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떠난 자리 10년째 여전히 '허허벌판'… 경기북부 추진계획만, 관심 시들

기지 이전, 부지반환, 환경평가, 공원건립 등 단계 많아 용산미군기지 10년 이상 걸려

▲ 지난 2016년 8월 2일 용산 미군 기지 메인포스트 담장 바로 옆에서 오염도 조사를 위해 토양을 굴착을 하는 모습. (왼쪽) 반환 앞둔 용산 미군 기지, 6개 지역 오염도 조사.(오른쪽) (사진&자료=보건환경연구원)

[이호영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주한미군이 서울 용산을 떠나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한다. 미군이 한국에 주둔한 지 73년 만에 평택의 미군 기지인 캠프 험프리스로 주둔지를 옮긴다. 

지난해 7월 미8군사령부에 이어 상위 조직인 주한미군 사령부까지 이전하면서 주한미군의 용산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역사적으로 주한미군의 평택 시대 개막은 외국군 주둔지로 활용돼온 용산이 온전히 국민의 품으로 돌아온다는 의미가 있다. 

정부는 용산 기지 이전이 완료되면 2027년까지 기지 부지에 국가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용산 기지 이전으로 생기는 공터에 243의 공원을 만드는 용산공원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주한미군사령부 외에 한미 연합사령부도 이전한다. 연합사 본부는 연말까지 국방부 근무지원단 건물과 합동참모본부 일부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용산 기지 내 미군 호텔인 드래곤힐 호텔 이전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이전·잔류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미군 주둔으로 형성된 상가와 유흥시설 등 용산 일대의 문화 환경 역시 적지 않은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용산 기지의 토양오염 등 환경조사 절차를 거쳐야 하며 기지 내 근현대사 유산을 어떻게 관리하고 어떤 문화·생태 시설을 만들지에 대한 논의가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환경부가 용산 기지 지하수 오염 실태를 조사한 결과, 발암물질인 벤젠이 기준치의 최고 670배가 검출되기도 했다. 용산 기지 내 땅밑으로 스며든 각종 독성물질이 토양을 오염시켰다는 주장이 환경단체로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지난 1990년부터 2015년까지 용산 기지에서 기름유출 사고가 84건이나 발생했다고 전했다.

▲ 용산미군기지 앞에서 '내부 환경오염 조사결과' 공개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용산미군기지 온전히 되찾기 주민모임)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서울의 용산 미군기지는 생태자연공원이 조성돼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같이 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용산 미군기지 역시 완전한 기지이전, 부지반환, 환경평가, 공원건립 등 거쳐야 할 단계가 많아 국민 품에 안기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또 주한미군 서울 용산 기지가 반환이 이뤄지더라도 타지역의 선행 개발 사례와 비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경기북부 지역이다. 이 지역은 10년 전에 이미 미군이 떠난 자리가 있는 반환공여지 보유지역이다. 경기북부 지역 반환 미군 기지 개발사업은 지난해 아무 성과 없이 해를 넘겼다. 특히 지난해 반환 미군 기지에 추진된 신규 개발사업은 한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에 따르면 반환은 이뤄졌지만 여전히 빈터(2017년 기준)로 남아있는 미군 기지는 파주 캠프 에드워드·자이언트·게리오웬·스탠턴, 의정부 캠프 카일, 동두천 짐볼스 훈련장 등 모두 6곳이 넘었다. 

파주시의 경우 캠프 에드워드는 전체 면적 25만2000㎡ 중 4만4000㎡에 폴리텍대학 조성 추진 외에는 잔여부지 개발을 위한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캠프 자이언트(17만1000㎡), 스탠턴(27만1000㎡), 게리오언(28만5000㎡) 역시 대학 유치가 무산된 뒤 10년 넘게 개발 사업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동두천시의 경우 1194만7000㎡ 규모의 짐볼스 훈련장도 민자 유치를 통해 체육시설과 드라마 세트장을 건설해 주변 관심과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현재 사업 계획과 소문만 무성할 뿐 사업 추진은 부진한 상황이다. 

의정부시의 경우 금오동 소재 미군 반환공여지인 '캠프 카일'은 경기북부 광역행정타운 사업지로 의정부지법과 의정부지검 유치를 시도했지만 법원 행정처의 거절로 사실상 황무지나 다름없는 상태다. 

▲ 2007년에 주한미군으로부터 이미 반환된 의정부시 의정부동 일대의 국방부 소유 '캠프 라과디아' 반환공여지. 각종 농작물과 쓰레기 등으로 뒤덮여 도심 속 흉물이라는 비판을 의정부 시민들로부터 받고 있다. (사진=이코노미톡뉴스)

이미 개발을 시작했다는 반환공여지사정도 마찬가지다. 의정부경전철 흥선역에서 의정부중앙역 사이의 캠프 라과디아(의정부동 소재)는 문제가 심각하다. 무단출입 경고 현수막을 아랑곳하지 않고 인근 주민들이 펜스를 넘나들며 주말농장을 방불케하며 악취를 풍기고 있다.

심지어 의정부경전철 흥선역 1번 출구 앞 공터에 이삿짐센터에서 5t 규모의 생활쓰레기를 적치하는 등 문제가 발생해 도심 속 흉물이라고 인근 주민들은 분개해 실망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10월 "캠프 라과디아 체육공원 조성계획 결정안"의 일환으로 시민체육공원 1단계 공사를 착공에 들어갔으나 성과가 부진한 상태다. 

▲ 캠프 라과디아 체육공원 조성계획은 기존 단순한 체육·운동시설에서 벗어나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체육·운동·놀이·휴식 등 여가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다목적 잔디운동마당, 어린이 복합운동마당 및 점핑테마운동마당, 멀티코트, 농구장, 게이트볼장, 그라운드골프장, 순환산책로 등을 설치 계획했으며, 도심 속 충분한 녹지공간 확충을 위해 장식화단, 경관초지, 연못, 분수대 등을 계획했다. (사진=의정부시)

의정부 미군 기지 인근 E 중개업소 관계자는 "미군 기지 이전으로 인해 고도제한까지 풀렸는데 반환공여지가 개발계획의 지연으로 인해 도심 속 흉물로 남아있다"며 "주변 부동산의 가격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주민들의 불만이 많아 하루속히 개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이 평택으로 이전해 여의도 면적의 5배가 넘는 새로운 둥지에 자리를 펴고 여전히 손님 대접을 받지만, 미군이 빠진 자리를 뒷정리하고 가꾸는 일은 정부와 지자체를 비롯해 국민들의 손에 떠넘겨진 꼴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반환된 부지외에도 평택 이전사업으로 반환 예정인 미반환 미군 기지도 언제 반환이 이뤄질지 아직까지 불투명하다. 경기도의 반환 대상 미군 기지 34곳의 면적은 여의도(8.4㎢)의 20배에 달하는 173㎢이다. 이중 활용이 가능한 미군 기지는 22곳으로 16곳은 반환이 이뤄졌으며 동두천 3곳과 의정부 3곳은 아직 미반환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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