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 건축 1세대 '김중업'의 최초 대규모 기획전 '김중업 다이얼로그'◆

[왕진오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삼미그룹의 모태인 대일목재공업이 사옥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었던 을지로의 삼일빌딩, 기업은행본사, 건국대학교 도서관, 주한프랑스대사관, 태양의 집 등 수많은 사람들이 편리한 생활을 위해 사용했던 건물에 대해 누가 지었을 까라는 의문을 가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리고 있는 김중업 다이얼로그 전시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대형 건물일수록 건축가나 시공사의 이름을 아주 자그마한 명패에 새기고 한 귀퉁이에 붙여놓기 때문에 관리자나 건축 종사자들조차 그 역사를 알아내기는 쉽지 않았다.

경제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서울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도시기능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때 거의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대다수의 건물 제작에 참여한 건축가 김중업(1922~1988)의 사후 30주기를 맞이해 마련된 특별전시가 8월 30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진행된다.

한국 현대건축의 거장으로 불리는 김중업은 '한국에 모더니즘 건축을 선보인 1세대 건축가'라는 한국건축사적 의미와 함께 문화 예술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한 예술가로서의 행보를 걸었다.

김중업은 생전에 “도시의 기능 중에서 바람직한 것은 마음 놓고 거리를 거닐 수 있는 것과 옹기종기 그늘 밑에 모여 앉아 정담을 나눌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손쉽게 생활의 편의를 충족시켜 주는 일이다”고 설명했다.

▲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리고 있는 김중업 다이얼로그 전시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김중업 다이얼로그'는 그의 생애와 30여 년 동안 설계한 건축물과 관련된 사진과 자료 3,000여 점을 대거 공개해 건축가 김중업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자리이다.

전시를 준비한 정다영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한국 근대 건축을 촉발한 1세대이지만,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건축가 김중업을 소개하는 자리로 마련했다"며 "조각 같은 건축에서 벗어난 초기부터 후기 작업을 집중 조명해보고, 건축과 아티스트의 협업을 진행한 김중업의 삶을 과거와 현재 이미지를 통해 시각화 했다"고 설명했다.

건축가 김중업은 1922년 평양 출생으로 요코하마 고등공업학교 졸업 후 1948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조교수로 재직했다. 1952년 베니스에서 열린 제1회 세계예술가회의를 계기로 1952년 10월부터 1955년 12월까지 파리의 르코르뷔지에의 아틀리에에서 일했다.

▲ '김중업 다이얼로그 전에 전시된 주한프랑스대사관 모형'.(사진=왕진오 기자)

귀국 후 서울에 '김중업건축연구소'를 설립하고 부산대학교 본관, 한국외환은행 본점, 대한성공회관(현 세실극장), 건국대학교 도서관, 삼일빌딩 등 수많은 건물을 설계하며 모더니즘과 한국의 전통성을 결합한 독창적인 작품을 선보였다.

특히, 1971년 8월 10일 광주대단기 주민 5만여 명이 정부의 무계획적인 도시정책과 졸속행정에 반발해 일으킨 '광주대단지 필화사건' 이후 파리로 추방당하기 직전 발표했던 삼일빌딩은 후기 대표작 중 하나로 빠른 속도로 개발되는 서울의 위상을 상징하는 당시 최고층인 31층의 건물로 눈길을 모았다.

또한, 그의 말년 계획안들은 대부분 실현되지 못했지만 88올림픽을 기념하는 ‘세계 평화의 문’이 유작으로 남게 된 과정도 살펴본다.

▲ '김중업 다이얼로그 전에 전시된 건국대학교 도서관 사진'.(사진=왕진오 기자)

'김중업 다이얼로그'는 '세계성과 지역성', '예술적 사유와 실천', '도시와 욕망', '기억과 재생' 등 4개의 주제로 그동안 김중업과 그의 작품 주변에 머물렀던 문맥들을 세밀히 펼쳐본다.

또한, 김중업의 후기 작업들과 김환기, 이중섭, 윤명로, 이승택, 백금남 등 예술가들과의 교유, 협업과정 그리고 도시에 대한 그의 생각들을 살핀다.

이번 전시는 이제 막 촉발되기 시작한 한국 건축가 연구의 출발점으로서 건축, 예술 그리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관계망들과 대화의 장을 여는 자리가 될 것이다. 전시는 12월 1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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