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진오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과거에 급제해 출세하기보다는 선조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집안 대대로 다져진 학문에 힘쓰는 것을 가업으로 삼은 전주류씨 용와 류승현과 류관현 형제의 이야기가 물질만능주의가 된 현대에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고려시대 완산백(完山伯)으로 봉해진 류습(柳濕)을 시조로 하는 전주류씨(全州柳氏) 집안은 조선 중기에 류성(柳城, 1533~1560)이 경상북도 안동 무실(水谷)로 처음 들어온 이후, 그의 5대손 류봉시(柳奉時)가 삼가정(三檟亭)을 세워 아들 교육에 힘썼고, 두 아들 류승현과 류관현 형제가 모두 문과에 급제해 학문과 벼슬로 그 명성을 떨쳤다.
이들의 이야기가 5월 16일부터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 상설전시실 3관 가족코너에 소개된다. 전주류씨 용와 류승현과 류관현 형제의 가족이야기 '학문(學問)으로 대(代)를 잇다' 전시에는 용와 류승현(柳升鉉, 1680~1746)과 양파 류관현(柳觀鉉, 1692~1764) 형제를 중심으로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어지는 가계 계승과 가족 간의 교육을 통해 집안 대대로 다져진 학문(家學)의 전승(傳承)이라는 주제로 ‘용와 현판’, ‘상변통고 목판’, ‘혼천의’를 비롯해 고문헌 자료와 각종 목판 300여 점이 소개된다.
아버지 류봉시의 가르침을 받은 류승현은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어지는 가계(家系)를 계승하면서 아버지와 아들, 형과 동생, 삼촌과 조카 등 가족 간에 스승과 제자가 되어 집안의 학문을 형성하고 전승했다.
이에 류승현의 아들 노애 류도원(柳道源, 1721~1791), 손자 호곡 류범(柳範休, 1744~1823), 증손자 수정재 류정문(柳鼎文, 1782~1839) 3대가 연이어 학문과 덕행으로 경상도에서 천거됐고, 연이어 '용와집', '노애집', '호곡집', '수정재집' 등 문집을 세대마다 간행했다.
이와 관련해 원교 이광사(李匡師, 1705~1777)가 쓴 ‘용와현판’을 비롯해 대산 이상정(李象靖, 1711~1781)이 류범휴에게 써준 16언(十六言), 한주 이진상(李震相, 1818~1886)이 쓴 ‘수정재 현판’, 류치명(柳致明, 1777~1861)이 류정호(柳廷鎬, 1837~1907)에게 써준 ‘사문수필(師門手筆)’ 등 대대로 학문의 전수와 교류를 상징하는 유물들이 전시된다.
집안 대대로 전해지는 선조들의 행적과 유훈을 ‘가세영언(家世零言)’으로 정리해서 후손들이 선조의 가르침을 받아서 가학을 계승하게 했다.
이에 양파 류관현의 옛집이라는 ‘양파구려 현판’ 및 ‘정재 현판’을 비롯해 류치명의 학문적 업적을 보여주는 58책의 '정재유고' 및 정재(定齋)·만우정 인장 등은 물론, 집안 부녀자를 위한 한글본 ‘가세영언’이 전시된다.
전주류씨의 집안은 마을마다 문중 훈장을 두어 집안의 학문과 퇴계학을 서로 계승하고 세대별로 문집을 발간하는 한편, 성리학·예학·천문지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학문을 연구해 퇴계학의 일가를 이루었다.
특히, 양파 류관현의 셋째아들인 동암 류장원(柳長源, 1724~1796)은 영남의 예학을 집대성한 '상변통고(常變通攷)'를 편찬했으며, 호고와 류휘문(柳徽文, 1772~1832)은 집안의 류범휴, 류정문, 류치명 등과 10여 년간 교정을 해서 이를 간행했고, 천문지리를 연구해 ‘혼천의’와 ‘천문도’ 등을 남겼다. 전시는 2019년 4월 2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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