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저녁, CGV 용산 (사진=정보라 기자)

[정보라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칼퇴(정시 퇴근)하고 친구랑 영화 보러 왔어요.”

최근 평일 영화관이 북적북적하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바뀐 일상 중 하나다.

직장인 박나연(27)씨는 “기다리던 영화를 개봉날에 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라며 상기된 표정으로 상영관에 들어갔다.

영화진흥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첫 주인 7월 첫째 주중 관람객 수는 약 218만 명으로 6월 마지막 주 평일 관람객 수인 약 157만 명보다 140% 증가했다. 많은 직장인들이 본격적으로 저녁 시간을 즐기기 시작한 것이다.

중견기업에 근무하는 김지혜(33)씨는 “정시 퇴근이 힘든 분위기였는데 첫 주는 당당하게 퇴근해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영화도 보고 있다”며 “여가 시간이 생겨 여유로워졌다. 동료들도 다들 반기는 눈치”라고 말했다.

CGV 관계자는 “체감 상으로도 평소보다 7월 첫 주 관람객이 많았다”며 “평일 관람객 수가 꾸준히 더 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백화점 문화센터도 직장인들의 알찬 저녁시간 만들기에 동참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오후 5시~6시 이후 시작하는 강좌 수를 지난해 여름학기보다 10~20% 늘렸다.

롯데백화점 문화센터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150% 강좌를 늘렸다”며 “8월 초에 있을 4분기 강좌 등록을 기대 중”이라고 말했다.

▲ 6일 저녁, 사람들로 꽉 찬 교보문고 독서 공간 (사진=정보라 기자)

퇴근 후 서점을 찾는 사람도 늘어났다. 지난 6일 저녁, 교보문고에서는 서점 구석구석 자리를 잡고 독서를 즐기는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교보문고 측은 자기계발·인문학·역사·취미·여행 등 다양한 분야의 도서 판매량이 전주보다 2배 정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서점 예스24와 알라딘에서도 영어 공부 관련 도서를 비롯해 컬러링 북과 같은 취미 분야 도서가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이외에도 영어학원이나 미술·피아노학원 등 자기계발을 위한 학원들도 수강생이 늘고 있다.

취미 미술 수업을 수강중인 윤아름(26, 직장인)씨는 “주말에 수업을 들었는데 평일 저녁시간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종로의 한 영어학원 관계자는 “저녁 강의 문의와 함께 수강생이 조금씩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아침이 있는 삶을 사는 사람도 있었다.

직장인 최우진(37)씨는 "주 52시간 근무제의 시행으로 얼마 전부터 회사에서 탄력근무제를 채택했다"며 "아침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헬스장에 갔다가 늦게 출근을 한다”고 말했다. 동료 박모씨(29)는 “저녁보단 아침잠을 택했다”며 “느긋하게 출근하지만 집중력은 더 좋아 일의 능률이 올랐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저녁이 있는 삶을 통해 ‘워라밸(Work-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얼마 전 방한했던 세계적인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도 “선진국에서 주당 52시간 근무는 굉장히 많이 일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 정착까진 진통 예고
지난 7월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 시행됐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아직도 야근을 하고, 최대 52시간을 채우라 강요하는 회사도 더러 있다. 정시 퇴근에 심기가 불편한 상사, 눈치를 보는 직원도 여전하다. 이제 막 시작한 제도가 자리 잡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 이에 노동계는 제대로 안착하기 위해 강경하게 실행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14년 전 많은 반발로 시작한 ‘주 5일 근무제’와 같이 ‘주 52시간 근무제’ 역시 정착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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