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인구 10년 사이 2.5배 증가
통계 보니 ‘노후는 시골서’ 간절

서울은 ‘노인네 살곳 못돼’
남쪽 고향은 장수촌
자살인구 10년 사이 2.5배 증가
통계 보니 ‘노후는 시골서’ 간절

민생활 변화에 나타난 2006년의 한국사회는 노령인구가 늘어 평균 수명이 78.6세로 높아졌다. 또 55세 이상 중 늙은이들의 취업자 수가 400만명을 돌파했으니 모두가 일하는 사회로 변모했다고 해야 할까.
반면에 출산율은 1.08명으로 뚝 떨어지고 자살자 수가 교통사고 보다 많아졌다니 서글픈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자살인구 10년 사이 2.5배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e톡뉴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55세 이상 취업자는 402만5천명으로 전년보다 4.5% 늘어 전체 취업자 중 비중도 17.4%로 높아졌다. 그리고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9.5%로 UN이 분류한 기준에 따르면 이미 고령화 사회가 성숙됐다.
각종 문화, 편익지수도 높아졌다. 고등교육 취학률, 인구 1인당 의사 수, 공적연금 가입자, 보육시설, 영화관람객수 등이 2천1년에 비해 고루 개선됐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도 6천375명(2005년)으로 2천1년 8천97명 보다 1천700여명이나 줄었다. 그러나 모든 지표가 개선됐다지만 자살자 수는 95년 10만명 당 11.8명이던 것이 2천5년 26.1명으로 2.5배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교통사고 사망자는 10만명 당 38명에서 16명으로 줄었으니 결국 자살자가 많은 사회로 바뀌었다는 셈이다. 특히 노인들의 자살이 하루 10명을 넘어섰다니 처량하고 서글프다.
주 5일제로 전 국민이 관광 레저시대를 맞았다고 좋아하는 사이에 오갈데 없는 노인들은 자식을 두고도 자살이란 최악의 선택으로 말없이 항변하고 있다는 뜻이다.

임실, 의성, 의령, 고령 살기 좋아

지난해 통계청은 전국 63개 시군이 이미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고 밝혔었다.
65세 인구가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분류 된다는데 전국 235개 시군구 가운데 20%를 훨씬 넘는 63곳이 모두 서울이 아닌 남쪽지방이라는 사실이 눈에 띈다.
전국 최고의 노인천국은 전북 임실군으로 65세 이상 노인이 33.8%로 나타났다. 이어 경북 의성군 32.8%, 경남 의령군 32.3%, 전남 고흥군 31.9%, 경남 합천군 31.9%로 장수촌으로 꼽히게 됐다.
시 지역으로는 전북 김제시 23.8%, 전남 나주 23.3%, 경북 상주 23.2%, 문경 22.3%, 전북 정읍 20.4%, 남원 20.1% 등이 초고령시로 드러났다.
도별로는 아직 초고령 사회가 나타나지 않고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7~14%인 고령사회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전남이 17.7%로 가장 높고 경북 14.4%, 충남 14.3%, 전북 14.2% 등이 높은 편이나 서울과 경기지역은 고령사회와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서울은 노인네 살곳 못된다

결국 노인네들에게 서울은 살곳이 못된다고 볼 수 있다. 서울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종로구 10.4%, 용산구 10.2%, 중구와 서대문구가 9% 선으로 강남에 비해서는 강북이 살기 좋은 편에 속한다. 세칭 부자촌으로 일컬어지는 강남권은 강남구 5.7%, 송파 5.8%, 서초 6.3% 등으로 강북에 비하면 월등히 낮다.
이렇게 보면 노인네들은 서울에서 살자면 강북에 남아있는 편이 좋고 아니면 경남북이나 전남북 등 따뜻한 남녘땅으로 돌아가야 할 운명이다. 서울에 남아있다가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짐이 되어 자식세대의 눈총을 받기 십상이다.
노인정에 나가봐야 맨날 화투치는 몇 사람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대화할 상대도 없고 무료급식소에도 제때 줄 서지 않으면 차례가 오지 않는다. 그래서 무료를 달래기 위해 무임승차로 지하철이나 기차 편으로 하염없이 소일하다가 이런저런 절망감을 못 이겨 끝내 자살로 마감하는 경우가 많다니 이럴 수 있는가. 차라리 서러운 눈치 피해 농촌으로 귀환하여 홀가분하게 노후를 보내는 것이 좋지 않을까.

남쪽 고향이 텅 비어있다

서울의 노인 인구 비율이 낮고 남쪽 시골이 먼저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것은 까닭이 있을 것이다. 서울처럼 빽빽하고 혼잡하게 살지 않고 띄엄띄엄 흩어져 살며 텃밭 일이라도 하자면 많이 걸어야 하고 인근마을에 길흉사가 생겨도 걸어가야 하니 절로 운동이 될 것이다.
게다가 서울만큼 오염되지 않아 물 좋고 공기 맑으니 노인건강에 좋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같은 자연적인 혜택도 있겠지만 시골 젊은이들이 몽땅 도시로 빠져 나와 노인 인구의 비율이 높이 올라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래전에 떠나온 고향 땅에는 서울서 돌아가 기거할 공간이 넉넉하게 남아있을 것이 분명하다. 당연히 귀향하는 노인네들을 고향의 산천초목이 정과 의리로 반겨줄 것으로 믿는다.
옛 선비들은 서울서 벼슬이 끝나거나 고향에서 부모상을 당하면 만사 제쳐두고 낙향하는 것이 관례였다고 들었다. 평생 읽던 책이나 중요한 문서들만 챙겨 내려가 후진들 양성하는데 노후를 바쳤으니 존경도 받고 위엄도 갖출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엔 벼슬 다 끝내고 재산 많이 축적해 두고도 할 일 없이 서울에 남아 이런저런 미련을 버리지 못하니 노인네 체통이 문제이고 존경도 받지 못한다.
그러니 이들 출세했던 양반이나 여유 있는 성공인들이 많이 귀향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면 노인네들이 혼자 쓸쓸히 자살하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서울 아파트 한 채만 팔아 가면…

시골로 낙향하려 해도 가진 것이 없어 막연하다는 노인네들이 많으니 참으로 불공평하다. 넉넉한 양반들은 시골이 황폐하여 가기 싫고 쓸쓸한 노인네는 가고 싶어도 못가니 얼마나 딱한가.
서울의 비싼 아파트가 평소 비어있어 온갖 우편물이 몇 달씩 쌓이는 경우가 많다. 해외유학 간 자녀들 만나러 갔거나 골프여행 떠난 경우가 많다.
비싼 아파트를 주인이 비워둔 사이에도 재산세 나오고 유지 관리비도 물어야 하니 낭비가 이만저만 아니다. 이 아파트 한 채 값이면 시골에 현대식 정사(精舍)도 짓고 무의탁 노인네들 안식처도 장만할 수 있다. 누가 시범을 보이면 이런저런 경력을 쌓은 노인들이 많이 내려가 글도 읽고 농사일도 거들어 주고 지역발전 사업에도 참여하여 농촌사회의 활기를 당장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평소 돌보지 않던 버릇없는 자식들도 이따금씩 시골로 부모님을 찾아오면 없던 정도 생기고 특산물도 나눠줄 수 있을테니 이래저래 좋은 모양이 되지 않을까.
2006년도 한국사회를 통계로 들여다 보니 무슨 수를 내더라도 노후는 시골서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90호(2007년 3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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