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진오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나는 공간을 캔버스 삼아 내 마음속의 원더랜드를 그려낸다." 중국에서 유학 후 창작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조각가 한창규(34)의 작업관이다.

▲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제8회 서울국제조각페스타에 출품한 작품과 함께한 한창규 작가'.

그의 작품이 지난 5월 12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제8회 서울국제조각페스타 2018에 공개되어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한창규 작가는 최근 몇년간 다수의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공간'을 점령하지 않으면서 '공간'을 장악하게 할 수 있을까?라는 과제를 앉고 있다.

한 작가는 "조각은 공간 속에 침투되어 환경과 조화를 이루어야 하고, 조각이 공공장소에 놓여질 때 예술이란 명분으로, 또 도시를 아름답게 한다는 이유로 공간에 대해 권력을 행사해서는 안된다는 것 을 깨닫고 환경과 조각의 관계를 설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한창규, '드로잉no.13'. 120x46x70cm,스테인레스 스틸, 2018.

'조각가의 드로잉(Sculptor's Drawing)'은 선을 요소로 형상을 만들어나가는 방식을 고안한 작업이다. 르네상스 시대 화가들이 삼차원에 대한 열망을 원근법을 통해 화폭 위에 재현했다면 한창규는 조각가 다운 방식으로 이차원의 선을 삼차원의 공간 속으로 해방시켰다.

또한, 금속이라는 단단한 재료를 마치 펜으로 드로잉하듯 능숙하게 다루며 삼차원의 공간에 초서체의 필력에서 느껴지는 시간성을 더해 사차원의 세계를 연출한다.

전시장에 놓인 최근작에는 '말'과 '사자'가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말과 사자는 권력과 충성, 용맹스러움 등 원초적 힘을 상징해 역사적으로 많은 통치자들에게 총애를 받아온 대상이다.

하지만 한창규 작가의 '말'은  이념적인 '말'보단 저 멀리 어딘가 희망 가득한 이상의 세계로 나를 데려다 줄 것만 같은 친근한 말의 모습이다.

▲ 한창규, '드로잉 no.12'. 110x45x70cm, 스테인레스 스틸,2018.

한 작가는 "말을 형상화함에 앞서 조형적으로 많은 실험과 연구를 거칩니다. 중국 한나라시대의 유물 '마답비연(馬踏飛燕)'의 경쾌함과 당나라시대 '소릉육준(昭陵六駿)'의 중후하고도 간결한 조형미를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또한,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사자'에 대해서는 "중국에서 사자상은 악귀를 물리치는 벽사의 힘을 지녔다 여겨져 자금성이나 이화원 등 유적지와 일반 가옥, 현대식 빌딩 앞에도 놓여진 것을 봤다"며 "천안문의 사자상도 광화문의 해태도 아닌 특유의 붙임성으로 어디에든 잘 적응하는 문지기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 한창규, '수호수'. 130cm x 100cm x 147cm, 스테인레스, 2016.

'말'이나 '사자' 처럼 마음 속 깊이 신앙과도 같은 존재로 자리잡았기에, 지금의 모습이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적 환경과 매치되지 않는다해도 이들은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작가는 본인 특유의 유쾌함으로 사자상을 현대 환경에 적합한 방식으로 재현해고 있는 것이다.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