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 시민 봉사를 다녀와서

단순 작업, 하루 봉사
작은 것 나눔 기쁨
적십자 시민 봉사를 다녀와서

[송경석 (학원강사, 여27세) @경제풍월] 90년대 후반 고등학교를 다녔던 당시 우리나라에도 봉사 활동을 하면 가산점을 주는 제도가 도입 되었다. 일부 대학들은 일정시간 이상 봉사 활동을 한 학생들에게는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하는데 특전을 주기도 했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이 일정 시간의 봉사 활동 목표를 채우기 위해서 생전 가본 적 없는 사회단체들의 문을 두드려야 했다.

물론 요즘의 학교에는 학생들이 갈 수 있는 봉사 단체들에 대한 리스트를 갖고 있고, 교육청에서 마련한 봉사활동 확인 양식을 구비한 사회단체들이 많다. 하지만 10여 년 전만 해도 봉사 활동을 하고 싶은데 할 곳이 없어 직접 찾아다니며 부탁을 해야 하는 일이 더 많았다. 

다행히도 나와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은 당시 사회복지사 친척을 둔 친구 덕분에 어렵지 않게 한 복지 회관에서 후원 회원들에게 보내는 지로 용지 발송을 돕는 일을 할 수 있었다. 편지 봉투에 풀칠을 하면서 나는 이게 무슨 봉사인가 생각했었다. 

하지만 복지관 직원 분의 말씀 한마디에 나의 생각은 바뀌었다. 복지관 직원 분은 가장 일손이 많이 필요한 일에 이렇게 학생들이 도와주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면서, 겉보기에는 쉬운 일일지 모르지만 후원 회원에게 보내는 지로용지 발송이 복지관에서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면서 풀칠도 참 예쁘게 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봉사(奉仕)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해 자신을 돌보지 아니하고 힘을 바쳐 애씀’ 이다.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훌륭한 인물들은 자신 보다는 항상 남이 우선이었다. 

부와 명예를 주는 자리를 버리고 오지의 어려운 환경에서 인류애를 실현하고, 사비를 털어 배고픈 이를 먹이고 재우는 등 시각적으로 인식된 봉사 활동의 뜻은 테레사 수녀와 같은 성인들만이 할 수 있는 ‘어려운 일’이라고 각인된 것이 사실이다. 

이런 봉사 활동이 갖고 있는 성스럽고 고결한 이미지들은 마음으로는 항상 남을 돕는 일을 해보고는 싶어도 선뜻 나설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고정 관념을 깨고자 최근에는 많은 단체들이 하루 봉사, 시간제 봉사 등 개인적인 여유가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어렵지 않게 남을 도울 수 있는 열린 기회를 제공, 봉사 활동은 어려운 것이 아니고 특별한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확산 시키고 있다.

대한적십자사에서도 기존 봉사단원들 외에 시민 봉사자들을 수시 모집해 열린 봉사 활동의 기회를 주고 있다. 이번에 필자가 참석한 봉사 활동이 바로 그것이었다. 구정을 앞두고 불우한 이웃을 위한 사랑의 선물을 포장하고 배송하는 것을 돕는 일이었다.

이번 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일주일 전쯤 대한적십자사 서울지사 홈페이지에 자신이 가능한 날짜에 참석 신청을 하면 적십자사 서울지사에서 참가 확인을 했다. 정해진 날짜에 서울지사로 찾아가서 시민 봉사자용 적십자 조끼를 받고 지정된 장소로 향했다. 그곳에는 참치캔, 고등어 통조림, 햄 통조림, 식용류, 참기름, 미역, 즉석 국들이 상자 가득 쌓여 있었다.

그 동안 국민들이 낸 적십자회비로 구입한 물건들이라고 했다. 이것들을 적십자 마크가 인쇄된 상자에 일정량을 담아 포장 하는 일을 했다.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 이렇게 포장된 선물들은 독거노인들과 형편이 어려운 분들께 나눠드린다고 했다.

비록 하루였지만 나에게는 하루라는 시간이지만, 그 음식들을 받으신 분들에게는 적어도 한 달 동안, 길게는 반년간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 생각하니 내가 보낸 그 어떤 하루보다도 보람 있고 뿌듯했다

나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의 몫을 떼어 누군가를 돕는 다는 것은 많은 결심이 필요하다. 모든 것을 다 주지 않고서도 충분히 누군가에게 보탬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치 있는 봉사가 될 수 있다. 각박하게 일분일초를 쫓기는 사는 세상에서 하루 동안 나누는 여유를 가져보자. 몸과 마음에 그 어떤 영양제도 주지 못했던 에너지가 충전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90호(2007년 3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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