경우에도 국민을 보호할 수 있도록 ‘킬 체인’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대규모 응징보복태세(KMPR)’의 3축 체계를 시급하게 확충해야 할 것이다. 북핵 폐기 때까지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 논의를 중단함으로써 한미연합사의 역할을 강화하고, 한·미 동맹의 견고성을 배가할 필요도 있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대비하라’는 경구가 지금보다 절실한 시기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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