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진오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사과 그림으로 잘 알려진 화가 임창열(75)이 딸이 제안한 아빠와 함께 의미 있는 추억을 만들고 싶다는 제안에 눈에 익은 컬러를 쏘옥 빼고 모노톤의 사과를 그려서 전시장에 걸었다.

▲ 임창열, '무제'. 72.7x53cm, 유화.(사진=통인옥션갤러리)

딸에 대한 애정으로 꾸려진 전시 '까마귀 날고 배 떨어지고'전이 7월 4일부터 종로구 인사동 서울 통인 옥션갤러리 5층과 지하1층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중진 임창열 작가와 그의 딸인 작가 임한나가 잊을 수 없는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 딸의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마련됐다.

임창열 작가는 "내 화가인생에서 사과를 가장 많이 그렸다. 이 열매가 갖는 온갖 역사적, 과학적, 사회적, 종교적, 예술적 상징이 충분히 매력적이었고, 그 의미를 차치하고서도 이 동그란 물체는 사물이 갖는 존재감 자체로 항상 내 시선에 도전해 왔다"며 "형용할 수 없는 색감이 눈부시게 관능적이었고, 빛을 꺾지 않는 모 없는 둥그스러움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영원을 매도는 유혹이었다"고 설명했다.

▲ '서울 인사동 통인옥션갤러리에 설치된 임창열 작가의 작품'.(사진=왕진오 기자)

그런 그가 사과 고유의 색상을 화면에서 지우고 흑백으로 재현한 작품을 내놓았다. 상징의 무게를 내리고, 유혹의 색감을 떠나, 벌거벗은 사물을 조용히 관조하고 싶은 의도라 전한다.

임창열 작가는 "희미해지는 기억, 느려지는 감각, 흐려지는 시선, 그래서 더 간절해지는 생명과의 대면이기에, 겸손하게, 간결하게 그리고 더 깊고 끈끈하게 만남의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며 "흑백의 사물로 다시 대면하니, 살아온 시간을, 모든 스쳐간 인연을 거리를 두고 고찰하게 됐다"고 말했다.

▲ '서울 인사동 통인옥션갤러리에 설치된 임한나 작가의 '무제' 설치 전경'.(사진=왕진오 기자)

임한나 작가는 프랑스에서 공부를 하던 시절 파리 시장에서 보았던 생선 비늘의 생김새와 바람에 의한 움직임, 그리고 울산에서 보았던 까마귀를 통해 재현된 새로운 감각의 울림을 나눈다.

임한나 작가는 프랑스 가수 쥴리엣트 그레코의 '작은 물고기 한 마리, 작은 새 한 마리' 라는 노래가 하늘을 나는 새가 되고 싶은 물고기의 이야기는 동화와 동요 속에서만 존재할까라는 질문에서 그 동화와 동요의 상상력에 알게 모르게 영감을 준 과학적 진실이 있다고 생각한다.

▲ 임한나, '무제'. 109x78cm, 종이 위에 연필.

10년 전, 파리 길거리 시장, 생선 장수가 떠난 자리에 하얗게 말라 벚꽃 잎처럼 작은 바람에도 흩어지는 조그만 비늘을 발견한 후 자세히 관찰할 당시만 해도 물고기와 새의 안타까운 사랑 노래를 몰랐다고 한다.

작가는 새의 깃털과 물고기의 비늘을 굳이 연결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물고기가, 새가 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흘렀다는 과학적 증거를 자신의 지식으로 충분히 열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날개와 지느러미의 움직임이 흥미롭게도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해 깃털과 비늘의 가지런한 배열로 바다 표면의 물결 모양, 고운 모래사막을 지나간 바람의 흔적처럼 새와 물고기의 피부 표면에 새겨진 것이라고 믿는다.

▲ 임한나, 무제(일부), 생선비늘과 실, 330x150cm.

또한 작가는 삶의 우연히 가져다주는, 우리의 감성을 두드리는 생물, 사물, 이야기들이 예술적 공간에서 함께 재현됐을 때 새로이 형성되는 의미와 감각의 울림을 경험하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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