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진오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유학 시절 낯선 일상이 가져다 준 혼란과 고립감에서 시작한 컬렉션이 화면 위에 중요한 오브제로 등장한다.

▲ 박지나, 'The garden in the Cabinets of wonder III'. 130 x 100cm, Eggtempera on Canvas, 2018.(사진=UNC갤러리)

작가 박지나가 일상에서 수집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갈무리한 이미지들을 골라내고, 이것을 오랜 시간에 걸쳐 화면 위에 재현한 작품들을 5월 25일부터 강남구 유엔씨갤러리에 선보인다.

한국화를 전공한 작가는 전통 채색화를 그렸다. 광물 가루인 안료를 개서 직접 색감을 만들어 내고, 이것을 화폭 위에 쌓아 올리는 과정은 대상 자체에 대한 표현 욕망으로 빠르게 화면 위에 그려내는 요즘 그림들과는 결이 다르다.

독일에서 작업을 시작하며 한국의 전통 채색화 재료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작가가 선택한 건 에그템페라였다. 느리지만 견고한 작업을 통해 얇고 투명하게 그림 속 대상을 재현하며 그리는 과정 자체에 몰입했다는 것이다.

'콜렉터스 룸'은 사물들이 가득 차 있는 아래에 미묘한 공간들이 깔려 있다. 간단한 공간 구성으로 기본적인 원근법을 풀어냈다.

▲ 박지나, 'Cabinets of curiosities'. 150 x 150cm, Eggtempera on Canvas, 2018.(사진=UNC갤러리)

하지만 미묘하게 뒤틀어진 공간임을 예리한 눈으로 바라보면 확인할 수 있다. 서툴게 선을 그은 것처럼 공간은 기하학적으로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하나의 소실점을 기준으로 2차원 화면 위에 3차원 공간의 환영을 그려내고자 했던 서양 원근법의 욕망에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박지나의 작업은 언뜻 보기에 서양적 원근법을 구현한 것처럼 보이지만, 갑자기 회화적 평면성을 강조하는 공간 표현이 등장하거나, 미묘하게 어긋난 선들로 3차원적 환영이 깨지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오랜 시간 동양화 연구를 했던 작가의 공간 인식 표현이다. 전시는 6월 2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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