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 할수록 부작용
기존 주택 숨통 트게 제안한다

[부동산 교실(45)]
부동산 가격의 특이성
통제 할수록 부작용
기존 주택 숨통 트게 제안한다

[박병호 칼럼 유은감정평가사무소장·부동산 휴테크 저자 @경제풍월] ‘모든 물품의 가격은 하나다’ 그러나 일반상품과 달리 부동산은 수요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그 특유의 ‘공급 비탄력적 성격’으로 인해 시장참여자의 서로 다른 생각과 정부의 인위적인 조작의 유혹을 불러와 여러 개의 가격이 탄생하게 된다.       

이렇게 한날한시에 서로 다른 가격이 등장하니 사회적 필요에 의해 ‘감정평가사’라는 직업도 만들어졌다. “서로가 생각하는 가격이 모두 다르니 평가전문가로 인정받은 제3자가 내린 가격을 모두가 순응하기로 하자” 라고 해서 억지로 가격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전문가도 시장이 아니고 사람인 이상 시장과 동일한 가격을 내릴 수는 없다. 그래서 하나의 가격이 필요하게 된 이유를 따져서 그 목적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가격 다원론’이 평가시장을 지배했었다.

통제 대상 아닌 부동산 가격

정부가 세금을 걷기 위한 ‘조세목적’의 가격이 필요하다면 적당한 세금이 산정될 수 있는 가격으로, 사인의 토지를 공공의 목적에 편입시키기 위해 매수하거나 수용하기 위한 ‘보상목적’의 가격이 필요하다면 공익과 사익의 비교형량을 통해 사익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으면서 공공사업에 도움이 되는 가격으로, 채권자가 채무자의 재산으로 채권을 보전하기 위한 ‘경매목적’을 위한 가격이라면 채무자의 재산이 부당한 가격으로 강탈당하지 않으면서 채권자의 채권확보를 용이하게 할 수 있는 가격으로 산정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1989년 지가공시법이 탄생하면서 사적평가를 담당하던 ‘감정사’와 공적평가를 담당하던 ‘평가사’로 나뉘어져 있던 두 개의 전문가도 ‘감정평가사’라는 한 개의 전문가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가격다원론도 어떤 목적일 지라도 오직 한 개만이 존재한다는 가격일원론으로 바뀌고 그 이름은 ‘공시지가 기준가격’이 되었다. 매년 한 번씩 감정평가사를 동원하여 평가한 표준지공시지가가 모든 가격의 기준이 된 것이다. 

이렇게 목적에 따른 차이가 없어지고 평가 목적과는 동떨어진 가격이 등장하면서 시중 거래가격을 적극적으로 참작하는 평가와 거래가격과 크게 차이가 나는 공시지가라 할지라도 그것에 충실한 평가로 나뉘게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하나가 될 수 없는 부동산 가격이 평가시장의 혼란까지 겹치면서 왜곡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던 차에 참여정부 들어와 부동산 가격폭등이 지속되면서 거품을 빼기 위한 정책이 등장하면서 가격이라는 것은 쉽게 통제가능하고 통제해도 괜찮은 아주 하찮은 것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가격통제의 부작용

정부가 가격통제에 나서게 된 이유는 부동산에 거품이 끼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거품이라는 것이 정부의 가격통제에 의해 빼려고 한다면 절대로 그렇게 적당히 자연스럽게 빠져주지 않는다는데 있다. 
부동산이 시장에서 스스로 하나의 가격을 창출해 내는 완전경쟁시장하의 물건이 아니라 할지라도 가격 오름 현상에 대한 경제적 원인은 시장에서 찾아야 한다. 수요량과 공급량의 문제에 있든지 아니면 미래 기대가치가 수요공급에 영향을 미치든지, 정부의 거래통제에서 발생하든지, 조세문제 때문에 거래비용이 너무 많아 자유롭게 팔고 사고 할 수 없어 생기는 문제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공급물량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때 가격이 오른다고 생각한다면 3년 이상 오래 걸려 공급될 신규공급물량보다 기존의 공급물량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팔기에 까다로운 제도들을 만들어 내서는 안 되는 데도 오히려 정부는 가격잡기에 눈이 멀어 거래 중단을 야기하는 정책을 남발해 왔다. 이것이 바로 가격을 통제의 목적인 가격거품 빼기는커녕 오히려 단기 공급량을 줄여 단기간 가격 폭등을 야기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몇 번의 정책이 반대의 효과를 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핵심을 비켜간 다른 정책들이 연달아 나오니 계속 다른 쪽에서 연달아 문제가 생겨난 것이다. ‘신도시개발’정책은 신도시 주변의 가격을 오르게 하고 ‘DTI 6억’정책은 강북을 중심으로 한 6억 미만 아파트 값을 6억을 향해 뛰게 했으며 최근에 등장한 ‘DTI 3억’정책은 수도권의 오지인 동두천, 시흥, 남양주에 이르기까지 3억 미만 아파트 값을 3억 원을 향해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급확대로 가격을 잡겠다는 일념으로 발표한 강남권의 분당급 신도시개발계획 공표는 지금 이 순간도 오포, 모현, 곤지암, 포곡, 산북에 이르는 땅과 아파트와 심지어는 다세대주택까지 황금투자의 삼각주로 만들고 있다. 이와 같은 부작용은 못 보고 강남의 재건축이 내리고 있다는 기쁨에 젖은 정부는 정치적 이유를 보태 시장 개입을 더 강화하려고 한다. 

