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만에 재연된 선술집...실험미술 대표작가 이강소 '소멸'전◆

[왕진오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전시장 중앙에 살아있는 암탉이 돌아다니며 관람객의 시선을 모은다. "도대체 뭐지?" 이것도 작품일까라는 의문이 들지만 엄연히 작가 이강소(75)가 1975년 파리비엔날레서 선보여 화제를 모았던 닭 퍼포먼스'무제-75031'이다.

▲ 23일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열린 '소멸'전에 설치된 '여백'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이강소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여기에 갤러리현대 1층 전시장에 70년대 선술집을 떠올리게 하는 나무 탁자와 의자에 앉아 막걸리와 안주를 먹으면서 작가의 퍼포먼스에 참여하며 '소통'의 공간으로 변신하는 이색 작품도 함께한다.

"내 그림이 단색조 그림이라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이강소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규정짓는 것은 상업적으로 활용을 하기 위한 일부의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45년 전 선보였던 작품들이 9월 4일부터 10월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 전관에 펼쳐진다.

▲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 설치된 1973년 명동화랑 개인전 당시 선보였던 '소멸(선술집'당시 사진을 설명하고 있는 이강소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1973년 작가의 첫 개인전이 열린 명동화랑에서 처음 선보인 '소멸(선술집)'과 3일간 살아있는 닭을 풀어놓는 '닭 퍼포먼스', 1971년 국립현대미술관 '제2회 A. G'전시장에서 선보였던 갈대밭 작품 '여백' 등을 볼 수 있다.

이외에 1978년 제3회 '에꼴 드 서울'에서 진행한 누드 퍼포먼스 '회화(1977)'와 1975년 9회 파리비엔날레에 내놓았던 사슴 뼈 설치작품 '무제-75032', 그리고 사과를 바닥에 놓고 판매하는 '생김과 멸함(사과 1개 50원)'도 함께한다.

이강소 작가는 "작가의 의도보다 관객의 사고가 현대미술이 아닐까 한다. 이해는 각자의 몫이다. 우리가 보는 세상은 환상이다"라고 설명했다.

▲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 1층 전시장에 재연된 선술집(소멸) 퍼포먼스에 참여한 취재진들'.(사진=왕진오 기자)

1973년 첫 개인전이 열린 명동화랑에 펼쳐놓는 '소멸(선술집)'은 작가의 작업실에 있던 나무 테이블과 의자를 전시장에 갖다 놓고 오는 관객들과 자연스럽게 막걸리 잔을 기울인 즉석 퍼포먼스였다.

이 작가는 "술자리에서 취한 상태에서 내 존재는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서 하던 무수한 사고를 자연스럽게 해 보자는 의도에서 멍석을 깔아놓고 자연스럽게 느껴보라고 했다"며 "당시 유명 작가들인 신학철, 김구림 등 여러 작가들이 함께한 재미난 행위 같았다"고 설명했다.

▲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 지하 1층에 재연된 '여백' 작품, 낙동강변 갈대 대신에 한강변에서 베어온 갈대가 사용됐다.(사진=왕진오 기자)

또한, "아방가르드그룹 전시 당시 넓은 공간에 무엇을 채워야 하는 고민 끝에 자유로운 예술세계를 그려보자는 취지에서 용기를 내어 낙동강변의 갈대를 베어 말린 후 설치를 했다. 평가는 보는 이의 것 아닌가. 선술집과 연계된 작업의 하나였다"고 말했다.

▲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 2층 전시장에 재연된 살아있는 닭이 돌아다닌 흔적을 표현한 '무제-75031'.(사진=왕진오 기자)

전시장 안에 닭을 풀어놓고 바닥에 석고 가루를 뿌려놓아 닮의 흔적을 남긴 '무제-75031'은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진 시간의 흔적과 그에 대한 관객의 반응 전체를 작품으로 포괄하고 있다.

이강소 작가는 "매어놓는 닭의 흔적만 남기자는 생각하고 이미지를 상상했다. 당시 파리시립근대미술관에서 열린 파리비엔날레에서도 놀라워하더라"고 설명했다.

회화와 던지는 조각으로 잘 알려졌던 이강소 작가의 색다른 실험 작품들이 전시장에 등장한 것에 대해 도형태 갤러리현대 대표는 "해외서 국내 작가들의 당시 작업이 재조명되고 있는 가운데, 이강소 작가의 실험미술 작업을 선보이는 의미 있는 자리이다"고 설명했다.

▲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 2층에 설치된 굴비 설치 작업, 이강소 작가는 굴비는 비싸서 부새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사진=왕진오 기자)

이번 전시는 작가의 실험적인 시도가 돋보였던 1970년대 대표작 10점으로 구성됐다. 1973년 명동화랑 첫 개인전에 소개됐던 '소멸(선술집)', 1975년 작가가 파리비엔날레에서 선보였던 닭 퍼포먼스, 70년대 당시에 촬영된 기록사진도 함께 전시된다.

▲ '던지는 조각 작품과 함께한 이강소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또한 작가의 70년대 주요 작품들을 한데 모아 집중적으로 재조명하며, 이강소의 작품 세계를 보다 심층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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