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진오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일상 속 무심결에 접했던 주변인들, 하천에서 보왔던 개구리와 강물 속 조약돌 그리고 바구니에 가득 쌓인 자두를 소재로 감각적인 환영을 드러내는 작품들이 한 자리에 뭉쳤다.

▲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빛나는 순간' 전시 모습.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이 7월 20일부터 막을 올린 '빛나는 순간'전에는 우리 삶 속에서 새로운 극사실주의 예술의 단면을 조망할 수 있는 권경엽, 김현수, 정창기, 남학호, 김영성, 오재천, 설경철, 최수앙, 강강훈 작가의 작품이 함께한다.

전시장에 나온 작품들은 현실의 모습을 사진기로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관심을 끈 대상이나 장면을 부분적으로 변형하거나 호기심을 유발하는 구도를 설정해 실물 그 자체보다 더욱 선명하고 디테일한 의미를 전달하도록 부각시킨다.

'일상의 환영' 공간에는 권경엽, 김현수, 정창기, 남학호 작가가 일상의 모습이 어떻게 환영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준다.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에서 사실적인 부분은 극도로 사실적이지만 작가만의 독창적인 시선이 더해져 익숙한 듯 낯선 느낌을 드러낸다.

▲ 권경엽, '러브(Love)'. 60.6x72.7cm , oil on canvas ,2013.(사진=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권경엽 작가는 낭중지추(囊中之錐)처럼 맑은 영혼이 숨길 수 없이 은연중에 드러나는 아름다운 내면을 가진 인물들을 그린다.

관람객은 그렁그렁 맺힌 여인들의 눈물을 통해서 형용하기 어려운 슬픔과 우수를 느낄 수 있고, 이 눈물은 마치 우리의 불안, 고민, 고통을 씻어 내주는듯하다.

권 작가는 일상 속에서 얼룩진 우리의 마음을 깨끗하게 정화시키고, 우리 삶의 목적과 방향성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유도한다.

▲ 정창기, '자두-15'. 110 x 70cm,oil on canvas,2015.

정창기 작가는 붉은 색 과일, 자연의 선물을 소개한다. 열매가 강렬한 태양빛을 받을수록 더욱 색이 붉게 물들고 짙어지듯, 작가의 강한 창작열정이 전시장 곳곳을 이브가 탐한 금단의 열매를 연상케 하는 탐스런 붉은 빛이 감도는 과일들로 장식하고 있다.

잘 익은 과일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그의 딸기와 자두 열매는 우리의 식욕을 자극하고 큐피드의 마법에 걸린 듯 심장박동을 요동치게 한다. 정창기는 감상하는 이로 하여금 열정과 사랑을 다시 꿈꾸게 하고 자유로운 희망의 날갯짓을 펼치게 한다.

▲ 남학호, '석심(생명)'. 1730 162.2x130.3cm, acrylic on canvas, 2017.

남학호 작가는 인생의 파도에 서서히 마모되어 가듯, 각기 다른 형태와 크기를 지닌 작품 속 조약돌 무더기는 작을수록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곱고 빛나는 자태를 보여준다.

그의 작품에서 억겁의 세월을 품고 있는 조약돌에 날아와 사뿐히 내려앉은 아름다운 나비는 '그리움'의 의미를 담고 있다.

나비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조약돌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위안과 안식의 존재이며 또한 희망의 메신저인 것이다.

▲ 김현수, '사슴뿔(Antler)'. 200x300x203cm, mixed-media, 2011.

김현수 작가는 동화나 신화 속 주인공을 연상시킨다. 우리의 순수했던 유년시절의 모습과 마주하게 하는 그의 작품은 순진무구한 어린 시절의 모습으로 돌아가 평화롭고 고요한 자신만의 유토피아에서 마음의 안식과 평화를 얻고, 소소한 것에 감사하고 행복해했던 순수한 날들을 떠올리게 해 준다.

철저한 현실 감각으로 사실적으로 제작한 작품들이 모여 있는 '일상의 감각' 공간에는 김영성, 오재천, 설경철 작가가 함께한다.

▲ 김영성, '無. 生. 物 Nothing. Life'. Object oil on canvas, 194x130cm, 2016.

김영성 작가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서 보지 못한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작가만의 시선으로 포착해 보여준다. 이처럼 작가는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가 놓쳐버린 소중한 것들을 기억하고 되돌아보게 만든다.

오재천 작가는 강렬한 불빛을 쫓는 하루살이 불나비처럼 명예와 사랑, 꿈을 이루기 위해 한 시대를 살았던, 너무 아름다워서 더욱 처연해 보이는 인물들인 마릴린 먼로, 오드리 햅번 등의 빛나는 모습들을 꽃받침과 잎사귀와 함께 배치해 보여준다.

▲ 오재천, '불꽃처럼'. 162 x 130cm, oil on canvas, 2016.

거친 세상을 비추는 작은 등불이었던 이 인물들이 한 송이의 연꽃과 장미 등 자연물과 함께 보이면서 이들의 굴곡진 인생 즉, 인생의 무상함이 더욱 극적으로 전달된다.

설경철 작가는 꿈결처럼 펼쳐진 책 위에 우리에게 익숙한 일상의 물건들이 자유롭게 떠다니는 듯한 모습을 작품에 담아낸다.

▲ 설경철, ' From the book 2902'. 70.5x100cm, acrylic on canvas, 2017.

떠다니는 물건들은 작가의 상상력이 낳은 것으로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을 보여주는 듯, 현실과 상상의 공간을 넘나든다.

일상의 기억을 전복시키거나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제작한 작품들은 '일상의 기억' 공간에서 볼 수 있다. 최수앙은 현대인이 느끼는 우울하고 불안한 심리, 쓸쓸하고 허무한 감정들을 작품 속에 사실적으로 드러냄으로써 현대인의 마음을 대변하고 위로한다.

▲ 최수앙, '흔적 Sheddings (detail)'. 161x76x216cm , mixed-media, 2014.

작가는 관람객들로 하여금 불현듯 ‘일상 속에서 내가 저런 우울한 표정이나 몸짓을 하고 있진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작품을 보여준다.

강강훈 작가는 내면의 진정한 자아를 탐색하기 위해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얼굴 표정과 상상력이 가미된 인물을 이미지화 하고 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서 우리에게 진정한 자아와 대면하고 자기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여 보도록 유도한다.

▲ 강강훈, '노스탤지어 블루'. 130x194cm , oil on canvas.

9인의 작가들은 소소한 일상에서 건져 올린, 우리가 잊고 지낸 삶의 모습들을 ‘빛나는 순간'으로 포착한다.

그들은 쳇바퀴 돌아가듯 반복되는 일상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던 유의미한 일상의 환영, 일상의 감각, 그리고 일상의 기억을 다시금 떠올리고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하고 있으며, 인생에는 어떠한 것도 무의미한 것이 없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전시는 11월 4일까지.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