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 김무일 전 주프랑스 국방무관

[김무일 (파리1대학 국제정치학박사·(前)한전KDN(주)상임감사·(前)주 프랑스국방무관)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이톡뉴스)] 호국․보훈의 달 6월이다.

조국과 자유를 지키기 위하여 자기의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민족의 제단 앞에 용감하게 바친 많은 무명(無名)의 영웅들과 의인(義人)들 앞에 우리는 경건한 마음과 감사하는 심정으로 고개를 숙여야 한다. 오늘날 우리가 생명과 안전과 자유를 누리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은 많은 유명무명의 의인들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행동 덕분이다.

나라와 겨레헌신 보훈은 국가의 기본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나라와 겨레를 위해 공훈을 세웠거나 희생한 분들의 은공을 기리고, 보답하는 것은 우리 국민들의 공통된 사항이자 국가의 기본책무인 것이다. 또한 선열들의 큰 뜻을 마음속으로 숭상하고 애국정신의 귀감으로 삼아 나라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요, 국민 된 도리이다. 나라마다 명칭은 다르지만 현충일은 국가 최대의 제례추념일로 행하고 있고, 외국에서도 이날을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라고 하여 전몰장병을 추모하고 있다. 1956년에 제정된 현충일 행사가 연1회의 연례행사만으로 끝나기에는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의 명예심을 고취하기에는 충분치 않아, 정부에서는 1985년 6월 한 달을 '호국․보훈의 달'로 설정, 각종행사와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데 주로 국가적 행사의 현충일 추도식과 함께 각종 모범 국가유공자를 발굴하여, 포상행사와 위로행사를 실시하며 국민들의 호국 보훈의식 고취 및 애국정신 함양을 위하여 범국민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오고 있다. 그러나 일 년 열두 달을 통하여 어느 달, 어느 날이라고 호국영령들의 고귀한 희생정신과 위훈을 기리는데 있어 더하고 덜함이 있을 수 없다. 미국을 비롯한 프랑스, 호주 등 선진국들은 호국․보훈이 국민통합을 이루는 국가의 근본정신이라는 인식으로 호국․보훈정신을 애국심과 국가명예를 높이는 국민적 단합과 연대의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이와 같이 나라를 위해 신명을 바친 이들을 최고의 예우로 대우하고 추모하는 호국․보훈정신이 오늘날의 세계 최강국으로 만드는 데 밑거름이 되었음은 분명하다.

보훈기능은 애국심 함양의 구심체

우리 민족이 외세의 침략을 물리칠 수 있었던 투쟁의 저력은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아낌없이 자신을 희생한 정신이며 이러한 희생정신이야말로 민족적, 국가적 위기가 닥쳤을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무기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호국영령들을 위로하고 추모하는 것으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백척간두에 섰던 조국의 위기를 오직 맨 몸으로 극복한 호국영령들의 뜨거운 애국심과 거룩한 희생정신을 참 민주시민정신으로 승화시켜 나가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많은 전쟁과 위난(危難)을 경험한 질경이 같은 민족이다. 왕조와 국가를 위하여 싸웠고 자유 민주이념을 수호하기 위하여 고귀한 생명을 내던졌다. 앞선 이들의 생명과 피의 대가로 지금 내가 주권국가의 민주시민으로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생명의 대가를 너무나 싸구려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미국, 프랑스, 케나다 등 2차 대전 승전국들의 보훈기능은 국민의 애국심 함양의 구심체적 역할에서 찾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보훈 개념 또한 국민통합의 바탕이 되는 정신문화의 차원으로 이해하고 있다. 호국영령의 희생과 공훈에 대해 고마움을 가지고 그 은혜를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바로 보훈이다. 그리고 사회구성원들이 보훈에 대한 마음을 공유하고, 행동으로 내보일 때, 하나의 보훈문화는 형성된다. 보훈문화는 사회를 건강하게 하고, 이러한 문화가 사회에 확고하게 뿌리내릴 때 그 사회는 발전할 수밖에 없다.

6.25의 통한은 잊을 수 없다

해마다 현충일 상오 10시에는 전국의 국립현충원에서 추모행사가 성대히 거행된다. 일 년 내내 적막하고 인적이 드문 곳이 이 날은 추모인파로 메워지고 그윽한 분향(焚香)의 꽃향기로 가득 찬다. 그런데 행사가 끝나고 국립묘지는 사람들로부터 쉽게 잊혀 지는지 원래의 적막 속으로 되돌아간다. 물론 국립묘지 참배자의 많고 적음보다도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는 마음이 중요하다. 이런 정신들이 고갈되고 실종되지 않는 한 묘역이 쓸쓸할 이유가 없다. 용사의 묘비 앞에서 경건하게 머리 숙여 명복을 비는 광경은 누구에게나 가슴을 뜨겁게 한다. 우리가 국립묘지를 찾아 호국영령의 넋을 달래는 이유는 그들이 우리를 대신해서 조국에 목숨을 바친데 대해 감사를 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들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 침략 당한 전쟁의 교훈을 잊지 말라는 통한(痛恨)의 당부일 것이다. 실패를 되풀이하지 말라는 뼈아픈 엄숙한 경고일 것이다.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기억해야 한다. 6.25가 언제이고, 6.25가 무엇이며, 공산군이 무엇이고 전쟁이 어떠한 것인가를 우리는 되새겨야 한다. 그러면서 지난날과 같은 6월의 참화(慘禍)가 이 땅에서 재현되지 않도록 국력을 다져야 한다. 호국․보훈의 달 6월에 우리는 유비(有備)면 무환(無患)이요, 무비면 유환임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우리 사회에 올바른 보훈문화가 정착되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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