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분노와 적대감 속 회담 못한다
문 대통령 입장곤혹, 미국측 진의 파악

북핵 관련 ‘놀라운 사태’ 발생
미북 정상회담 전격취소
트럼프, 분노와 적대감 속 회담 못한다
문 대통령 입장곤혹, 미국측 진의 파악
▲ 미북 정상회담이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직후 전격 취소됐다. <사진@방송화면캡쳐>

동안 순조롭게 비친 미북 정상회담이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직후 전격 취소됐으니 놀라운 사태 발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백악관 회담에서도 싱가포르 회담의 불발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지난 24일자로 ‘친애하는 김 위원장에게’라는 공개서한을 통해 “6.12 회담을 못하겠다”고 확정적으로 통고했으니 미․북 정상회담이 잘되고 있다고 주장해온 청와대 입장이 곤혹스럽고 한반도 비핵화 꿈도 멀어지지 않느냐고 우려된다.

‘마음이 바뀌면 전화나 편지하라’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e톡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당신들의 발언에 나타난 ‘극도의 분노와 적대감’으로 지금 회담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하고 “마음이 바뀐다면 전화나 편지로 연락하라”고 했으니 회담 자체의 완전 취소라기보다 연기․유보의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그렇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판문점 회담에서 미․북 정상회담 제안을 받고 주저 없이 이를 수락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관련 북측의 진심을 의심할만한 상황이었다. 또 북측 입장을 극구 대변해온 문 대통령의 전언이 김정은의 속셈과 다르지 않느냐는 회의를 느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엇보다 미․북 정상회담을 약속한 후 김정은이 중국을 두 차례나 방문, 시진핑 주석과 회담한 후 비핵화 관련 방침을 변경시키지 않았겠느냐는 관측도 나올 수 있다.

이런저런 여러 가지 측면이 돌발하면서 미․북 정상회담 추진이 99.9% 성사되고 있다고 주장해온 청와대도 트럼프 대통령 방침 변경의 진의를 파악하느라 골몰하는 표정이다.

대미 적대감 속에 풍계리 폭파 쇼

겉으로 나타난 회담 취소 배경은 북 외무성 김계관 제1부상이 존 볼트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리비아식’ 선 핵 폐기, 후 보상 방안을 강력 비난하면서 “조․미 정상회담을 재고할 수 있다”고 협박한 대목이다. 북핵 관련 미국과 협상에 깊이 관여해온 김계관은 ‘개인 담화’라는 형식으로 이를 발표했지만 100% 김정은의 뜻임은 물론이다.

곧이어 외무성 최선희 부상이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리비아식’ 발언을 원색적으로 공격하고 나선 대목이다. 그도 역시 “우리의 선의를 모독하면 조․미 수뇌회담을 재고할 수 있다”고 경고했으니 이대로 싱가포르 회담에 나간다면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협박․공갈에 못 이겨 끌려나온 길이 되고 말 것이다.

이런 상황 아래 흥정과 거래의 달인이라고 지칭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은 못 하겠으니 “나중에 마음이 바뀌면 다시 연락하라”고 통고했을 것이다.

한편 김정은은 같은 날 5개국 기자들을 초청,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쇼를 통해 “세계적 핵군축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고 선전했지만 더 이상 비핵화 관련 대화와 협상은 진전을 보지 못하게 됐다.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는 당초 약속과는 달리 한․미 전문가들을 초청하지 않고 폐기 전 갱도내부를 시찰하겠다는 요청도 거부했으니 결국 ‘반쪽 공개 쇼’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가 이미 핵무기 개발 과정을 끝낸 후 ‘핵보유국’ 입장에서 ‘김정은 체제보장’을 끌어내려는 방책이 아니겠느냐고 해석한다.

‘북의 벼랑끝 전술’ 철저 대응해야…

미․북 정상회담의 돌연 취소로 그동안 중개역할에 열심이던 문 대통령의 입장이 난처해지지 않았느냐고 관측된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전화통화와 직접 백악관 방문을 통해 김정은의 입장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6월 12일 싱가포르 회담의 성공을 자신하며 곧이어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을 추진하여 연내 종전선언, 평화협정을 이끌어 내겠다는 방침으로 비쳤다. 뿐만 아니라 북측의 확고한 비핵화를 확신하며 북한 체제보장과 보상방안을 제기함으로써 미국 측으로부터 “너무 앞서가지 않느냐”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니까 북핵 도발 25년간 협상 실패 교훈을 너무나 가볍게 받아들인 실수가 아닐까 싶은 지경이다. 북한 체제보장이란 ‘김일성 혈통보존 왕조체제’를 말하는 것이고 인권유린, 1인독재 체제의 영속을 뜻하는 것 아닌가. 이 같은 체제보장을 미․북 정상회담 한 차례로 평화회담이란 이름으로 해결할 수 있겠는가.

당분간 미․북 정상회담은 취소․유보 속에 북핵과 미사일 사태 관련 대북 제재상황은 변함없이 추진돼야 한다. 이때 성급한 ‘판문점 선언’ 이행에 집착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문 대통령에게는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이 결코 변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 면밀히 대응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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