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진오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과거에 급제해 출세하기보다는 선조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집안 대대로 다져진 학문에 힘쓰는 것을 가업으로 삼은 전주류씨 용와 류승현과 류관현 형제의 이야기가 물질만능주의가 된 현대에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 '치제문 현판(致祭文 懸板)'. 1891년, 고종이 1891년고종 28 4월 3일에 군위현감 김요협(金堯莢)을 보내어 류승현의 사당에 올린 제문으로, 이를 현판으로 만들어 사당에 걸어두었다. 한국국학진흥원 소장(전주류씨 용와종택 기탁).(사진=국립민속박물관)

고려시대 완산백(完山伯)으로 봉해진 류습(柳濕)을 시조로 하는 전주류씨(全州柳氏) 집안은 조선 중기에 류성(柳城, 1533~1560)이 경상북도 안동 무실(水谷)로 처음 들어온 이후, 그의 5대손 류봉시(柳奉時)가 삼가정(三檟亭)을 세워 아들 교육에 힘썼고, 두 아들 류승현과 류관현 형제가 모두 문과에 급제해 학문과 벼슬로 그 명성을 떨쳤다.

이들의 이야기가 5월 16일부터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 상설전시실 3관 가족코너에 소개된다. 전주류씨 용와 류승현과 류관현 형제의 가족이야기 '학문(學問)으로 대(代)를 잇다' 전시에는 용와 류승현(柳升鉉, 1680~1746)과 양파 류관현(柳觀鉉, 1692~1764) 형제를 중심으로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어지는 가계 계승과 가족 간의 교육을 통해 집안 대대로 다져진 학문(家學)의 전승(傳承)이라는 주제로 ‘용와 현판’, ‘상변통고 목판’, ‘혼천의’를 비롯해 고문헌 자료와 각종 목판 300여 점이 소개된다.

▲ '사문수필(師門手筆)'. 19세기, 전주류씨 수재고택 소장.(사진=국립민속박물관)

아버지 류봉시의 가르침을 받은 류승현은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어지는 가계(家系)를 계승하면서 아버지와 아들, 형과 동생, 삼촌과 조카 등 가족 간에 스승과 제자가 되어 집안의 학문을 형성하고 전승했다.

이에 류승현의 아들 노애 류도원(柳道源, 1721~1791), 손자 호곡 류범(柳範休, 1744~1823), 증손자 수정재 류정문(柳鼎文, 1782~1839) 3대가 연이어 학문과 덕행으로 경상도에서 천거됐고, 연이어 '용와집', '노애집', '호곡집', '수정재집' 등 문집을 세대마다 간행했다.

이와 관련해 원교 이광사(李匡師, 1705~1777)가 쓴 ‘용와현판’을 비롯해 대산 이상정(李象靖, 1711~1781)이 류범휴에게 써준 16언(十六言), 한주 이진상(李震相, 1818~1886)이 쓴 ‘수정재 현판’, 류치명(柳致明, 1777~1861)이 류정호(柳廷鎬, 1837~1907)에게 써준 ‘사문수필(師門手筆)’ 등 대대로 학문의 전수와 교류를 상징하는 유물들이 전시된다.

집안 대대로 전해지는 선조들의 행적과 유훈을 ‘가세영언(家世零言)’으로 정리해서 후손들이 선조의 가르침을 받아서 가학을 계승하게 했다.

▲ '용와현판(慵窩懸板)'. 18세기. 용와종택의 사랑채 당호 편액으로, 원교 이광사(李匡師, 1705~1777)가 썼다.한국국학진흥원 소장(전주류씨 용와종택 기탁).(사진=국립민속박물관)

이에 양파 류관현의 옛집이라는 ‘양파구려 현판’ 및 ‘정재 현판’을 비롯해 류치명의 학문적 업적을 보여주는 58책의 '정재유고' 및 정재(定齋)·만우정 인장 등은 물론, 집안 부녀자를 위한 한글본 ‘가세영언’이 전시된다.

전주류씨의 집안은 마을마다 문중 훈장을 두어 집안의 학문과 퇴계학을 서로 계승하고 세대별로 문집을 발간하는 한편, 성리학·예학·천문지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학문을 연구해 퇴계학의 일가를 이루었다.

특히, 양파 류관현의 셋째아들인 동암 류장원(柳長源, 1724~1796)은 영남의 예학을 집대성한 '상변통고(常變通攷)'를 편찬했으며, 호고와 류휘문(柳徽文, 1772~1832)은 집안의 류범휴, 류정문, 류치명 등과 10여 년간 교정을 해서 이를 간행했고, 천문지리를 연구해 ‘혼천의’와 ‘천문도’ 등을 남겼다. 전시는 2019년 4월 23일까지.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