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동원 '재벌 길들이기' 위험천만
재벌경영 불안, 투기자본 공격 무방비

'대한항공사태' 분노와 우려
죄는 미워도 경영안정 배려
국민연금 동원 '재벌 길들이기' 위험천만
재벌경영 불안, 투기자본 공격 무방비
▲ <사진@美CNN방송화면 캡쳐>

한민국 태극기를 싣고 세계를 누비는 ‘국적기’인 대한항공 총수일가 사태를 지켜보는 국민의 심정이 ‘무한 분노’이면서 울적하기 짝이 없다. 재벌 총수일가의 저품행․부도덕 행위는 엄정 처리돼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길거리 운동권이 ‘총수 구속’, ‘총수일가 퇴진’을 외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전방위 압력을 행사하고 국민연금마저 동원하여 ‘재벌 길들이기’를 시도하지 않느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오너경영 죄악시 풍토 속 갑질군림 지탄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e톡뉴스)] 대한항공 총수일가 관련 비리․부도덕 행위가 연속으로 나타나니 해명이나 반박마저 거의 불통상황이다. 검찰과 경찰이 수사하고 공정위, 국세청, 관세청 등 모든 관련 부처가 나서는 것도 당연하다. 여기에 대한항공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 행사’로 경영권을 간섭하려 들면 과연 대한항공 경영이 어찌되겠느냐”고 걱정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의 친노동 정책기조 아래 노동계의 목소리는 하늘높이 치솟고 있는 반면 경영계는 눈치로 처신하는 ‘유구무언’ 지경으로 비유된다. 때마침 한국GM 군산공장은 노동계와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끝내 폐쇄됐고, 세계 최대인 현대중공업 군산 조선소도 잠정폐쇄되고 말았다. 이는 곧 정부의 행정력이나 노동계의 강성투쟁으로도 시장의 반동을 막을 도리가 없음을 말해준다.

‘재벌경영’은 한마디로 ‘좌불안석’이다.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해도 여건이 닿지 않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반면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통상 작전으로 “미국에 투자하라”고 요구하니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한화그룹 등이 현지에 대형투자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

반면에 국내시장은 재벌개혁, 재벌 길들이기 분위기 속에 ‘오너경영’을 죄악시 하려는 풍토 때문에 온갖 우려가 쏟아지는 형국이다.

4차례 압수수색, 경영권 온전하겠는가

대한항공 총수일가에게는 “어찌 그렇게도 세상인심을 모른 채 독선․아집에 빠졌느냐”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으로 얼마나 지탄 받고 형사처벌까지 받아야 했지 않는가. 여기에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이 나타나고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상습폭행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니 상위재벌 총수의 부인으로서는 첫 구속 사례를 남길 참인가.

더구나 대한항공 오너 일가를 몽땅 ‘악덕’으로 몰려는 듯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20년 전 1998년 인하대 경영학과 부정입학 의혹마저 제기됐다. 조양호 회장의 경우 선대 회장의 해외재산 상속과정의 거액탈루 등 횡령․배임 혐의가 제기되어 있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을 통해 역대 올림픽 등 스포츠 행사를 적극 지원해 왔고 평창올림픽의 경우 대회 유치부터 큰 역할로 대회 조직위 위원장을 맡았다가 도중 사퇴해야만 했다.

조 회장 일가의 각종 비리혐의로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과 조 회장의 국가와 사회에 대한 공헌은 없어지고 온갖 갑질 군림, 불법․비리만 잔뜩 쌓여 과연 대한항공 경영권이 온전할 수 있겠느냐는 불길감이 생긴다. 이미 대한항공은 온갖 제보와 악담 속에 본사가 4번째로 압수수색을 겪었으니 온전한 부문이 남아 있겠는가.

소액주주 운동은 총수의 구속 수사를 외치고 촛불시위 세력은 총수일가 퇴진을 외치고 다니니 친노동․반재벌 문재인 정부 성격상 그냥 무사히 돌려보낼 것 같지 않다는 관측이다. 결코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다.

재벌경영, 해외투기자본 공격에 ‘무방비’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장으로 대한항공에 대해 공개 항의서한을 발송하고 국민재산을 지키고 국민연금의 수익성을 고려하여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제안한 것은 지금까지 전례가 없던 일이다. 지난 정권 문형표 복지부 장관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국민연금의 찬성의견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구속, 실형을 선고 받은바 있다.

더구나 ‘재벌경영’은 ‘경제민주화’ 정책의 압박을 받으면서 해외투기 자본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지만 적절한 방어수단을 갖지 못해 전전긍긍한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시 주식매수 청구권 행사로 140억 원 이상 이익을 챙겼다. 그 뒤 삼성 합병시 한국정부가 개입, 찬성을 유도함으로써 손해를 봤다는 이유로 정부를 대상으로 6.7억 달러(7,180억)의 손해배상 ISD(투자자-국가소송) 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이어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합병이 주주에게 불리하다고 공격, 현대차가 주총을 포기하는 항복을 받아내고 말았다.

이보다 앞서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 매각함으로써 무려 4.7조원이나 챙긴 ‘먹튀’하고도 다시 외환은행 매각지연 손실 1조7천억 원, 국세청의 부당 과세 8,215억 원, 손해배상 지연피해 2.5조원 도합 5조 585억 원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응, 론스타가 당초 은행인수자격에 결격사유가 있었다고 확인됐지만 정부가 이를 활용하지 않고 있다는 실정이다.

이렇게 짚어보면 재벌경영에 미운 구석이 있으면 엄중한 처벌로 시정하되 해외투기자본 등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엄청난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경영권 불안에 시달리는 대목은 법과 제도로 조속히 바로잡아줘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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