규모를 줄이거나 함량미달 공급

보통 가격통제는 가격상한제로 등장하는데 집값이 너무 높아 보이는 가난한 서민의 삶을 안정시키는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아파트 분양가나 전세 가격에 대한 최고 가격을 설정하는 가격 상한제(Price Ceiling)를 실시하게 된다. 이 상한가격은 규제가 없을 때 높게 형성되는 가격을 낮추어 서민들의 가계 부담을 덜고 국민의 주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함이다. 그러나 가격상한제와 같은 인위적 가격 통제는 궁극적으로 반대의 효과를 가져 올 가능성이 높다.

상한제 덕분에 당장은 서민들이 저렴한 가격이나 임대료를 지불하고 주생활을 안정시킬 수 있으나 주택 건설업자나 임대업자는 규제받는 물량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균형가격보다 저렴하게 공급해야 하는 강제성으로 인해 그 규모를 줄이게 되거나 함량 미달의 부실 주택을 공급하게 된다. 최고 가격제(Maximum Price)를 시행하는 곳에서는 재건축, 하자보수 등의 사후 관리가 허술해지고 주택공급물량도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경제 정의의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부족한 공급물량으로 인한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선착순(First-come)이나 추첨에 의해 분배가 이루어지고 줄서기 위한 아르바이트가 성행하거나 추첨의 공정성이 상실될 수도 있다. 
또한 부족한 물량을 무기로 공급업자의 고압적인 자세가 서민들에게 불만요인을 키울 수 있다. 
결국 인기지역의 부족한 물량으로 인해 가격 상승 압력을 사라지게 할 수도 없으면서 암시장(Black Market)의 출현이나 공급자의 힘만 키우게 되는 것이다. 

양도소득세와 다비효과(Darby Effect)

가격상한제는 가격 구조를 왜곡시키기 때문에 현대의 국가에서는 특별한 목적이 아니면 사용하지 않는다. 정부가 처음에 양도소득세로 가격잡기를 들고 나온 것도 가능하면 가격상한제와 같은 직접통제를 피해 나가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정부의 기대와 달리 수요자와 공급자는 변화된 세제 환경의 적응을 모색하여 부동산 보유자의 기존 매물을 팔 경우에 납부해야 하는 양도세 증가분을 매도가격에 포함시키는 형태로 나타나 새로운 거래가격은 더 높은 가격으로 치닫게 되었다. 기존의 거래가격 수준에 양도소득세 증가분을 더하여 물건의 가격을 올림으로써 자신이 취하게 되는 실제 보수는 종전과 변함없는 효과를 불러오는 소위 Dardy(다비)효과가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은행 예금 이자율에 인플레이션이 더해지는 Fisher Effect(피셔효과)와 구별되는 ‘기존가격에 세금이 더해지는’ Darby Effect(다비효과)는 부동산뿐만 아니라 채권투자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보통 명시적 이자율이 높은 남아메리카 국채 투자에 있어서 명시적 이자율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으로 계산된 환율을 고려한 실질 이자율이 판단기준이 된다. 미국의 주정부채권은 재무성 채권 보다 더 이자율이 낮지만 자본차익세의 부담이 작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지방 채권처럼 강매하지 않아도 국가채권인 재무성채권과 나란히 투자자를 끌어 모은다. 

정부 개입은 시장내부의 힘까지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양도소득세 강화나 가격통제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일시적으로는 가격억제가 가능할지라도 그 부작용의 폐해는 반드시 일어난다. 즉 가격이 상승한 원인에 대한 적절한 처방이 아니라 시장을 직접 장악하거나 시장위에 군림하려는 정책은 결국 시장의 반란을 불러올 뿐이다. 
물량은 넘쳐 나지만 기존 보유자에서 새로운 수요자에게 물건의 이동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백약이 무효다. 공급물량을 아무리 많이 만들어 낸들 물량흐름이 차단되어 있는데 그 물건이 꼭 필요한 수요자에게 전달되지 않으니 궁극적으로는 희소가치 있는 물건을 양산하여 가격이 계속 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체의 주택 보급률이 100%가 넘는다 해도 특정지역의 주택을 원하는 수요자가 있는 한 공급이 부족한 것이다. 삶의 근거지를 떠난 지역의 아파트는 서로 다른 터전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는 주택이라는 상품의 역할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새로운 물량을 찍어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기존의 주택들이 서로 호환이 잘되도록 하는 게 집값을 안정시키는 첩경이 될 것이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90호(2007년 3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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